'기후 변화' 금성의 비밀을 풀어라…韓 연구진 조사 이끈다
지구와 '쌍둥이 행성'인 금성(Venus)의 대기권 관측을 위한 국제 공동 연구가 한국 과학자들의 주도하에 진행된다. 금성은 심각한 기후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 지구의 기후 변화의 비밀도 파헤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연주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 행성대기 그룹 CI(Chief Investigator) 연구팀이 금성 대기 관측을 위한 국제 금성 관측 캠페인을 기획하고, 지상 관측에 참여할 국제 연구팀을 모집한다고 29일 밝혔다.
지구와 크기·질량이 비슷한 ‘쌍둥이 행성’ 금성은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금성 구름의 주성분인 이산화황(SO2) 가스의 양이 2008년 이후 급감했다가, 2016년 이후 급증하는 등 변화를 보인다. 금성 기후변화의 원인은 아직 모른다. 학계에서는 화산 폭발, ‘미확인 흡수체’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된다.
IBS가 주도하는 이번 국제 금성 관측 캠페인은 금성 구름 내에 존재하는 미확인 흡수체와 이산화황 가스의 양을 측정할 과학적 자료를 취득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지구를 포함하여 태양계 내 총 3곳에서 금성을 관측한다. 우주에서는 유럽우주국(E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동으로 발사한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와 JAXA가 발사한 금성 탐사선 ‘아카츠키’가 관측을 수행한다. 관측은 수성으로 운항 중인 베피콜롬보가 금성을 바라보는 9월 말에 진행된다. 베피콜롬보는 0.5AU(천문단위·1AU는 약 1억5000만㎞) 떨어진 원거리에서 금성 관측을 수행한다. 한편, 2015년 12월 궤도진입 후 금성 관측을 지속하고 있는 아카츠키는 30만㎞ 이하의 거리에서 관측을 진행한다.
동시에 지구에서는 지상 망원경을 활용한 금성 관측을 수행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이시구로 마사테루 서울대 교수팀이 서울대 망원경을 활용하여 참여하며, 한국천문연구원의 보현산 망원경 활용도 검토 중이다. 그 외에도 일본, 스페인, 독일, 스위스, 러시아 연구팀이 이미 참여를 결정했으며 더 많은 연구팀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지구와 우주에서 동시다발적인 관측을 수행하는 이유는 미확인 흡수체가 흡수하는 모든 파장 영역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미확인 흡수체는 근자외선부터 가시광의 일부(파란색)까지 흡수한다. 베피콜롬보와 아카츠키는 자외선 영역에서 금성의 전구에서 반사되는 태양 빛을 관측할 계획이다. 지상 망원경은 이보다 더 긴 가시광선 및 근적외선 영역을 관측한다. 캠페인을 통해 취득한 모든 데이터는 IBS 행성대기 그룹에서 총괄해 분석을 진행한다.
이렇게 IBS 행성대기 그룹이 금성 대기권 관측을 총괄하는 것은 이연주 CI의 존재 덕분이다. 그는 2020년 8~9월 이전 소속인 독일 항공우주센터 재직 시절 첫 번째 금성 관측 캠페인을 주도했었다. 당시 3기의 우주탐사선과 6대의 지상 망원경이 캠페인에 참여해 52~1700nm 파장 범위를 조사했다. 이후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행성과학저널(Planetary Science Journal)’에 게재됐다. 미확인 흡수체 흡수 스펙트럼의 형태가 2007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수성 탐사선 ‘메신저’가 금성 근접 비행 동안 포착한 것과 유사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첫 캠페인은 베피콜롬보 데이터에 오류가 생겨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연주 CI는 “ESA의 ‘인비전’, NASA의 ‘베리타스’ 등 새로운 금성 탐사선 발사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단일 임무로는 금성 대기를 넓은 파장대에서 한 번에 관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지난 경험을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며, 금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과학적 자료를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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