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울산교육감 "교육부 방안, 지역 간 학력격차 심화시킬 우려"

박석철 2023. 6. 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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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교육 안에 입장문 내고 "성적 공개는 비교육적... 인권 보장해야"

[박석철 기자]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 울산시교육청 제공
지난 4.5 울산광역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61.94%의 득표율로 당선된 중고교 교사 출신의 천창수 교육감이 29일 "교육부가 지난 6월 21일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 천창수 "윤 정부 교육자율특구, 공교육 더 파괴한다").

정부가 방안으로 밝힌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와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로 인해 서열화에 따른 지역 간 학력격차 심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천 교육감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우리 사회는 디지털 대전환, 초저출산 시대의 급격한 사회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모든 학생 한 명 한 명을 미래사회 인재로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이에 맞춰 새롭게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수립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천 교육감은 "이번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중 일부 정책의 방향과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그 첫 번째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결과 공개'를 들었다.

그는 "이는 본래 의도와 목적과 달리 학교와 지역별 서열화, 낙인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어, 결과 공유 방식과 내용 등은 추후 교육청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기초학력을 인권으로 보고 최소한의 보장을 하기 위한 목적과 맞지 않으며 성적을 공개하는 것을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은 비교육적인 취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천 교육감은 그 사례를 들었다. "과거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수조사 방식의 일제고사로 실시될 때 국회 국정감사에서 시도별 결과를 근거로 성적이 좋지 않은 지역의 교육감을 질타한 사례가 있었고, 일부 학교는 진단검사에 대비해 문제풀이 방식의 수업에 집중하는 등 부정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천 교육감은 그 대안으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의 근본적인 취지를 위해서는 진단검사로 활용하되 학교에 성취 수준별 학생 비율, 학생에게 제공되는 학생 개인의 성취 수준만을 제공하고, 교사의 책무성 강화와 수업의 변화를 통해 기초학력보장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천 교육감은 "교육부는 이번 방안에서 진단검사 결과 추가적으로 해당 학교의 학년별・교과별・영역별 성취율, 해당 학생 성취율(점수)/전체학생 평균 성취율(점수) 정보를 제공하는 내용을 발표했다"며 "이런 정보가 제공되면 과거 일제고사 전면 시행으로 유발되었던 갖가지 부작용이 재연될 소지가 많아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전체 학생 참여 여부를 시도교육감이 결정하도록 했다"며 "하지만 참여 여부에 따라 시도교육청 평가 및 학습지원 담당교원 배정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은 사실상 평가를 강제한다는 부정적 시각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표한 방안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지원한다는 본래 목적을 상실한 채 일부 교육청 및 학교의 과잉대응을 유발해 진단교과 위주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학교 서열화로 인한 지역 간 학력 격차 심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양산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사교육 수요 강하게 자극"

천 교육감은 우려의 둘째로, 사교육 수요를 강하게 자극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를 들고 "'사교육 경감, 공교육 회복'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오히려 역행하는 세부 방안도 포함되어 있어 그 의문은 더 무게감을 가진다"고 우려했다.

특히 천 교육감은 "교육부가 공교육의 다양성 확대(고교유형 다양화)를 명목으로 2025년 일반고 전환 예정이었던 자사고를 존치하도록 한 것은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상황과 맞물린다"며 "이들 학교에 대한 쏠림 현상과 고입 입시를 위한 사교육 수요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선택의 다양화를 위한 자사고·외고 존치는 오히려 고교 때부터 선발과 배제를 반복하면서 입시중심 교육이 강화될 것"이라며 "이런 접근은 배움의 즐거움을 앗아가고 진정한 발달의 기회를 빼앗으며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교육감은 또한 "자사고 외고 존치 방안은,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일반고 전환 등 학교 재구조화 방안을 추진해 온 우리 교육청의 정책 혼선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이로 인해 신흥 주거 지역 주민들의 학교 설립 민원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천창수 교육감은 끝으로 "교육부가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근본적 변화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는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금이라도 시도교육청 및 학교 현장과 함께 긴밀히 대책을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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