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단단한 어른으로 키우려면… ‘자녀의 실패’를 응원하라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2023. 6. 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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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의 우리 아이 뇌 이야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는 부모로서 자녀가 어떻게 살아가길 바라나. 아마도 자녀가 행복하게 살길 바랄 것이다. 자녀에 대한 애초의 바람이 자녀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면, 부모가 해야 할 자녀 교육은 무엇이어야 할까.

자녀가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인생에서 만나는 역경(逆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근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물고기는 물이 없는 상태에서 헤엄칠 수 없다. 물고기가 헤엄치기 위해서는 물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새는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날 수 없다. 공기라는 저항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역경 없이 인생을 살 수 없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역경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녀가 역경에 빠져 허우적거릴 게 아니라,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이때 필요한 것이 역경을 다룰 수 있는 마음근력이다.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처음 가르칠 때를 생각해보자. 아마도 "아빠(또는 엄마)가 잘 잡고 있으니까 마음 편하게 타"라고 말해 줄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든든한 아빠(또는 엄마)가 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자전거를 타게 된다. 얼마쯤 잡아주던 아빠(또는 엄마)의 손이 자전거를 놓아도 아이가 타는 자전거는 제법 멀리 나아간다. 그러다가 아이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뒤를 보니 아빠가 없다. 무서워진 아이는 금세 넘어지고 만다.

이때 아빠(또는 엄마)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안쓰러운 마음에 "넘어지면 안 돼" 라고 말하기 쉽다. 물론 이 말의 의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부모의 마음을 인간적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아이가 자전거를 배우기 쉽지 않다. 이 말은 부모의 의도와 달리 아이가 실패를 두려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넘어져도 괜찮아. 원래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타는 거야"라고 해주는 게 좋다. 그러면 아이는 배움의 과정엔 넘어짐, 즉 실패도 있기 마련이라는 걸 알게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도전하는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고, 이로써 아이의 인생도 더 행복해진다. 넘어져도 다시 도전하면서 조금씩 더 멀리 나아가는 '과정의 행복' 그리고 자전거를 마침내 잘 타게 되었을 때 얻는 '결과의 행복'을 맛보면서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Try and Error)’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에게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집착이 아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힘’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서의 마음근육을 길러줘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일부 부모는 자녀의 실패를 예방하려 애쓴다. 눈앞의 성과를 위해 자녀의 일을 부모가 대신해주거나, 부정행위를 넘어 불법행위까지 저지르곤 한다. 이렇게 얻은 성과는 자녀에게 무의미할 뿐 아니라 인생의 독(毒)이 된다. 자녀가 마음근육을 기를 기회를 박탈당하고, 부정·불법으로 얻은 결과에 늘 불안해하도록 하는 독이다. 사랑하는 자녀를 애초의 바람인 행복한 삶이 아닌 불행한 삶으로 떠미는 결과가 되고 만다.

10kg의 아령을 들지 못하는 근력이라면, 10kg보다 무거운 아령은 당연히 들지 못한다. 마음도 이와 같다. 강도 10의 역경을 마주하기 힘든 마음근력이라면 10보다 거센 역경에 쉽게 좌절한다. 그러나 힘들더라도 근육 부하(負荷) 운동을 해서 근력이 세지면, 10kg 이상의 아령도 자유자재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역경을 마주하는 경험이 마음근력을 키운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마음근력을 단련하면, 살면서 강도10 이상의 역경을 마주해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청소년은 성인이 되기 전에 마음근력을 키우는 중요한 시기다. 마음근력은 청소년 자녀의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의 신경망을 활성화하고 변연계(limbic system)를 안정화하면서, 자신을, 타인을, 세상일을, 더 잘 다루는 능력을 키워준다. 아이의 삶을 역경 너머 행복으로 이끈다.

애초의 바람을 잊지 말자. 우리는 부모로서 자녀가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사소한 데 승부 걸지 말고, 당장 실패하더라도 자녀가 마음근력을 키울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

(*이 칼럼은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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