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난 사람]"주식만큼 좋은 투자처는 없단다" 딸에게 들려주는 주식의 연금술

서믿음 2023. 6. 29. 14: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처음 주식투자를 하는 너에게' 저자 '연금술사'(필명)
'재야의 주식고수' 월급쟁이 아빠
지나치기 쉬운 뉴스 흘려듣지 말고 수혜 입을 회사부터 떠올려야

‘처음 주식투자를 하는 너에게(도도서가)’의 저자는 주식이 취미인 월급쟁이 아빠다. 대기업에 재직하면서 2005년부터 주식을 시작해 20년 가까이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높은 수익률도 좋지만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투자 종목을 철저히 분석하면서 손실 누적이 3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많은 사람이 큰 돈을 잃을 때 수익률 0%로 선방한 기억을 뿌듯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런 점은 주식투자업계에서 이른바 ‘염블리(염승환+러블리)’로 불리며 주목받는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도 인정하는 바이다. 염 이사는 저자에 대해 "2021년 첫 만남에서 투자하려는 기업의 과거 스토리와 사업 현황, 미래 예측, 상위 산업 분석을 풀어내는데, 그의 말을 듣는 순간 해당 기업의 과거, 현재, 미래가 한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투자자라고 생각하는 ‘진짜 고수’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중학생 딸아이에게 주식투자 경험을 전하기 위해 썼다. 자녀에게 지적 유산을 남기듯 정성스레 내용을 채웠고, 중학생이 이해할 정도의 수준을 유지했다. 본업을 지키면서 욕심내지 않는 선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책에 담았다는 저자 연금술사에게 질문을 건넸다. 주식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 본업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했다.

-재야의 숨은 주식투자 고수로 평가받는다. 투자 규모나 수익이 궁금하다.

▲매월 회사에서 받는 월급 이상 벌고 있다. 중간에 돈을 꺼내 쓰지 않았다면 원금이 늘면서 ‘복리효과’로 수익이 크게 늘었을 텐데, 사정상 돈을 계속 꺼내쓰면서 ‘스노볼링(눈덩이가 커지듯 수익이 불어나는 현상)’을 하지 못했다. 그 점이 두고두고 아쉽다. 주식투자는 수익률이 같더라도 원금이 늘어날수록 들어오는 수익이 불어난다. 이는 투자 대가들이 주식투자를 하면서 버는 것만큼이나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기억에 남는 시행착오가 있나.

▲20여년 전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돈을 벌 방법을 고민하다가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됐다. 시작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실패담만으로 책 몇 권을 쓸 정도다(웃음). 사실 이런 실수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얘기가 나왔을 때 주변에서 물고기나 김이 문제가 아니라 소금이 진짜 문제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때 관심을 기울이고 죽염을 취급하는 ‘인산가’ 종목을 샀다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주식투자에서 실수는 다양하다. 무언가를 해서 하는 실수도 있지만 반대로 하지 않아서 하는 실수도 있다.

-여러 투자 중에서 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주식투자를 추천하는 이유는.

▲주식투자를 비교적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고, 제대로 공부한다면 어렵지 않게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부동산처럼 돈이 묶이지도 않는다. 특히 자신만의 전문 분야에 투자한다면 실패 확률이 낮다. 아이돌을 좋아한다면 엔터테인먼트, 게임을 좋아한다면 게임회사 주식투자에 유리하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게 수익률인데, 적당한 시점에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주식은 다른 투자와 달리 누구나가 자신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그런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주식에 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주식투자가 시작이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하다. 피 같은 돈을 투자하면서 투자하는 회사가 어떤 상품을 얼마나 파는지조차 조사하지 않고 투자하니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다. 준비한 만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학교에서 예습, 복습 철저히 하고, 수업에 집중하면 성적이 잘 나오듯,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해야 비로소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런 노력 없이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주식투자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부해야 한다. 반도체 관련 주식에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 종목 이름과 회사가 만드는 상품, 재무 상태 정도만 알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공정과 공정별로 어떤 회사의 어떤 장비·부품·소재가 사용되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경쟁자는 누구이며, 기술 난이도는 얼마나 되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알면 알수록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주식을 쥐는 ‘악력’을 강조했다. 정확한 가치 판단이 필요할 텐데 적정 가치를 어떻게파악하나.

▲적정 가치를 객관화하기 어렵지만 재무제표를 오래 비교·분석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정도’라는 느낌이 온다. 그런 판단 능력을 키우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일단 적정 가치를 파악하는 능력이 생기면 주가가 오르건 떨어지건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악력’이 생긴다. 내가 파악한 가치보다 낮으면 언젠가는 오를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계속 쥐고 있을 수 있다.

-이른바 ‘고급 정보’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남다른 ‘관찰력’을 키우라고 했다. 어떻게 노력해야 하나.

▲고급정보를 계속 습득할 수 있다면 그에 따라 투자하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직접 관찰하면서 투자 아이디어를 발견해야 한다. 관찰이라는 게 대단한 무언가는 아니다. 지나치기 쉬운 현상에서 의미와 영향을 추출하는 거다. 어렵지는 않지만 습관화하기까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얘기했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처럼 그런 뉴스를 보면 그 일이 미칠 영향과 그로 인해 수혜를 보게 될 회사를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투자를 위한 정보 습득에 있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해’라는 세심한 마음을 가지라고 했다. 다만 종목 수가 늘어가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져 일상에 지장을 주는 것 아닌가.

▲성공적인 주식투자를 위해서는 본업이나 일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 종목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찾아보고 챙겨야 할 것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적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사람에 따라 3~7개 정도 기준을 정하는 게 좋다. 종목 수가 너무 적어도 문제다. 그럴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10월 임플란트 1위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2215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상장폐지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실제 투자에는 이론을 넘어서는 복잡한 환경이 작용할 텐데. 20년간 단 세 해만 손실을 입었다. 비결을 꼽자면.

▲열심히 공부하며 노력했고, 거기에 운이 따랐던 것 같다. 손실은 미·중 무역 분쟁 이슈로 시장 전체가 안 좋았을 때처럼 상황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 개인적 판단 실수도 있었다. 다만 손실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고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원칙적으로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또한 투자 아이디어가 훼손됐다고 판단되면 손해를 봤더라도 즉시 매도했다. 예를 들어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투자했는데, 매출이 줄거나 정체됐을 때는 가차 없이 처분해 손실을 최소화했다.

-주식전문가로서 현시점의 주식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쉽지 않다. 대외 부정적 이슈가 너무 많다. 다만 턴(turn)하고 있는 반도체가 얼마나 가느냐가 핵심이라고 본다. 어찌 됐든 반도체 관련 종목은 포트폴리오에 꼭 포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주가가 올라갈 때마다 일정 비율로 현금 비중을 늘리기를 권한다. 금리 인상으로 시중에 돈이 줄어들 때는 현금이 좋은 투자 종목이 될 수 있다. 현재는 현금 비중을 지수 상승에 맞춰 늘려가야 할 시점이다. 이후에는 시중에 돈이 풀리는 정도에 따라 현금 비중을 20~80%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를 어떻게 생각하나.

▲투자를 위해서는 가치측정이 필요한데 암호화폐는 아직 가치측정 방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코인 1개에 얼마가 적정 가격인지 알 방법이 없다. 가격이 심하게 오르내리는 것도 가치 측정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투자’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돈을 벌 자신이 있다면 해도 되겠지만, 전 돈을 벌 자신이 없어 투자하지 않는다.

-주식투자에 나선 이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흔히 없어도 되는 돈으로 주식 투자하라고 하는데, 세상에 없어도 되는 돈이란 없다. 소중한 돈이 들어가는 일이니만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중해야 한다. 주식투자에서 쉽게 버는 돈은 없다. 단 노력하는 만큼 벌 수는 있다.

-중학생 딸이 용돈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것으로 안다. 서로의 기대가 잘 맞아떨어지고 있나.

▲입시라는 관문 때문에 학생이 주식투자를 열심히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저 역시 아이가 주식투자에 과도한 관심을 가질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주 열심히 하고 있지는 않다(웃음). 아이가 주식투자에 흥미와 관심을 들여 투자 노하우를 쌓으면서 언젠가 제대로 된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