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협업 ‘다제약물 관리사업’ 서울 도봉구서 첫 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대상 의·약사 참여
협업모델 시범운영 후 평가 거쳐 전 지역 확대 적용
“다제약물환자 관리 새로운 지평 열 것으로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의사와 약사가 함께 하는 다제약물 관리사업이 서울시 도봉구에서 첫 발을 뗐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이번 사업의 효과성을 평가하고 부족한 점이 보완되면 이후 전 지역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건보공단은 의사와 약사가 협력해 지역주민의 안전한 약물 사용을 돕는 ‘의·약사 협업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26일부터 서울 도봉구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은 건보공단이 지난 2018년부터 시행한 것으로, 10종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만성질환자들의 약물 중복 복용과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건보공단이 위촉한 자문 약사가 해당 가정을 방문, 대상자가 먹고 있는 일반 약을 포함한 전체 약을 대상으로 약물의 복용상태, 부작용, 중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처방 조정을 진행했다. 앞으로는 약사의 점검 결과를 의사의 처방에 반영하는 형태가 추가된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의 효과성은 밝혀진 바 있다. 사업 효과를 평가한 결과 지역사회에서 약물관리를 받은 사람의 복약순응도는 56.3% 개선됐다. 효능이 유사한 약물을 중복 복용하는 환자는 40.2% 줄었고, 응급실 방문 위험은 47%, 재입원 위험은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약사의 약물 상담 결과가 의사의 처방 조정에 반영되는 다학제 협업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건보공단은 도봉구의사회, 도봉구약사회 등으로 구성된 지역협의체를 통해 의·약사 협업 모형을 개발했다.

지역 의·약사 협업모형은 올해 12월까지 도봉구 지역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과 자문약사를 중심으로 우선 실시된다. 서비스 대상자는 건강보험가입자 중 만성질환 보유자이면서 10종 이상의 약 복용자로 기존 지역사회 모형과 동일하다.

의사가 내원 환자 중 약물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선정하거나, 건보공단 안내문을 받아 신청한 사람 가운데 최근 6개월 이내 의·약사 협업 약물관리 서비스 참여 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 이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의사는 대상자 선정, 포괄 평가, 가정방문 상담, 처방 검토와 조정, 모니터링을 수행한다. 약사는 복약상태 점검과 상담, 약물 상담 의견서 작성, 모니터링을 맡는다.

약물관리 대상자는 자문 약사의 약물 점검을 받게 되며, 점검 결과는 건보공단 정보시스템을 통해 대상자의 단골병원 의사에게 전달된다.

김성욱 도봉구의사회장은 “이번 협업모델은 다제약물 관리사업이 변화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의·약사 간 소통으로 다제약물환자 관리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화영 대한약사회 지역사회약료사업 본부장은 “도봉구를 대상으로 한 다제약물 관리사업은 지역사회 보건의료체계에서 의·약사 간 첫 협업 모델이 될 것이다”라며 “환자가 신뢰를 갖고 지역에서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약사 간 소통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지영 건보공단 만성질환관리실장은 “2018년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시작한 이후 매년 제도를 개선하고 사업을 확대해 오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약사의 상담 결과 정보가 의사 처방으로 반영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의·약사 협업 모형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사회 약물관리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