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어려워하는 아이, 해결책은 있다

이유정 2023. 6. 2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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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위한 영화 처방전] 영화 <킹스 스피치>

이유정, 김형욱 부부가 함께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고 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통해 처방해 드립니다. <편집자말>

[이유정, 김형욱 기자]

말 없고 조용한 걸 미덕으로 삼았던 때가 있었다. 요즘에는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과 나누는 게 중요한 만큼, 교육과정에서도 발표와 토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의견을 주장하고 말함에 있어 적극적이며 자유롭다.

그만큼 발표력이 더 중요해졌다. 발표력이란 타인에게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다. 발표를 잘한다는 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이 조리 있고, 말을 전달하는 태도와 목소리가 안정되어 주의를 집중시키며, 하고자 하는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유독 발표를 두려워하면 '발표불안'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심한 경우 공포를 느낄 수 있다. 발표를 어려워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요즘의 교육과정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전달하는 게 중요해진 만큼 어느 정도의 발표력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특히 학교에서 발표를 잘하는 아이는 교사나 또래로부터 인정받으니 학업이나 또래 관계에서도 쉽게 자신감을 갖는다. 반면 공부를 잘해도 발표력이 부족한 경우 수업시간에 주눅이 들거나 긴장해 낙담하고 정서적·사회적으로 위축되어 학습 의욕이 저하될 수도 있다. 만약 아이가 발표를 지나치게 어려워하거나 긴장·불안을 보이면 초기부터 도와주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발표뿐 아니라 대화에까지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발표를 두려워한 조지 6세 이야기

여기 발표불안을 극복한 한 인물이 있다. 영국의 윈저 왕조 제3대 국왕 조지 6세다. 영화 <킹스 스피치>는 내성적이고 대중 앞에서 말하는 걸 너무나도 힘들어했던 조지 6세의 실화를 다뤘다. 버티는 형이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하자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른다. 그 자신 누구보다 나라를 걱정했고 아버지 조지 5세 역시 그의 성품과 자질을 인정했음에도, 그는 왕이 되는 걸 두려워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영화는 조지 6세가 학위도 없고 전문가라고도 할 수 없는 언어 장애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 달라지는 모습을 담았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물론 마이크 앞에서조차 입이 떨어지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었던 조지 6세는, 라이오넬의 특별한 코칭으로 제2차 세계대전 시기 국민을 통합하는 연설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조지 6세의 발표불안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영화 <킹스 스피치> 포스터.
ⓒ (주)화앤담이엔티
  
<킹스 스피치>는 라이오넬 로그의 손자인 마크 로그가 쓴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톰 후퍼 감독이 콜린 퍼스, 제프리 러시, 헬레나 본햄 카터, 가이 피어스 등 기라성같은 대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톰 후퍼는 이 영화 이후 <레미제라블> <대니쉬 걸> 등으로도 평단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물론 <킹스 스피치>가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으며 당대 최고의 영화로 우뚝 섰기에 뒤이어 나온 영화들이 묻힌 감이 있다.

대배우들의 명연기, 시대상까지 재현한 미장센,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한 영상미 등 영화적인 요소가 이 영화를 명작으로 만들었지만, 조지 6세와 라이오넬 로그 사이의 감동 어린 치료 이야기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내성적인 기질에 엄격하고 강압적인 분위기의 집안에서 자라며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게 된 조지 6세, 라이오넬 로그는 그의 외적 형상을 치료하는 한편 내적 본질에 파고들어 어린 시절을 어루만져 준다.

발표를 어려워하는 원인의 대부분은 자신감 부족이다. 자신감이 부족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기질적인 성향이 내성적인 경우, 발표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경우,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경우 등. 물론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영화 <킹스 스피치>의 버티처럼 말이다.

버티는 기질적으로 내성적인 데다, 어린 시절 유모로부터 형과 차별 대우를 받은 경험과 말을 잘 못한다고 놀림 받은 기억으로 자신감이 결여되었다. 게다가 아버지 조지 5세는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영화를 보면 버티를 마이크 앞에 세워둔 채 말하라고 강요하고 버티가 첫 마디에서 실수하자 한숨을 쉬며 대놓고 실망한다.

반면, 자신감도 있고 말도 잘하는 것 같은데 유독 발표를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나 친구들하곤 말을 잘하는데, 수업시간에 선생님 질문에 답하거나 발표를 해야 할 때 어려워한다. 발표력이 부족한 경우인데, 무슨 내용으로 발표를 해야 할지 모르거나 정리해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발표라는 특수한 상황과 일반적인 말하기 상황은 다르기 때문이다. 발표는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것이고, 일반적인 대화 상황이 아니라 대개 다수에게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말투나 목소리, 표현방식에서도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타인 앞에서 말하는 건 긴장되는 일이다. 말을 잘하지 못하거나 실수할까 봐, 비웃음을 살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아이가 유독 발표를 불편해하면 <킹스 스피치> 속 라이오넬 로그의 비법에서 해결책을 찾아보자.

아이의 발표불안 떨쳐내는 법

첫째, 아이가 발표를 어려워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라이오넬이 버티를 만나 가장 먼저 한 일이 '왜, 언제부터 말하기가 어려웠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왕세자인 버티는 무례하다며, 그런 게 왜 중요하냐며, 말 잘하는 방법이나 알려달라고 했지만 라이오넬은 무엇보다 이유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맞받아친다.

발표를 두려워하는 아이가 고민일 때는 우선 아이의 마음을 살펴봐야 한다. 아이가 발표를 어려워하는 게 성향의 차이인지, 발표에 두려움을 느낄 만한 일 때문인지 등을 알기 위해서다. 부모와의 대화만으로도 아이는 발표에서 어떤 점이 불편한지 스스로 인지할 수도 있다.

언젠가 친구들 앞에서 발표했을 때 실수해 창피했던 경험이 있다거나, 친구들이 놀리거나 웃을까 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도 할 것이다. 이런 경우 발표하는 상황을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게 좋다. "친구가 발표할 때 잘하지 못하는 것 같으면 너는 어떤 기분이 들어? 그 친구를 놀릴 거야?" 하면 아이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네가 발표를 잘하지 못한 것 같다고 느꼈을 때 친구들이 가끔 웃기도 하잖아. 그건 놀리는 거 아니지?" 하며 일반적인 상황을 설명해 주고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발표하는 게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둘째, 발표 연습을 해 보자. 라이오넬은 버티가 연설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말하는 연습을 강조한다. 발표 연습은 물론 일반적으로 말하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도 포함된다.

발표를 어려워하는 건 대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땐 연습으로 충분히 훈련할 수 있다. 우선 가정에서 대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게 좋다. 저녁 시간에 오늘 하루 뭘 했고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등을 함께 얘기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만 말하게 시키지 말고 가족이 함께해야 한다. 발표력을 높이는 데는 말하는 연습도 중요하지만 듣는 연습도 중요하다. 의견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대화를 많이 하게끔 가족회의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 말하기 연습이 충분히 되었다면, 발표하기 전에 가족들 앞에서 실제처럼 발표 연습을 시켜보자. 이때 부모는 적극적으로 들어줘야 한다. 그래도 아이가 너무 긴장하면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읽게끔 연습시켜 본다.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할지 등도 체크하며 연습하면 긴장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성향의 차이를 인정하자. <킹스 스피치>를 보면, 대중 앞에서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버티를 대신해 그의 부인이 라이오넬을 찾는다. 버티의 부인은 남편의 왕세자 신분을 밝히지 않고 남편이 직업상 연설할 일이 많은데 말하는 걸 어려워하니 도와달라고 한다. 그러자 라이오넬은 직업을 바꿔야 한다고 답한다. 성향의 차이를 인정하라는 말이었다.

아이가 내성적인 성향으로 발표를 어려워하면, 단순히 표현방식이 다른 것일 뿐이니 표현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 내성적인 아이는 머릿속으로는 답을 알고 있지만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선생님 또는 다수의 친구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나 갑자기 발표를 하게 된 경우에는 상황 자체에서 오는 불편감으로 말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런 성향의 아이에겐 발표 준비 시간을 주는 게 좋다. 집에서 함께 발표할 내용을 글로 작성해 본다. 내성적인 아이는 말보다 글로 표현할 때 보다 정확하고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발표 내용을 미리 글로 작성한 후 발표하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부담을 훨씬 덜 느낄 수 있다.

발표 내용을 미리 간단하게라도 정리한 후 발표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 만약 학교에서 바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다른 친구들이 발표하는 동안 말할 내용을 간단하게나마 미리 정리할 수 있도록 알려주거나, 자신의 차례가 다가왔을 때 선생님에게 시간을 조금만 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발표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전달하는 것이다. 유창하게 발표하면 좋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발표의 목적은 생각하는 바를 얼마나 잘 전달하는가에 있다. 유창하게 말하기에 앞서 평소 생각과 의견을 정리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고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

부모는 아이를 자신감 있게 키우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이의 자신감 없는 모습을 마주할 때 더 크게 실망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부모의 실망은 아이의 자신감에 좋지 않다. 아이가 스스로 긍정적으로 인식하길 원한다면 부모부터 아이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아이의 자신감은 부모의 믿음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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