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으로 돌아온 롯데의 마지막 우승 멤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10개 구단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지 못했다. 1992년 가을,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30년 넘도록 남의 잔치만 지켜봤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만큼 시간이 흐른 지금. 이를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지켜보는 이가 있다. 바로 롯데 이종운 수석코치다. 올 시즌을 앞두고 2군 감독으로 부임했다가 최근 코치진 개편을 통해 수석코치로 직책이 바뀐 이 수석을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이 수석은 “다시 사직구장으로 오게 됐다. 기분이 좋다”면서도 “급작스럽게 1군 수석코치를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 어떻게든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 태생으로 경남고와 동아대를 나온 좌투좌타 외야수 출신의 이 수석은 1989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정교한 방망이로 당시 롯데의 소총부대를 이끌었고, 1992년에는 108경기에서 타율 0.314 56타점 66득점 21도루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발판을 놓았다.
1997년까지 롯데에서 뛴 이 수석은 이듬해 잠시 한화 이글스로 건너가며 잠시 사직구장과 헤어졌다. 그러나 연결고리는 쉽게 놓지 않았다. 1998년을 끝으로 은퇴한 뒤 2000년 다시 돌아와 3년간 주루코치를 맡았다. 이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모교 경남고 감독을 지낸 뒤 이듬해 또 복귀했다.
2015년에는 사령탑에도 앉았다. 1년뿐이었지만, 롯데의 부흥을 위해 최전선에서 선수단을 이끌었다. 인연은 질겼다. 지난해 11월 2군 감독으로 부임하며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흔치 않은 전임 1군 감독의 2군 사령탑 발탁. 이 수석은 “인연이 무섭다. 다시 롯데로 돌아와 달라고 연락을 받았을 때 기분을 잊지 못한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느낌이랄까. 벅차기도 했고,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이 수석은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김해 상동구장에서 롯데 2군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러던 중 최근 단행된 코칭스태프 개편을 통해 1군 래리 서튼 감독을 보좌하게 됐다. 이 수석은 “수석코치는 처음 맡아본다”면서 “수석코치는 감독과 선수 사이의 다리 아닌가. 감독님과 호흡을 잘 맞추면서 한편으로는 선수들과도 격의 없이 소통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수석에겐 롯데의 마지막 우승 멤버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30년이 지나도록 롯데는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다. 이 수석은 “벌써 30년이 지났다. 시간이 참 빠르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수석코치로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롯데가 가을야구를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간다면 최고의 스토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고향 같은 사직구장으로 돌아온 이 수석은 27일과 2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연달아 짜릿한 역전승을 맛봤다. 먼저 27일에는 2-3으로 뒤진 9회말 안치홍의 동점 내야땅볼과 유강남의 끝내기 2점홈런이 나와 5-3으로 이겼고, 이튿날에는 1-5로 지던 경기를 9-6으로 뒤집어 연승을 달렸다. 이 수석은 “1군은 한 게임, 한 게임이 승부다. 그동안 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벤치에선 여전히 긴장된다. 첫째 날에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목이 쉬었다”며 웃었다.
부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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