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시선]전북도 신임 출연기관장에 우려가 앞서는 이유
전문성과 업무 역량에 방점 뒀다지만 ‘허명’ 아닐지 ‘노파심’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중앙정부의 ‘윤석열호’가 출범한지 1년이 넘었지만 정부 산하 기관장들의 절반도 바뀌지 않고 전 문재인 정권의 인사들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같은 진영이라 해도 대통령이 바뀌면 기관장 대부분이 사의를 표하고 신임을 물었다는데 이번에는 지난 정권에서 일부 기관장을 무리하게 교체하면서 해당 부처 장관이 책임을 지고 옥고까지 치르는 일이 벌어진 뒤라 기관장들이 버티면 임기까지는 교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알박기 기관장’이 새 정부의 이념과 철학을 현장에서 잘 설파하면 큰 마찰이 없겠지만 일부는 다른 노선을 견지하고 있어 새 정부는 출범했으나 현장은 전 정권의 철학을 구현하는 ‘비정상 구도’를 보이고 있어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단체장이 바뀌면 으레 공기업과 출연기관장들의 거취가 주목을 끈다. 전북은 도지사는 바뀌었지만 같은 정당 공천 후보가 당선되고 선거 당시 선거 조직을 연대해서 그런지 기관장 교체를 둘러싸고 대대적인 물갈이도 없고 신‧구 권력 간 알력도 크게 눈에 띠지 않는다.
그래도 수장이 바뀌었으니 전 도지사가 임명한 기관장들은 새 도지사의 철학을 이해하며 잘 하려하겠지만 눈치를 안볼 수는 없는 듯하다. 민선8기 김관영 도지사 취임이후 전북도 산하 16개 공기업·출연기관장 중 10명이 새 인물로 교체됐고, 연내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도 6곳에 이른다.
김 지사는 주로 지역 출신 인사들이 기관장에 발탁되는 것과는 달리 타 지역 출신 인사들을 연이어 출연기관장에 임명되면서 지역출신을 중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체된 출연기관장 중 타 지역출신 인사는 4명으로 연고를 떠나 능력 중심의 인재를 중용 했다고 하니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
또 전 직장에 대한 서열이나 직급 파괴 현상이 주목된다. 전북연구원장에 취임한 이남호 전 전북대총장의 경우 국립대총장을 역임한 인사이고, 전북개발공사 사장에는 국토부 차관과 전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던 최정호씨가 이례적으로 임명됐다. 물론 ‘거물’이 조직을 장악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만 ‘이름값도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면 당사자나 도지사 모두 쑥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일한 공기업인 전북개발공사는 서경석 전 사장이 각종 의혹이 불거져 중도하차 하는 고충이 있었다. 현대차와 현대건설에서 근무했던 서 전 사장의 인사청문회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자료제출 거부, 전문성 부족 논란 등으로 중단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지만 김 지사는 임명을 강행했고 10여 년 전 파산한 부산저축은행 편법 변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3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역동적인 혁신을 추구해야 할 사명을 수행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감쌌던 김 지사의 말이 무색해 졌다.
이어 선임된 최정호 전북개발공사 사장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배우자 재산 내용 미제출과 불투명한 아파트 거래에 대한 지적과 의혹에 진땀을 뺐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부 장관 후보까지 지명되기도 했던 최 사장은 당시 분당 아파트를 자녀와 사위에게 증여한 뒤, 이를 다시 본인이 임차한 사실이 확인됐고 강남과 분당 아파트 외에도 세종에 주택 분양권을 갖고 있는 3주택자임이 밝혀져 후보를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지방선거에서는 익산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민주당 경선에 나서기도 했다.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진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역시 ‘거물급’이다.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전북연구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고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전북대 총장을 지내고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는 이재명 후보 전북 조직의 한 축을 맡기도 했다. 정치 영역을 거친 인사의 연구원 수장 임명은 양면성이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전북신용보증기금 한종관 이사장은 사전 내정설과 김 지사에 대한 사전 후원금 과다 논란이 제기돼 인사청문회에서 날선 공방이 오갔지만 진안이 고향인 한 이사장 역시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과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등을 역임한 전문가 그룹이다.
전북문화관광재단 이경윤 대표이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대통령비서실 문화비서관 등을 지냈지만 외지 출신인데다 과거 음주운전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논란에 휩쓸려 ‘부적격’인사로 분류됐으며, 이규택 전북테크노파크 원장은 포항테크노파크 원장에도 지원해 ‘양다리 논란’과 전문성 부족, 공직에 대한 이해 부족, 음주운전, 부인의 농지법 위반, 재산 검증 미제출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조준필 군산의료원 원장과 이항구 전북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비교적 무난히 인사청문회가 통과했지만 외지 출신 내정설이 제기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기관은 자칫 행정 조직이 부족할 수 있는 전문분야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연구하고 지원해 지자체의 행정이 원활하게 돌아 갈 수 있게 하며 도민들이 행복도를 높이는데도 기여한다. 출연기관장이 지자체장과 같은 철학을 가지고 상호 보완하며 지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기관장에 대한 모집 공고도 나가기 전에 사전 내정설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위 ‘무소불위의 임명권’이라는 비난이 나올 정도가 되면 정상적인 절차를 벗어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도 관계자는 “김관영 지사는 학연과 지연이 아닌 철저하게 전문성과 업무역량에 방점을 두고 투명한 경쟁을 인사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또 경험이 다양한 ‘거물’들이 모여 지역 발전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실행한다면 도민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에서 지적된 많은 문제점처럼 기관장들이 과거의 행태를 벗지 못하고, 자신의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던지, 소위 ‘거물’이 아닌 ‘허명’이 드러난다면 이는 도민들에게도 손실이고 임명권자의 권위에도 큰 오점이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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