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사태' 라덕연 측 "시세조종 혐의 부인…무등록 투자일임은 인정"
함께 기소된 변모씨, 안모씨도 동일주장
금고지기 등 공범들과 병합 심리 예정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서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 호안 대표(42) 등 2명이 시세조종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무등록 투자일임업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29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무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는 라 대표가 시세조종 혐의를 부인했다.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서도 혐의를 인정한 무등록투자일임업 혐의에 대한 범죄수익만 인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라 대표 등은 2019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수익금 약정 등을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들인 수천억원으로 삼천리·다우데이터 등 8개 상장기업의 주가를 통정매매 방식으로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통정매매란 매수자와 매도자가 종목, 물량,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검찰은 이들이 이 과정에서 약 7305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봤다.
2019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금융투자업 등록 없이 투자일임 고객을 유치하고, 고객 명의로 CFD계정을 위탁 관리해 194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도 있다. 2020년 4월부터 지난 4월까지는 투자자들에게 받은 수수료를 주가조작 일당이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골프장·음식점·병원 등에서 결제해 이곳의 매출수입으로 꾸미거나 차명계좌로 지급받아 범죄수익을 세탁·은닉한 혐의도 받는다.
라 대표 측은 주식매수 지시는 있긴 했지만, 시세조종을 한 것은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라 대표 측은 "주식거래 패턴을 보면 대부분 매수 주문이고, 일부 고가 매수가 있긴 하지만 호가보다 낮게 매수한 주문도 꽤 있다"며 "펀드를 조성해 주식거래 투자를 하는 증권사들이 싸게 사서 고점에 팔아 이득을 챙기려 하는 거래형태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9년 대성홀딩스를 시작으로 2023년 다올투자증권가지 순차적으로 투자회사를 물색해 가치투자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가관여율이 높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호가관여율은 전체 주문수량 대비 시세조종 세력의 매수 주문수량, 체결수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라 대표 측은 "검찰 측에서 제출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이 수치가 높지 않다"며 "앞으로 전문가에 의뢰해 거래 패턴을 별도로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 대표 등이 취한 부당이득은 외부요인을 반영해 조정해야 하며, 미실현 이익에 대해서는 외부사정을 제외하고 산정가능한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무등록투자일임업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시세조종 혐의를 부인하면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등록투자일임업에 대한 범죄수익 부분만 인정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라 대표의 최측근 변모씨(40)와 프로골퍼 안모씨(33) 측은 라 대표 측과 주장을 함께했다. 이에 더해 안씨 측은 "공소장에 안씨는 2021년 5월께 개입됐다고 기재됐고, 전체적으로 (범행 수법 등을) 알게된 것은 사후로도 볼 수 있는데 2019년부터 시작된 범죄 전체에 대해 안씨도 동일하게 기소돼있다"며 "공소사실 전체를 다투지만 이 부분은 기간을 특정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같은 혐의를 받는 주식매매 총괄 박모씨(37), 재무 및 범죄수익 관리 총괄 장모씨(36), 투자유치 및 고객관리 총괄 조모씨(41)도 함께 나왔다. 이들의 각 변호인들은 증거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다음 기일에 공소사실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재판부는 라 대표 등 3인과 박씨 등 3인의 재판을 병합해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이 시세조종 혐의를 다투는 재판인만큼 그간 언론보도 등을 통해 나온 정황들이 시세조종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건지 피고인 측이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라 대표 측은 "투자자들의 휴대폰을 받아 어느 장소에서 주문을 했는지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매수매도 주문이 시세조종에 해당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CFD계좌를 이용한 레버리지 역시 이를 통한 매수·매도 물량이 시세조종을 했느냐가 쟁점"이라며 "CFD계좌를 파면 투자자들이 자기 명의로 주식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양도소득세, 취득세를 부담하지 않아 익명성 보장을 위해 이용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라 대표 일당에 대한 다음 기일은 다음달 13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릴 예정이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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