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공자' 강태주 "매일 제 이름 검색해봐요"
[장혜령 기자]
▲ 영화 <귀공자> 강태주 |
ⓒ 스튜디오앤뉴 |
'1980 대 1'이란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박훈정 픽'이 된 강태주는 영화 속 거친 캐릭터와는 사뭇 달랐다. 해사한 얼굴을 하고 반갑게 맞아 준 강태주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한 번에 합격한 줄 알았다"라고 운을 떼니 "4차까지 오디션을 봤고 <귀공자> 합격 소식을 받았을 때, 하필이면 최종 오디션에서 떨어져 배우 자체를 고민하던 시기였고 기적처럼 만난 동아줄이었다. 그때가 27살쯤이었는데 주변 누나, 형들이 30대가 되면서 다른 일을 찾길래 조바심이 생겼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 영화 <귀공자> 스틸컷 |
ⓒ NEW |
이제 내면을 채워 나가야 했다. "스크린 데뷔작이자 주인공이라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라고 묻자 "당연히 부담이 크다. 하지만 마르코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연기했다. 마르코는 '껄렁하고 날카로운 아이고 뒷골목에서 살아남은 아이지만 막싸움에 능한 소년'이라는 감독님 말을 해석했다. 후반부 귀공자와 대적하는 부분은 '화가 나면 오히려 차분해지면서 이성적으로 변할 수 있어'라는 디렉션에 주목했다"라며 현장에서 감독과 선배들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마르코의 서사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영어 대사와 욕이 많은 캐릭터를 소화한 소감에는 "마르코가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에 딱히 코피노 설정에 레퍼런스를 두지는 않았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영어 대사도 부끄러웠고 선배들의 연기를 보느라 정신없었다. 두 번째에 내 연기를 분석할 수 있었다"라고 솔직 고백했다.
▲ 영화 <귀공자> 강태주 |
ⓒ 스튜디오앤뉴 |
유학이나 외국 거주 경험이 없는 토종 한국인이지만, 미드를 보며 발음을 익힌 영어 실력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영어 말고 할 수 있는 외국어가 있냐"는 질문에 "일본어는 영어보다 더 잘한다"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외국어 특기자로 대학교에 입학했다며, 앞으로 영어와 일본어를 수단으로 더 많은 캐릭터에 활용하고 싶다는 당당한 포부도 전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단단하면서도 여린 상반된 매력이 엿보였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과 출신으로 동기들은 PD를 꿈꿀 때 혼자 연기하느라 아웃사이더를 자처했다고. 아역 출신도 아니고,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닌데,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했었다. 그는 의경 시절 연기에 매력을 느껴 연기 학원에 다니면서 꿈을 키웠다고 대답했다.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사진을 찍으면서 마케팅 쪽으로 취업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모델로 시작하게 되었다. 군 복무 중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나, 전역 후 무엇을 해야 하나 진로를 찾던 중 나를 두고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자신을 보여주기엔 모델보다는 영역이 큰 배우를 꿈꾸게 되었다. 주로 와인 바와 샐러드 가게 등에서 알바하면서 오디션을 100번 넘게 봤었다. 아무래도 평일 낮은 오디션이나 미팅이 자주 잡혀 바로 참여할 수 있는 강남에서 일했다. 평일 오후와 주말 알바로 생활비와 오디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 영화 <귀공자> 강태주 |
ⓒ 스튜디오앤뉴 |
그래서일까. 아이 같은 얼굴에서 군필자의 여유로움도 보였다. 인생 좌우명이 있다며 몇 가지를 읊어주었는데 내면에 어르신이 들어있는 것만 같은 반전 매력이었다.
"사실 유리 멘탈이지만 자신을 믿으려고 한다. 무엇보다 멘탈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설레발치지 말자, 일희일비하지 말자,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될 놈은 된다. (웃음) 영화에 피해 주지 않도록 아프지 말고 현장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울지 말기를 목표했다. 힘든 시기에는 요가의 도움도 받았고 몸 쓰면서 잡생각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집에 혼자 있으면 안 좋은 생각에 끝을 달려서 오히려 친구들을 만나거나 산책하면서 해소하려고 한다."
오전부터 강행한 인터뷰 스케줄에 지칠 법도 한데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행복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눈물을 글썽였다. 현장에서는 울지 않겠다는 목표 달성에 성공했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서른을 앞두고 한 사람의 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노라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부모님은 제가 작은 역할을 해도 좋아해 주셨다. 연기 시작한 지 5년 만에 큰 스크린에 초대해 보여 드릴 수 있어 기뻤다. 용산 시사회 때는 목포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오셨는데, 대견해하셔서 찡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20대의 끝자락에 초신성이 된 만큼 앞으로의 30대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자 "한 단계씩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가면서 큰 힘이 배웠다"면서 "20대의 끝에 실력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와 케미도 중요함을 깨달았다.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는 크게 스트레스받지 말 것을 다짐했다. 30대에는 더 깊은 감정연기를 해보고 싶다. 오피스물, 로맨스물도 환영이다. 마르코는 <귀공자>에서 유일하게 총을 쏘지 않는다. 다음에는 귀공자나 한 이사처럼 멋진 슈트도 입고 총도 쏘고 싶다"라며 총격 액션을 향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제2, 제3의 강태주가 될 예비 신예에게 한마디 하겠냐고 했더니 주저 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 역할은 강태주가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는 배우, 믿고 볼 수 있고 개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긍정 바이러스를 전했다.
강태주는 매일 자신의 이름과 <귀공자> 리뷰를 찾아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멘트는 "강태주? 누군지 몰라서 찾아봤더니 해외파도 아니고 신인 배우네"라며 궁금해하는 관객의 관심이었다고 말했다. 우연한 검색이 오히려 반갑다며 정보가 많이 없어서 더 찾아보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다가올 미래를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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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장혜령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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