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유해진의 오랜 우정, 그 시작이 된 영화
[양형석 기자]
만 50세 동갑내기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은 영화계를 대표하는 절친으로 유명하다. 배우 데뷔 전,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던 이정재와 정우성은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에 함께 출연하며 관객들을 설레게 했다. 작년에는 이정재가 연출한 영화 <헌트>에 정우성이 주연으로 출연했고 두 배우는 지난 2016년 '아티스트 컴퍼니'라는 회사를 함께 설립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는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이 대표적인 절친으로 꼽힌다. 8세 때부터 알고 지낸 두 사람은 지난 1997년 영화 <굿 윌 헌팅>의 각본을 함께 쓰고 영화에도 직접 출연하며 아카데미 영화제 각본상을 공동 수상했다. 두 사람은 <굿 윌 헌팅> 이후 각자 활동하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했고 올해 벤 에플렉이 연출한 영화 <에어>에 맷 데이먼이 출연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 <이장과 군수>는 차승원(위)과 유해진이 공동주연으로 출연한 유일한 영화다. |
ⓒ CJ ENM |
시골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
<이장과 군수>는 가상의 충청도 산골마을 강덕군 산촌2리를 배경으로 만든 휴먼 코미디 영화다. 사실 거리마다 고층빌딩이 서 있고 차량이 질주하는 도시 배경의 영화도 재미있지만 한적한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사실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촬영 공간섭외 등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어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시골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한국 영화 중 가장 유명한 영화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이 나온 현재도 봉준호 감독 최고의 걸작으로 꼽는 관객이 적지 않은 <살인의 추억>이다. 1986년부터 1991년에 걸쳐 소도시의 반경 2km 안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살인의 추억>은 탄탄한 스토리와 봉준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로 지금까지도 한국영화 최고의 범죄 스릴러로 불린다.
전도연과 이병헌의 풋풋하던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역시 1960년대 강원도 산속 마을을 배경으로 만든 로맨스 영화다. <내 마음의 풍금>은 17세의 늦깎이 초등학생이 다니는 학교에 21세의 미남 총각선생님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홍연 역의 전도연은 <내 마음의 풍금>으로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최고의 배우로 발돋움했다.
'시골배경의 영화'하면 유승호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한 <집으로...>도 빼놓을 수 없다. <집으로...>는 충청북도 영동군의 산골 마을을 무대로 여름 동안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진 어린 외손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유승호의 귀여운 연기에 미소 짓던 관객들이 손자를 돌려보내고 쓸쓸히 집으로 돌아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쳤던 영화 <집으로...>는 서울에서만 157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이가라시 다이스케 작가가 그린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의 삶에 지쳐 고향으로 내려온 주인공이 직접 음식을 만들며 과거의 기억과 상처들을 치유하는 힐링 드라마다. 실제로 배우와 제작진이 1년 동안 시골에서 제철음식을 만들며 촬영을 했던 <리틀 포레스트>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현재는 스타배우가 된 김태리와 류준열, 진기주의 신예 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 <이장과 군수>에 공동주연으로 출연한 차승원(오른쪽)과 유해진은 2015년 예능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할 정도로 절친이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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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과 유해진은 1999년 <주유소 습격사건>을 시작으로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특사> <혈의 누> <국경의 남쪽>까지 많은 작품에 함께 출연했다. 하지만 차승원이 톱모델 출신으로 데뷔 초부터 많은 주목을 받으며 일찌감치 주연으로 올라선 것에 비해 유해진은 주연으로 성장할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함께 출연한 작품들에서 차승원과 유해진이 실제로 연기 합을 맞추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유해진은 <주유소 습격사건>의 용가리를 시작으로 <공공의 적>의 용만, <광복절특사>의 짭새, <왕의 남자>의 육갑, <타짜>의 고광렬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장과 군수>를 통해 주연으로 차승원과 재회했다. 유해진이 천천히 성장하는 동안 차승원은 <신라의 달밤>과 <광복절특사>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를 연속으로 흥행시키며 충무로 최고의 코미디 배우로 자리를 굳히고 있었다.
당대 최고의 코미디 배우와 충무로를 대표하는 신스틸러가 만난 영화 <이장과 군수>는 전국 125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이었던 150만 관객에는 아쉽게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장과 군수>는 많은 영화를 함께 했지만 좀처럼 가까워질 기회가 없었던 1970년생 동갑내기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의 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된 영화다. 그로부터 8년 후 두 사람은 <삼시세끼>에서 <이장과 군수>를 다시 보며 그 시절을 추억하기도 했다.
<이장과 군수>에서는 차승원이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망가지는 연기도 마다하지 않는 반면에 유해진이 연기한 대규는 상대적으로 코미디 요소가 적었다. 코미디 연기에 있어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유해진이 코믹 연기를 자제한 것은 후반으로 갈수록 커지는 드라마 요소를 보여주기 위한 장규성 감독의 의도적인 캐릭터 설정이었다. 실제로 유해진은 코미디에만 몰두했던 여느 작품들과는 다르게 감정적인 연기를 많이 선보였다.
2003년 두 번째 장편 영화 <선생 김봉두>로 뛰어난 코미디 감독으로 인정 받은 장규성 감독은 2004년에도 바닷가 작은 도시의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염정아, 이세영 주연의 <여선생 vs. 여제자>를 연출했다. 2007년 <이장과 군수>를 통해 세 편 연속으로 시골배경 영화를 만든 장규성 감독은 2010년대 들어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어린 의뢰인>이 연속으로 흥행에 실패하면서 슬럼프에 빠져 있다.
▲ 전원주 배우가 연기한 대규 어머니는 원수처럼 지내던 춘삼과 대규가 화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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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나미칠 역으로 유명세를 탔던 최정원은 <이장과 군수>를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최정원이 맡은 역할은 면사무소 직원 남옥 역이었는데 <이장과 군수>가 두 남자의 갈등과 화해를 주제로 한 영화였기 때문에 남옥 캐릭터는 메인 스토리에서 큰 비중과 역할을 차지하지 못했다. 실제로 영화 초반에는 춘삼과 러브라인이 나오는 듯했지만 두 캐릭터의 '썸'은 후반으로 갈수록 흐지부지하게 끝난다.
호쾌한 웃음이 트레이드마크인 전원주 배우는 <이장과 군수>에서 군수가 된 대규의 어머니로 출연했다. 대규가 춘삼이 넣은 민원을 들어줄지 말지 고민할 때도 대규 어머니는 '친구 부탁인데 어지간하면 들어주라'며 춘삼의 편을 들어준다. 그리고 춘삼의 어머니 기일에는 춘삼의 집에 찾아와 제사를 돕기도 했다. 대규와의 라이벌의식 때문에 대규의 반대편에 서 있던 춘삼도 대규 어머니와의 만남 이후 대규에 대한 분노가 많이 누그러졌다.
<이장과 군수>가 개봉하기 1년 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통해 천만 배우가 된 변희봉 배우는 <이장과 군수>에서 강덕군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는 <이장과 군수>의 빌런 백사장 역을 맡았다. 백사장은 춘삼을 비롯해 전직군수 최태우(연규진 분), 부군수(배일집 분) 등을 포섭하지만 대규의 대쪽 같은 반대로 좀처럼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다. 백사장은 자신의 사업진행이 여의치 않자 대규의 차에 뇌물을 실어 대규를 '비리군수'로 만들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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