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을 이미지가 아닌 직업으로 봐주세요"

이나혜 2023. 6. 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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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우상은 안녕한가요②] 8년 객실 승무원으로 일한 김도희씨

[이나혜 기자]

드라마를 보면 한 번씩 꿈꾸지 않는가? 어릴 적 거실 속 TV가 세상의 한계와 가능성을 정했다. 그중 미디어다 나타내는 '직업'에 주목했다. '직업'은 누군가가 선망하는 대상이다. 어떻게 묘사되는지 더욱 중요하다. 이 묘사가 타인의 직업에 대한 부당한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건 아닌지, 근거 없는 적개심은 나타내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특히 그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과 '직업인'들에게 말이다. 사회의 편견은 미디어에서 나타내는 묘사로부터 공고히 되지 않을까? "드라마는 좀 드라마로 봅시다" 같은 말을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한다. 

올 한 해 화제작 <더 글로리> 속 '스튜어디스 혜정아'가 유행어로 번진 것에 주목했다. 제복을 입는 승무원은 다른 직업보다 선입견에 휩싸이기 쉽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유독 '혜정이'에게만 '직업적 수식어'가 붙는다. 이는 승무원에 대한 부당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2023년 승무원에 대한 미디어의 묘사는 어떨까. 극 중 혜정이는 다소 성적으로 묘사되고 탐욕스러운 캐릭터다. 물론 이 드라마가 직업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들이 승무원에 대해 가지게 될 고정관념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필요하다. 당사자들이 꿈꾸기를 멈추지 않도록, 자부심을 가지고 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우리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러야 할까. 당신의 우상은 안녕한가요?  - 기자말

"승무원을 이미지가 아닌 하나의 직업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지난 5월 26일 아시아나항공 탑승객이 항공기 착륙 도중 강제로 비상문을 연 것에 이어, 최근 제주항공 승객이 비행 도중 탑승구를 열려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시아나 승무원은 열린 비상구로 탈출하려는 승객을 온 몸으로 막았고, 제주항공에서는 이상행동을 미리 감지하고 승객을 제압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이에 승무원의 안전 업무가 주목 받았다. 그들은 사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었다. 

우리는 그들의 업에 대해 단지 1~2%만 알고 있을 수 있다. 승무원은 승객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안전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승객은 승무원을 서비스로 만나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을 책임진다. 큰 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은 직접 겪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그 공간에서 어떤 일이든 대처할 수 있는 건 오직 훈련 받은 승무원뿐이다. 방송에서 비추지 않았던 승무원이 가지는 책임은 무엇일까. 
 
 서울의 한 카페에서 8년 동안 객실 승무원 일을 한 김도희 전 승무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나혜
지난 5월 10일 외항사 에미레이트, KLM과 국내 항공사 에어 프레미아에서 8년 동안 객실 승무원으로 일을 하고 6개월 전에 퇴사한 김도희 승무원(36)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직접 만난 김 승무원은 미디어에서 흔히 비추던 승무원 '이미지'가 아닌 안전을 위한 일을 '업'으로 삼는 직업인이었다. 미디어에서 왜곡된 시선으로 묘사하는 승무원에, 우리는 고정관념에 쌓인 채로 그들을 바라보지 않았는지. 그에게 승무원의 '업'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김 전 승무원은 미디어를 통해 생성된 편견이 직업을 실질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연령층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저 같은 경우에는 8년 동안 이미 비행을 한 사람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일에 대한 프라이드도 있고 실제 승무원이 서비스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대신에 미디어를 통해 생성된 편견 같은 것들이 직업을 실질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나이대의 사람들인, 승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지망생들한테 '내가 이 직업을 택하는 데 있어서 나도 이렇게 비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한 학생은 승무원에 대한 꿈을 꾸기 두렵다고 말했다. 외모 때문에 받는 '편견' 때문이다.

"얼굴이 예뻐야 하고, 몸매도 좋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미디어에서 그렇게 비추는데, 저는 그렇지 않은데 그 꿈을 꾸고 있다 보니까 주변 사람들이 '왜 들어왔냐'는 생각을 할까 봐 걱정돼요."

이러한 고민에 8년차 객실 승무원 김도희 씨는 실제 승무원의 업무는 외모적인 부분보다 '책임'이 뒤따른다고 조언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주눅'들지 말라고 한다. 

"유니폼을 입고 사람들에게 보이는 직업이기 때문에 외모적인 부분도 업무의 일부이지만, 그 외에 훨씬 더 큰 부분을 앞으로 책임져야 해요. 외모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입사를 하게 되면 '아 내가 생각했던 화려함이나 꿈꿨던 모습들이 다가 아니었구나. 나한테 이렇게 큰 책임이 있었네'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거든요.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보다는 업무에 대한 책임과 프라이드가 있게 돼요. 승무원을 준비하며 외모를 가꿔야 되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만 판단된다는 것에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 전 승무원은 그간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승무원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예쁘게 치장하고 서비스만 하는 사람들로 보여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 <더 글로리>에서 가장 부정적으로 본 것은 '기내에서의 성희롱 장면'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내에서 성희롱을 하면 경찰에 연행되거든요.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제지를 받거나 그 이후의 절차는 나오지 않잖아요. <더 글로리>에서 그런 모습들이 재미있게 묘사되는 것으로 인해 사람들로 하여금 '나도 저렇게 해볼까?'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까 걱정돼요. 쉽게 생각할까 봐."

김 전 승무원은 일을 한 지 10년 가까이 됐다. 그는 과거보다 현재 승무원에 대한 인식은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미디어가 승무원의 안전 관리 모습보다 외모나 서비스적인 모습만 나타내는 것에 아쉬움을 표현한다. 

"혜정이가 매번 비치는 모습이 화장을 고치는 모습인데 이를 미디어가 너무 집중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도 저희 업무의 일부거든요. 유니폼을 입는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의 브랜드를 대표해요. 그렇기 때문에 유니폼에 맞는 스탠더드를 지켜야 해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단정함을 유지해야 하고요. 하지만 저희 일의 1~ 2%만 보이는 것들에 안타깝고 아쉬움이 들어요."
 
 김도희 전 승무원이 객실 승무원 일을 하고 있을 때 모습이다.
ⓒ 이나혜
 김 승무원이 비행에 가고 있다.
ⓒ 이나혜
 비행에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 이나혜
    
안전을 위하는 승무원의 실제 '업'…"입사하고 180도 바뀐다"

외모적인 모습이 곧 예쁨의 요소보다는 단정함이나 자기 관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승무원이 실제적으로 하는 업무와 노력에 대해 말한다. 그는 승무원 입사 후 180도 바뀐다고 한다.

"승무원 면접을 준비할 때는 외적인 모습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사실 입사하고 나서부터는 그런 게 다 사라져요."

어떤 회사도 신입사원 교육이 승무원만큼 길게 이뤄지는 경우는 없다. 매주 시험을 보고 통과하지 못하면 즉시 탈락한다. 

"비행에 투입되기 이전에 8주에서 12주 신입사원 훈련을 받아요. 어떤 일반 회사도 신입사원 교육이 이렇게 길게 이뤄지는 경우는 없어요. 12주 중에 ⅔ 이상은 안전 관련 훈련을 받아요. 테러, 승객 탈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수행하는 안전 절차, 보안 업무, 응급처치 등을 배웁니다. 그리고 나머지 1, 2주를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비스에 대해 훈련을 받아요. 그러고 나서 매주 시험을 보고 통과하지 못하면 탈락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 자격을 얻게 되면 내가 생각했던 화려한 모습들은 잊게 되고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게 된다. 훈련을 마치고 비행기에 투입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시험에 시험이 반복된다. 

"승객이 탑승하기 2시간 30분 전에 브리핑실에 모여요. 안전 관련 사항을 확인하고 안전 매뉴얼 지식 테스트를 합니다. 거기서 대답을 하지 못하면 비행에서 제외돼요." 

그 후 바로 승객을 받는 게 아니다. 안전과 보안 점검을 한다. 비행기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판단이 되면 그때부터 승객이 탑승한다. 탑승할 때도 승객의 보딩만 돕는 게 아니다. 

"승객이 탑승하시면 저희가 보딩과 짐만 도와 드리는 게 아니라, 승객을 스캔합니다. 위험 요인은 없는지, 이 사람들을 다 데리고 비행기가 떠도 상관없는지 확인하면서 탑승 수속을 합니다."

안전 영상을 틀어주고, 비상구열 브리핑을 실시한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이륙한다. 그 다음에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서비스가 이뤄진다. 승무원이 기내를 다닌다. 하지만 그냥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승무원들이 기내를 그냥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깜깜한 상황에서 위험 요소는 없는지, 쓰러져 있는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며 돌아다닙니다."

착륙하게 되면 바로 내리지 않고 보안 점검을 다시 실시한다. 이것까지 마무리되면 비로소 승무원의 업무가 끝난다. 안전 관리는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모든 항공사에서 이뤄진다.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비행기가 뜰 수 없다. 

"승객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안전 업무를 수행합니다." 
  
직접 겪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신입 시절 승객들의 말 한마디가 상처가 됐다. 자신이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했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고충도 있지만 오랜 비행을 하다 보면 다 사라진다고 한다. 그는 안전 업무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실질적으로 장거리 비행을 하게 되면 비행기가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이 겪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거든요. 쓰러지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한 비행에 한두 명씩은 꼭 쓰러져요. 그때 잘 대처하고 응급조치를 빨리 시행하면 비행기에서 내리실 때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에 가장 보람을 느껴요."

김 전 승무원은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말아라'라고 기도를 하고 비행기에 탑승한다. 예상할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예상하며 대처해야 한다. 

"비행기는 한정된 공간이잖아요. 비행기가 뜨면 누구도 나갈 수 없고 이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돼요. 그렇기 때문에 승무원은 항상 예상치 못한 상황을 예상해야 해요. 그 상황이 일어났을 때 대처해야 하는 법을 알아야 하고요. 브리핑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항상 주의를 시켜요. 그래서 비행을 시작할 때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말아라'라고 기도를 하고 탑니다."

"승무원도 하나의 직업입니다"

그는 승무원을 하나의 직업으로 봐달라고 당부한다. '이미지'가 아닌 '직업'으로 말이다. 

"지금 보이는 모습이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승무원을 하나의 직업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승무원을 이미지로 많이 생각한다. 국내 항공사 같은 경우는 예쁘장한 사람으로 보는데, 저희가 실질적으로 하는 업무, 직업 그대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안전 업무라는 인식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비행기 안에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승무원뿐이기 때문이다. 

"저희와 서비스로밖에 만날 수 없지만 그 외에 하고 있는 일들이 안전 업무라는 인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비행기에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거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사람들은 훈련받은 승무원들밖에 없거든요. 그런 인식이 조금씩 생기면 비행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비행 시절, 아이 엄마가 화장실을 간 사이 아이를 돌봤다. 에미라이트 항공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기념으로 찍어주는 서비스로 승객과 추억을 남겼다.
ⓒ 이나혜
 
그는 승무원을 '멀티 플레이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기에는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이지만, 사실 비행기 안에서는 안전 관리자가 되기도 하고, 보안요원이 되기도 해요. 응급처치를 하기도 하며, 아이 분만을 돕기도 하고, 통역사도 됩니다. 정말 많은 것들을 해야만 하는 업무다 보니까 '멀티플레이어'라 생각해요."

그는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모든 승무원이 그렇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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