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노숙인 돌보는 따뜻한 손…“강석분 목사는 참 좋은 엄마같은 존재”
부산역 광장은 늘 오고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들면 지금보다 서너 배 많다. 이곳에는 여행 온 사람, 출장 온 사람, 일하는 사람 그리고 노숙자들이 있다. 노숙인 수는 코로나 이전보다 줄었지만 아직도 많은 노숙인들이 부산역 광장을 자신들의 안식처로 생각한다. 이곳에서 노숙인들에게 가족과 같은 돌봄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따뜻한 손 선교회’ 대표 강석분 목사를 지난 27일 만나 동행 취재했다.
강 목사는 함께 사역하는 박은양 심리상담사와 함께 손수레 2개에 김밥, 물, 과자, 음료수, 파스, 양말 등을 담고 부산역 2층에 나타났다. 기자와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늘 같은 장소에 있는 노숙인에게 김밥과 음료를 주며 건강상태를 확인했다. 강 목사는 노숙인들이 어디에 누가 있는지 그에게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그들에게 엄마 같은 존재였다. 누군가에겐 친구처럼 그리고 누나처럼 그렇게 가족같이 다가섰다. 한 노숙인은 “우리 목사님이 오면 너무 기분이 좋다. 먹을 것과 입고 신을 것을 주고, 좋은 말씀도 해줘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10년차 베테랑 노숙인에게 강 목사가 파스를 전달하며 발목과 어깨를 만져주니 “병원에서 퇴원한 지 오래되어 많이 아픈데 강 목사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어느 날 노숙인들에게 주기도문 외우면 담배를 준다고 하니 한 노숙인이 “목사가 진짜 담배를 줘?”라고 물은 뒤 주기도문을 외우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진짜 담배를 주니까 그들도 ‘뭔가 다르다’고 생각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알고 보니 예전에 교회를 다녔던 사람이었다.
강 목사는 “지난 2018년 7월 부산역을 바라보며 노숙자들에게 떡을 전달하고 싶어 알고 지내는 교인과 함께 떡을 전했는데 그게 계기가 돼 지금까지 이 사역을 하고 있다”고 사역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사역을 하면서 무력감에 빠져 여자로서 사역에 한계에 닥쳐 포기하고 싶지만 노숙인들이 이 상황을 끊지 않으면 이 삶이 계속되고 누군가는 이 사람들을 케어해서 가정과 사회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많은 성도와 회원들이 ‘부산역 사역은 목사님만 하실 수 있는 사역이다’고 말해 놓지 못하고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숙인들은 딸이 와서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지만 여기가 편하다고 가족들이 찾아와도 거절하는 노숙인이 많다”고 덧붙였다. 강 목사는 “왜 이 분들이 떠나지 못하고 이런 생활을 계속하는 것일까 밥이나 생활용품을 준다고 끝날까 이게 항상 딜레마”라고 고민을 피력했다.
부산역 광장에서 만난 50대 중년 노숙인은 겉보기에 초등학생처럼 보일 정도로 깡 말라있었다. 그래서 ‘땅콩’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이 노숙인은 강 목사를 향해 “내 마음을 알아주고 아픈 곳을 만져주는 강 목사님을 눈물 날 정도로 좋아한다”며 “내 마음을 아는 분은 하나님과 강 목사님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좋아하는 찬송가가 있느냐고 물으니 바로 일어서며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요한복음 3장 16절을 인용한 복음성가를 거침없이 불러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역에 함께 동참하는 박은양 심리상담사는 “사회약자에 관심을 갖고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를 내 잣대로 판단하지 않아야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탈출보다는 현재 삶에 잘 적응하고 당장 변화보다는 그들을 인정해주면서 서서히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숙인은 정말 다양한 분류의 사람들이 섞여 있다. 그들에게 부산역 1층과 2층은 그들만의 계층으로 분류돼 있다. 1층은 삼삼오오 모여 술 문화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싸움과 다툼이 잦다. 그래서 안방마님 텃세가 심하다. 2층은 일반 노숙인들이 거주한다. 신문과 널빤지를 깔고 자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침낭을 갖고 다니는 로열패밀리도 있다. 이렇게 부산역은 그들만의 계층이 만들어진 셈이다.
강 목사는 노숙인 사역 외에 쪽방촌과 북한탈북자를 위한 사역도 준비 중이다. 어느 날 기도 중에 북한 아이들의 우는 소리를 듣고 소명을 받아 2021년 북한탈북자 카톡모임에 가입했고 2022년 숭실대 입학해 현재 통일지도자 석·박사과정 3학기에 재학 중이다.
강 목사는 “하나님의 형상 회복을 위한 사역으로 첫 번째 김일성 3대 우상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린 북한사역, 두 번째 사회적인 문제와 여건 때문에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린 부산역 노숙인 사역, 세 번째 가정형편 때문에 자기의 형상을 잃어버리고 보육원을 퇴소한 아이들 위한 사역이라고 강조하며 많은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역에 필요한 재정은 따뜻한 손 선교회 회원 60여 명이 만 원, 이만원씩 십시일반 모아서 마련하며 사례금으로 쓰지 않고 전액 노숙인 사역에 사용한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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