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렛 증후군에 노래 멈춘 가수... 십만 관객은 그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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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2일부터 25일, 영국 서머싯주에 위치한 농장 워디 팜(Worthy Farm)에서 2023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이 열렸다.
모든 관객이 그가 이 노래를 부를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관객들은 그에게 야유나 불평 대신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그러나 글래스톤베리의 십만 관객들이 그랬듯, 너른 마음으로 그를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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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파 기자]
▲ 브리튼 글래스톤베리 뮤직 페스티벌 4일차 루이스 카팔디가 2023년 6월 24일 토요일 영국 서머셋 워시 팜에서 열린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다. |
ⓒ AP/연합뉴스 |
지난 6월 22일부터 25일, 영국 서머싯주에 위치한 농장 워디 팜(Worthy Farm)에서 2023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이 열렸다. 글래스톤베리는 코첼라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상 최대의 뮤직 페스티벌이다. 쟁쟁한 아티스트의 공연 외에도 서커스, 예술,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즐비하다.
글래스톤베리는 올해에도 인상적인 장면을 여럿 만들었다. 인생 마지막 월드 투어인 'Farewell Yellow Brick Road'를 진행 중인 엘튼 존은 이곳에서 자신의 마지막 영국 공연을 선보였다. 이 공연은 엘튼 존의 52년 음악 인생을 축약한, 완벽한 공연으로 평가받았다.
전설적인 록밴드 푸 파이터스(Foo Fighters)가 깜짝 라인업으로 등장했고, 밴드의 리더 데이브 그롤은 건즈 앤 로지스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릭롤링'이라는 밈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1980년대 팝스타 릭 애스틀리 역시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국악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한국 그룹 '악단광칠'도 얼굴 도장을 찍었다.
가수가 노래를 멈추자 벌어진 일
하지만 명장면은 뜻밖의 순간 탄생했다. 토요일, 가장 큰 무대인 피라미드 스테이지에 스코틀랜드 출신의 가수 루이스 카팔디(Lewis Capaldi)가 올랐다. 1996년생인 루이스 카팔디는 멋진 중저음의 허스키 보이스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다. 2019년 발표한 발라드 'Someone You Loved'는 브릿 어워드에서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했고,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르며 그를 단숨에 스타로 만들었다.
모든 관객이 그가 이 노래를 부를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노래를 길게 이어 나가지 못했다. 수년 동안 그를 괴롭힌 투렛 증후군의 경련 증세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투렛 증후군은 의지와 상관없는 경련, 틱 증상이 지속되는 신경 질환이다. 그는 이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3주간 휴식 기간을 가졌지만 역부족이었다. 카팔디는 투렛 증후군 뿐 아니라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이 안겨준 트라우마, 불안 장애로도 고통받았다. 1집의 거대한 성공이 안겨준 부담감 역시 그를 짓눌렀다. 이 사연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루이스 카팔디 : 하우 아임 필링 나우>에도 잘 소개되어 있다.
▲ 월드 투어 취소 소식을 알리는 루이스 카팔디의 성명문 |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
글래스톤베리 공연이 끝난 이후 루이스 카팔디는 회복의 시간을 갖기로 했고, 남은 한 해 예정된 모든 월드 투어를 전격 취소했다. 루이스 카팔디는 팬들에게 보내는 성명문에서 "저는 아직 투렛 증후군에 적응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으며, 지난 토요일, 제가 사랑하는 이 일을 해 나가기 위해선 정신적, 신체적 건강 회복을 위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카팔디의 투어 일정이 전격 취소되면서, 오는 7월 29일 KBS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루이스 카팔디의 첫 내한공연 역시 취소되었다. 올여름 'Someone You Loved'의 라이브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 아쉽다. 그러나 글래스톤베리의 십만 관객들이 그랬듯, 너른 마음으로 그를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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