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운동과 학습 등 슬럼프 이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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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여학생 W는 골프선수다.
한때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슬럼프에 빠지면서 무기력해져 운동하기가 싫다.
W가 '체력운동은 끔찍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W에게 크로스핏 선수들처럼 운동할 때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각에 집중해 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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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여학생 W는 골프선수다. 한때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슬럼프에 빠지면서 무기력해져 운동하기가 싫다. 특히 평소 체력운동은 너무 힘들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조금만 운동해도 힘들어 포기하고 우울해진다.
유명한 ‘크로스핏’ 선수들에 관한 연구가 있다. 2파운드 무게를 몸에서 90도 각도로 들고 더 버틸 수 없을 때까지 지탱하게 했다. 첫 번째 집단에겐 팔을 90도로 유지하면서 자신의 모습에 집중하게 했다. 두 번째 집단에겐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즐거운 것을 생각하라고 말했다. 세 번째 집단에선 불편함을 수용하는 데 집중하게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세 번째 집단에서만 운동을 지속하는 능력이 25% 향상됐고 다른 두 집단에선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운동선수들에게 자신이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받아들여 관찰하고 알아차리도록 대응하는 것이 주효했던 거다. 일반적 트레이닝 방법에서 알려진 방식, 예컨대 운동할 때 느끼는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즐거운 것을 상상하는 회피적 방식이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게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 번째 방식, 즉 수용하는 방식은 자신의 통증과 괴로움을 수용하고 관찰하며 알아차리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 많이 줄여 줄 수 있다.
운동은 반복되는 훈련을 요구하기 때문에 어렵고 지루하거나 고통스러운 것이다. W가 ‘체력운동은 끔찍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교정하거나 멈추도록 요구한다면 이런 생각이 더욱 심해질 거다. 그렇다고 이런 생각에 빠져들면 운동을 시작하기가 힘들어지고 시작한 후에는 지속하지 못하게 방해할 거다.
W에게 크로스핏 선수들처럼 운동할 때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각에 집중해 보게 했다. ‘이 고통스러운 감각을 기꺼이 느끼자. 내가 의도적으로 이 감각을 만들어 냈다고 상상해 보자’고 했다. 그다음엔 주의를 주변 상황으로 옮기고 다시 자신의 몸으로 주의를 옮겨와 운동기구의 무게를 견디며 버티고 있는 다리의 통증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의 호흡이 어떤지 관찰하고 안의 소리, 공기의 냄새나 촉감에 주의를 기울이게 했다. 생각에 빠지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는 거다.
스스로 물어보게 했다. ‘20년 후 미래의 좀 더 성숙하고 현명해진 W가 지금의 W를 보고 있다면 어떤 말을 할지 상상해 보라’ ‘살아가는 데 W에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를 물었다. 우승 트로피를 따내는 목표 말고 그 너머에 있는 가치가 뭔지 물었을 때 W는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오늘 당장 훈련할 때 만나는 사람들부터 따뜻한 말로 인사하고 트레이너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는 행동을 해보자고 했다.
우승 트로피만을 생각했을 때와 비교해 작은 행동이지만, W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다가갈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느끼며 체력 훈련장에서 지내보자고 했다. 힘은 들지만,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운동을 해보자고 했다. 윗몸 일으키기를 몇 개라도 더 추가하기, 스쿼트를 평소보다 3번 더하기, 피해 왔던 기구에서도 조금이라고 운동해보기 등 구체적이고 작은 목표를 세워 실천하게 했다.
운동이든 학습이든 예술 활동이든 필연적으로 불안과 우울, 신체적 고통이나 심리적 슬럼프가 동반된다. 목표 너머의 꿈이 무엇인지 순간순간 인식하면서 순간의 감각에 집중하며 고통에 문을 열어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고통은 심해진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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