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세리머니, 상대 견제에 미소까지...'신개념 리드오프' 이진영은 ENFP랍니다

차승윤 2023. 6. 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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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진영.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의식해서 한 행동은 아닌데 나왔다. 따로 연습했던 건 아니다."

이진영(25·한화 이글스)은 지난 4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유명세를 탔다. 대타로 나서 쐐기 만루 홈런을 터뜨린 것. 끝이 아니었다. 홈런을 확신한 그는 시원하게 방망이를 던진 후 오른손을 치켜들어 홈팬들 앞에서 자신의 홈런을 자축했다. 말 그대로 '역대급' 빠던(배트 플립)이었다.

28일 대전 KT 위즈전에서도 시원한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이날 1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진영은 5회 무사 1루 상황에서 웨스 벤자민이 던진 초구 145㎞/h 직구를 공략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번엔 던지지 않았다. 대신 방망이를 그대로 치켜세운 뒤 타구가 넘어가는 걸 바라봤고, 홈런을 확인하자 천천히 방망이를 놓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4일 만루포에 버금가는 임팩트와 세리머니였다.

이진영의 홈런과 세리머니는 결과적으로 경기 분위기를 한화로 뒤바꾸는 결정적 한 방이 됐다. 1회 4실점하고 출발했던 한화는 이진영의 동점포로 완전히 기세를 가져왔고, 결국 7회 노시환의 결승포에 힘입어 6-4로 승리했다. 5연승이 끊길 위기였던 한화가 이진영의 스타성에 힘입어 6연승으로 분위기를 끌고간 거다. 전형적인 '되는 팀'의 흐름이다.

한화 이글스 이진영이 28일 대전 KT 위즈전에서 홈런을 친 후 3루 고동진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경기 후 만난 이진영에게 홈런의 비결을 묻자 "어제 경기에서 좋지 못한 모습(4타수 무안타 1득점 3삼진)을 보였다. 내가 세웠던 타석에서의 계획이 잘 안 돼 오늘은 훈련을 받으면서 다르게 하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전에 타격감이 안 좋았으니 홈런 타구도 넘어갈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타구 지켜보기'가 의도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이진영은 "의식해서 한 행동은 아닌데 (세리머니가) 나왔다. 따로 연습했던 건 아니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취재진이 MBTI를 묻자 그는 "ENFP"라고 답했다. 세리머니만 봐도 I(내향)가 아닌건 확실했다.  

홈런을 친 덕일까. 이진영이 6회 다시 벤자민과 마주하자 KT는 6이닝을 채우지 않고 투수를 교체했다. 투구 수 여유가 있었지만, 이진영과 재대결을 노골적으로 피한 거다. 당시 중계 화면에 잡힌 이진영은 이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진영은 "나까지 오면 투수 교체를 할 거라고 미리 생각하고 있었는데 (교체가 돼) 그랬다. 다음 투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신 있게 맞이한 타석에서 해결사가 되진 못했다. 크게 헛스윙하다 삼진으로 물러났고 너무 스윙이 커 주저앉았다. 이진영은 "일단 제가 해결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다. 원하는 코스에 와 떨어지는 걸 노리자 생각했는데 직구로 들어왔다. 맞히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이진영은 한화 타순의 키 중 하나다. 한화는 4월 노시환과 채은성의 맹타에도 앞뒤 타자를 찾지 못해 곤경을 겪었다. 잘 치던 타자도 1·2번에 배치되면 부진했다. 노시환과 함께 타선을 이끌어야 할 정은원의 부진도 길어졌고 브라이언 오그레디는 부진 끝에 퇴출됐다.

여러 후보군을 시험해 본 결과 최상의 결과가 이진영이었다. 이진영은 전통적인 리드오프와 거리가 멀다. 올 시즌 타율이 0.230에 불과하고 161타석에서 기록한 삼진이 45개(타석당 삼진 비율 28%)나 된다. 대신 2루타 7개와 홈런 4개를 기록하는 장타력, 볼넷 28개와 출루율 0.371을 기록하는 선구안을 갖췄다. 고타율이 필요하다는 선입견만 버린다면 충분히 훌륭한 리드오프다.

이진영은 "최근 타격감이 좋고 출루를 많이 하고 있어서 감독님이 믿고 내보내주시는 것 같다"며 "아직은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 받고 우익수로 나가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수비에 대해서도 최원호 감독의 신뢰가 두텁다.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가 왔는데도 수비 중요도가 높은 우익수로 이진영을 고정했다. 송구는 이진영이 팀 내에서 가장 낫다고 판단해서다. 이진영은 "캐치볼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외인이니 윌리엄스가 나보다 낫지 않을까"라면서도 "내가 어렸을 때는 투수였다. 그래서 던지는 건 자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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