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 맛있어지는 온도는?’…치킨만 연구하는 치킨대학 가보니 [쿠킹]
대학을 다녀왔다. 치킨만 배우는 이상한 대학이다. 치킨 하나 배우는데, 규모도 엄청나다. 경기도 이천 마장면 설봉산 자락 25만7000㎡(7만8000평) 대지에 크고 작은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배울까. 지난 20일 이곳을 다녀왔다.
치킨이 맛있게 튀겨지는 온도는? 식어도 잡내 없는 치킨의 조건은? 이런 것을 가르치는 대학이 있다. 창조관, 혁신관…. 건물 이름만 보면 일반 대학인가 싶지만, 아니다. 이곳은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치킨대학이다. 이름 그대로 맛있는 치킨에 대해 배우고 만들어보는 치킨 전문 교육기관이다.
치킨대학의 영감은 햄버거에서 나왔다. 1961년 미국 일리노이 주에 맥도널드가 설립한 햄버거대학이다. 햄버거대학은 교육을 통해 전국 매장의 서비스와 맛을 통일하고 표준화하여 맥도날드의 성공을 이끈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비비큐는 2000년 같은 목적으로 치킨대학을 세웠다. 비비큐 예비 점주들은 2주간 이곳에서 합숙하며 이론 교육과 시험, 실습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다녀간 수만 3만 5000여 명. 2004년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치킨 요리 체험 프로그램인 ‘치킨캠프’도 시작했다. 맛있는 치킨을 배우러 대학을 찾은 이가 5만 명이 넘는다. 비비큐 커뮤니케이션실 이창환 과장은 “최근 치킨캠프는 K-FOOD의 열풍 덕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라고 설명했다.
자 대학에 입학했으니, 맛있는 치킨을 찾는 배움의 여정을 떠나볼까. 교육은 비비큐 R&D센터 ‘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 한희성 셰프가 맡았다. 음식의 맛은 좋은 재료로부터 온다. 치킨 역시 마찬가지. 닭고기가 제일 중요하다. 치킨대학에 입학한 실습생들은 닭고기 손질부터 배운다. 날개, 꼬리, 가슴 등 뭉쳐있는 지방을 찾아 자르고 핏물을 뺀다. 한 셰프는 "소고기나 돼지고기처럼 닭도 핏물을 제거해야 잡내 없는 맛있는 치킨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료 손질이 끝났다면, 마리네이션(Margination)을 할 차례다. 염지 된 닭고기에 특제 시즈닝을 고루 발라 재우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닭고기가 부드러워지고 맛과 풍미가 높아진다. 마리네이션 시간은 최소 2시간에서 24시간. 누가 치킨을 패스트푸드라고 했는가. 완벽한 슬로 푸드다.
여기서부터 기술이 들어간다. 마리네이션까지 마친 닭고기는 1차로 물반죽을 입히고 2차로 파우더를 덧 입힌다. 파우더가 잘 입혀졌다면 한 손에 한 조각씩 치킨을 들고 두 손을 톡톡 쳐 여분의 튀김옷을 털어낸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감각의 싸움이다. 튀김옷이 너무 두껍지 않고 균일해야 바삭한 치킨이 완성된다.
충분히 달궈진 올리브오일에 미끄러뜨리듯 치킨을 넣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이렇게 넣어야 치킨 겉면에 바삭한 식감과 씨즐링을 선사하는 컬(Curl)이 꽃처럼 피어난다. 다음은 안전상의 이유다. 기름에 치킨을 퐁당 넣었을 경우 화상의 위험이 있다. 이대로 10분간 튀긴다. 그리고 건져내 1분간 튀김망 위에서 식히면 끝! 먹어보나 마나다. 이건 그냥 맛있다.
안혜진 쿠킹 기자 an.hyejin@joongang.co.kr
■ 치킨대학 체험해보려면…
「 일반인 체험캠프는 치킨대학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2시간 동안 강사와 함께 황금올리브 치킨 한 마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참가비는 1인당 2만원(아이와 2인 1조로 체험 시 참가비 동일). 체험 후 직접 만든 치킨이 제공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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