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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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되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외롭고 저주받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암 판정을 받는다면, 보호자나 주변 사람 이전에 환자 자신부터 변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합니다.
또 다른 환자는 암이 재발한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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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잘 해주면 잘 해주는 대로 ‘내가 곧 죽을 사람이라 잘 해주나 보나’라고 생각하고, 잘 못 하면 잘 못 하는 대로 ‘내가 얼마 못 산다고 무시하는 구나’라고 짜증을 냅니다. 아무도 나의 처지를 대신할 수 없고 내가 이렇게 힘들다는 걸 몰라주는 게 섭섭하고 외로워집니다. 그러다 보면 이래도 짜증, 저래도 짜증인 까다로운 사람이 돼갑니다. 이쯤 되면 가족들도 서서히 지치기 시작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하지요. 의사도 인간인지라 이런 환자는 일단 피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기도 합니다.
암 판정을 받는다면, 보호자나 주변 사람 이전에 환자 자신부터 변해야 합니다. 환자 스스로 매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죽음을 향한 열차에 타 있는 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그 열차가 몇 개의 역에 들릴 것인지, 나는 어떤 간이역에 내려 여행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내가 당장 여행 가방을 든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천천히 생각해 보는 게 좋습니다.
아름다운 태양 아래서 새 소리를 들으며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여는 아침, 즐거운 식사…. 하루를 24시간이 아니라 1000시간, 1만 시간의 개념으로 생활한다면 암으로 빨리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심리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합니다. 병실 밖으로 바라보는 하늘이 맑고 아름답다면 그 하늘에 빠져 보고, 가족과 이야기하는 것이 더없이 좋다면 지금 바로 웃으며 이야기하고, 추억으로 남길 행복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세요.
지상에서 남은 마지막 날들을 어떻게 쓸지 천천히 계획해보면 더 좋습니다. 분노하거나 슬퍼하고 미워하며 한이 맺혀 우왕좌왕하며 보내는 동안에도 생명의 시간을 쉼 없이 흘러갑니다.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분명한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여생의 모습은 바로 남을 위하는 것입니다. 제 환자 중에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열심히 한 분이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밥도 푸고 열심히 나눠주는 일도 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이라는 생각으로 보람 있는 일을 찾아 봉사 활동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그 일을 3년간 하며 건강이 좋아졌습니다. 그 분은 삶을 덤으로 얻은 것이라 생각하고 지금 더 열심히 행복하게 사십니다.
또 다른 환자는 암이 재발한 상태였습니다. 남은 인생 동안 주변 환자들의 말을 들어주고, 고민을 상담해주고, 그들이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진정한 친구가 돼 주었습니다. 병실을 돌아다니며 다른 환자들을 위로하는 말을 건네던 그 분을 모두가 사랑했습니다. 그 분이 돌아가시던 날 모두가 그녀를 위해 기도하고 찬송했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 아름다운 섬김을 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때로는 삶이 죽음보다 못한 경우가 있고, 죽음이 삶보다 아름다운 경우도 있습니다. 진정한 삶이란 어떤 경우든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다 죽는 것입니다. 죽음을 향해 가는 특급열차를 탔다면 멈추지 않을 기차를 멈추게 하느라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그 기차를 타고 가면서 진정한 삶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사랑하고 축복하세요. 저 역시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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