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정책 쏟아내는 법무부… '인구 공백' 해결 방안되나

김형민 2023. 6. 29. 07: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0여일간 9개 정책 발표

법무부가 지난 5월19일 ‘세계인의 날’ 기념식을 기점으로 외국인 인력 유치를 활성화하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놔 눈길을 끈다. 지난달 19일부터 29일까지 40여일 동안 외국인과 관련된 정책 9건을 검토하거나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추진하게 된 배경과 기대하는 효과, 목적은 명확하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 정도로 크게 발생한 인구 공백을 외국인들의 활발한 참여로 메우고 그런 가운데서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우수인재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저출산·고령화로 우리나라의 ‘인구절벽’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온 행보여서 더욱 주목된다.

외국인들이 활발히 다니고 있는 인사동의 한 거리. 법무부는 6월 한 달 간 외국인정책을 9건 추진 또는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 "미래에는 외국인들의 자발적인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외국인 정책을 추진하는 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것이고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우리 경제 성장에 필요한 우수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우선 우리나라를 들어오는 관문인 인천국제공항부터 바꿨다. 출입국 심사 환경을 개선해 외국인들이 빠르고 편리하게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혼잡한 시간대에 심사관을 추가로 배치하고 입국심사가 빨리 끝난 국민 심사장은 외국인용으로 전환, 전산시스템 속도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다음달 3일부터는 무사증입국 가능 국가 국적자가 우리나라에 입국하기 위해 필요한 전자여행허가 이용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17세 이하 청소년과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자여행허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력 수급이 시급한 농어촌, 산업, 대학 현장에는 검증된 우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손봤다. 파종·수확기에 우리 농어촌에 고용돼 일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체류 기간을 기존 5개월에서 1회에 한해 3개월 내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대 8개월간 취업이 가능토록 허용했다. 산업현장에선 장기간 단순 노무에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체류자격 전환에 필요한 근무 기간 요건을 5년에서 4년으로 줄였다. 또 기업이 규모에 관계없이 숙련기능인력을 최대 8명까지만 고용할 수 있었던 것을 우리 국민 고용인원의 20% 범위에서 기업 규모에 따라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서 한 장관은 전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숙련기능인력에 대한 쿼터를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3만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현장에서 인력 부족 문제의 해소가 단기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도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21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에서 열렸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아시아경제DB

학생이 부족해 시름하는 지방대들을 돕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비자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유학 비자 발급 때 필요한 재정능력 심사기준을 낮추고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학 활동 병행도 가능해지도록 했다. 유학생의 한국어능력 입증 방식은 한국어능력시험 외에도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 세종학당 한국어 등으로 다양화하기로 했다. 우리 경찰 등에 테러 위험이 의심되는 외국인을 제보하고 증거수집 활동에 협조한 외국인 A씨의 체류 기간 연장을 허가한 일도 있었다. 한 장관은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경우 외국인 체류자격 결정에 기여 내용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우리 문호를 개방하는 한편에선, 우리나라에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들을 단속하는 등 사회적 안전망 확보에도 신경 쓰고 있다. 외국인들이 밀물처럼 우리 사회에 밀려 들어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12일부터 불법체류 외국인들에 대해 정부 합동단속을 하고 있다. 단속은 다음달 31일까지 이어진다. 경찰청,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경찰청 등도 함께하고 있다. 마약 등 외국인 범죄와 불법입국·취업 알선 브로커 등을 중점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법무부는 앞서 지난 3~4월 1차 합동단속 때 불법체류·취업 외국인 7578명을 적발하고 이 중 6864명을 강제 퇴거하는 등 출국 조치했다.

국내에 머무는 불법체류자 숫자는 석 달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대응책이 시급한 상황인 것으로 법무부는 본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는 지난 3월 41만4045명에서 4월 41만7852명, 5월 42만2107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올해 초 다수의 ‘전세 사기’ 사건으로 많은 피해자가 나온 가운데, 지난 14일부터는 새로 이사할 집에 먼저 전입신고한 외국인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외국인체륙확인서 열람·교부 제도’도 시행됐다. 주택 매입, 임대차, 저당권 설정 등을 할 때 외국인 전입 유무를 확인하지 못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외국인들의 투자를 일정 부분 제한해 환경도 개선했다. 이날부터 공익사업 투자이민제도는 투자 기준금을 높였다. 이 제도는 법무부 장관이 지정·고시한 공익 펀드 등에 자본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경제활동이 자유로운 거주 또는 영주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반, 은퇴, 고액 세 가지로 나뉜다. 법무부는 일반 투자이민 기준금액을 5억원에서 15억원으로, 고액은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은퇴 투자이민은 폐지된다. 투자 기준금액이 3억원으로 낮고 만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향후 발생할 복지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제도를 유지할 필요성이 낮다고 법무부는 판단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외국인 정책을 시행하자는 기조의 일환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