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받는 한국 IT기업]구글에 잠식 당하는 한국, 정치권은 규제 혈안
6조 이상 추정 매출에도 법인세 고작 169억
토종 IT 기업 서비스 구글에 잠식
정치권은 규제 혈안
구글코리아(이하 구글)가 지난해 한국에 법인세 169억원을 납부했다. 네이버가 낸 법인세의 2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구글은 국내 기업으로부터 6조원 이상의 ‘통행세’를 거둬들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작 한국에서 번 돈이 아니라며 한국에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
구글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34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글로벌 최대 IT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고작 3449억원이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구글이 밝힌 매출에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마켓 플레이스토어에서 거둬들이는 수수료가 빠져있다.
번 만큼 내지 않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수수료는 ‘통행세’로 불린다. 앱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스토어를 거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IT 기업의 앱 서비스 모두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해 있다.
문제는 인앱결제 수수료가 30%에 달한다는 점이다. 구글은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통해서 콘텐츠를 결제하는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플레이스토어에서 네이버웹툰을 다운받아 1000원을 결제한다며 네이버웹툰은 구글에 수수료 3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구글은 인앱결제를 입점 업체에 강제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면서 게임에만 적용했던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전체 서비스로 확대했다. 하루아침에 음악, 웹툰, 이모티콘 등의 인앱결제 수수료가 2배가 됐고, 결국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구글이 벌어들인 앱 마켓 수수료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 앱마켓 수수료 매출을 한국 지역 구글플레이 비중과 광고 비중 등을 적용해 추산하면 최소 4조 2000억원에서 많게는 6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세금 문제는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현행 세법상 고정사업장이 없는 외국 법인은 구체적인 매출 현황이나 용역 내용을 신고할 의무가 없다.
조세 회피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점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매년 수천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으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국내 기업을 향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국내 기업의 서비스들은 구글에 대체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에 세금을 물릴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가 나온 바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주요 20개국(G20)·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포괄적 이행체계(IF)는 2021년 디지털세 도입을 합의했다. 디지털세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일정 매출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들에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에서 유입되는 세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디지털세 도입 보류를 요구했다. 관련 법 도입 시기는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쉽게 말해 구글이 한국에서 번 돈에 대한 세금을 미국에 낸다는 이야기다.
내몰리는 토종기업
동영상, 검색 등 주요 서비스에서 한국 기업들은 고전 중이다. 유튜브에 밀린 네이버TV와 카카오TV가 결국 수술대에 오른다. 사업 철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토종 동영상 서비스가 외산에 밀려 영영 사라질 위기지만, 이 순간에도 유튜버가 된 정치인들은 자신의 영상을 업로드하기 바쁘다. 네이버TV와 카카오TV에는 여야 정당의 공식 채널조차 없다.
이를 두고 IT 업계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수입차를 타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욕을 하면서도, 국내 서비스는 외면한 채 유튜브만 찾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삼성, 현대만 우리 기업이고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은 해외 기업인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의 무관심, 역차별 규제로 인해 토종 서비스가 자리를 잃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영상 서비스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네이버가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개편하면서 경쟁업체에 알리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네이버는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 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반면, 유튜브는 어떤 견제도 없이 빠르게 성장했다. 정치권의 관심만 봐도 알 수 있다. 네이버TV와 카카오TV에는 여야 정당의 공식 채널조차 없다. 유튜브에는 각 정당의 공식 채널은 물론, 자신의 의정활동을 알리기 위한 정치인들의 동영상이 매일 쏟아진다. 유튜브의 5월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4095만명으로 1위인 카카오톡(4145만명)을 바짝 뒤쫓았다. 둘의 격차가 50만명대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토종 서비스들도 위기다. 멜론, 지니뮤직, 플로, 벅스 등 국내 음악스트리밍 사업자는 지난해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으로 월 구독료를 10% 가량 인상했다. 반면, 구글의 유튜브 뮤직은 인앱결제 수수료의 영향 없이 빠르게 성장해 지난 4월 멜론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유튜브 뮤직이 광고 없이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에게 덤으로 제공된 것이 가파른 성장의 발판이었다. ‘끼워팔기’란 지적이 있었지만 이를 제재할 수단은 전혀 없다.
검색 시장 역시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했지만 지난달 기준 56%로 급락했다. 그사이 구글은 9%에서 35%로 급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국 기업이 검색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한국, 미국 등 손에 꼽지만 이대로라면 구글에 안방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
국내 IT업계는 '특혜'는 차치하고서라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차별'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 규제를 외국기업에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국내 업체들은 규제라고 쓰고 역차별이라고 읽는다.
실제로 국내 IT 기업을 향한 규제안은 지속 발의되고 있다. 내달 구체화될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위가 적발되면 사업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도 있는 고강도 규제안이다. 하지만 독과점 문제가 있어도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에게 사업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외에도 국내 기업들은 '개인정보 가이드라인'을 무조건 따르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은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이렇다 할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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