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못한건 세아이 걱정에…” 냉장고 영아 친모 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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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친모 A씨(34·여)가 "자수하고 싶었지만 남은 세 아이가 걱정돼 그러지 못했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A씨는 28일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변호인을 통해 중앙일보에 A4 한 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보냈다.
A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경기남부경찰청은 그를 살인 또는 영아살해 혐의로 오는 30일 수원지검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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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남편과 아이들…신상털기 멈춰 달라”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친모 A씨(34·여)가 “자수하고 싶었지만 남은 세 아이가 걱정돼 그러지 못했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A씨는 28일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변호인을 통해 중앙일보에 A4 한 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보냈다. 그는 2018년 11월 넷째 딸, 2019년 11월 다섯째 아들을 병원에서 출산한 뒤 각각 집과 병원 근처에서 살해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가구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는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편지에서 “(죽은 아기들이)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살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생활고와 산후우울증에 방황하던 저에게 찾아와 짧은 생을 살다갔다”며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기들이) 매일 매일 생각났다”면서 “셋째 아이가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자수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엄마 손길이 아직 많이 필요한 것 같아서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수해야지’ 늘 생각했다”고 적었다.
A씨는 “남은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엄마와 헤어지게 되면 얼마나 놀랄까. 씻는 법, 밥하는 법, 계란프라이 하는 법, 빨래 접는 법, 정리하는 법 등을 알려주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을 벌려고 첫 조사 때 거짓말을 했다”며 “당연히 구속될 거라는 생각에 남은 아이들에게 엄마 없이도 밥이라도 챙겨먹을 수 있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방송에서 비슷한 사건들이 보도될 때마다 먼저 보낸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면서 “여러 번 자수하고 싶었지만, 남은 세 아이가 아직 어리고 걱정돼 그러지 못했다. 오랫동안 방치해 먼저 간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많이 고통스러웠을 것에 가슴이 너무 아프고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의 신상 유출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아이들이 피신해 학교를 못가고 있다”며 “아이들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아이가 생각한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운 과도한 신상털기가 시작됐다. 저의 죄는 잘못한 만큼 달게 받겠다. 다만 저로 인해 남편, 아이들, 부모님 신상을 털고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은 제발 보호해 달라”면서 “저희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죄 없는 남편과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 평생 먼저 간 아이들에게 속죄하며 살겠다”며 글을 마쳤다.
A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경기남부경찰청은 그를 살인 또는 영아살해 혐의로 오는 30일 수원지검에 송치할 방침이다. 혐의 적용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함께 논의하고 있다. 살인죄가 적용될 경우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므로, 형의 상한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둔 영아살해죄보다 법정형이 무거워진다.
경찰은 A씨가 과거 한 차례 낙태 수술을 받았는데 비용 부담을 크게 느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넷째 아기를 출산하기 1년 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낙태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비가 250만원이었다. 남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남편에게도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남편은 여전히 아내의 출산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A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부부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셋째의 어린이집 원비 500만원 이상을 납부하지 못한 상태라고 매체는 전했다. 2018년과 2019년 살해한 아이들을 낳을 당시 산부인과 입·퇴원 비용은 미리 아껴둔 보건복지부의 임신출산진료비 지원 바우처(임신 1회당 100만원)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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