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사망정식' 나비효과...덕분에 열혈 시청자가 됐습니다

장한이 2023. 6. 2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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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재미있는 발상일 뿐... 곧 사라질 단어에 너무 큰 의미 부여하지 맙시다

[장한이 기자]

▲ 남편사망정식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에서 주상은(임지연 분)이 남편이 죽고 나서 짜장면을 먹고 있다.
ⓒ Genie TV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의 한 장면이 최근 큰 화제가 됐다. 이때 나온 신조어가 일부 남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모양이다. '남편사망정식' 이야기다.

극 중 남편이 사망한 후 아내가 미친 듯이 짜장면을 흡입하는 모습. 여기에 누군가 '남편사망정식'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고, 이 키워드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며 여기저기로 퍼져나갔다(관련 기사: '남편사망정식'? 임지연이 짜장면을 먹은 진짜 이유).

공개된 <마당이 있는 집>의 주요 내용은 '뒷마당에 나는 수상한 냄새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두 여자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가정 스릴러'다. 지난주 방영된 1, 2화에서는 남편 김윤범(최재림 분)의 아내를 향한 폭력 그리고 임신했음에도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아내 추상은(임지연 분)의 비참함이 극대화돼 나타났다. 그래서인지 남편이 사망 후 추상은이 짜장면을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이 더욱더 부각되었다.

신조어가 몰고온 갑론을박
 
 <마당이 있는 집> 스틸컷
ⓒ Genie TV
 
'남편사망정식'이라는 신조어가 기사화되면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남편사망정식'을 다룬 한 언론사의 포털 기사에는 약 66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댓글 통계를 보니 남자가 71%였다. 그중에서도 30·40 남자가 60%를 차지했다. 

댓글에는 남성들의 분노가 가득했다. '아내사망정식이었다면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남성 혐오'를 운운했고, '남자는 왜 늘 악인가', '남자 비하 그만', '저런 방송이 나오는데 누가 결혼하고 싶겠냐'라는 등의 분노가 넘실거렸다.
  
해당 신조어 덕분에 이 장면은 명품 연기 짤로 만들어졌고, 누군가에 의해 '남편사망정식'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까지 탄생했다. 개개인의 생각은 다 다를 수 있으니 존중한다. 이 말이 남자들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남자들의 이런 분노보다 '남편사망정식' 홍보 효과에 더 눈길이 갔다. 신조어 #남편사망정식을 만든 네티즌의 창의력에 살짝 놀라기도 했고.

아마 처음엔 별 의미 없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은 '남편사망정식'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방영 2회 만에 수십 개의 기사에 등장하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남편사망정식' 때문은 아니겠지만, 시청률도 상승하면서 4회에는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드라마 제작사는 고마울 일
 
 <마당이 있는 집> 공식 포스터
ⓒ Genie TV
 
논란이 있기 전, 이 드라마에 대해 전혀 몰랐다. 우연히 유튜브 쇼츠에서 주상은이 짜장면 먹는 장면을 본 기억은 있다. 다음 날 '남편사망정식'이라는 제목을 단 수십 개의 기사를 보았다. 이 부부의 사연과 드라마가 궁금해 퇴근길 넷플릭스에 접속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놀랐다. 첫 장면에 김태희(극 중 문주란)가 나와서. 대스타 김태희의 출연으로 홍보를 많이 했을 텐데도 나에게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런 내가 이 '남편사망정식'이라는 단어 때문에 이제는 열혈 시청자가 되었다. 신조어가 불러온 홍보 효과다.

드라마 시청뿐만 아니다. 발 빠르게 '임지연 정식'을 출시한 배달 애플리케이션도 재미있다. 시간이 지나면 반짝하고 사라질 용어겠지만, 노이즈 마케팅이 현재 부스터를 단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짜장면, 군만두, 콜라로 구성한 '남편사망정식' 메뉴 인증샷 릴레이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집에서도 매출을 톡톡히 올려주는 홍보성 아이템으로 활약 중이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모든 것은 결국 드라마 홍보로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의 의도치 않은 발상이 불러온 나비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인터넷에 던진 농담이 유행하며 이슈를 창출해내는 세상이다.

한편으로 이는 곧 사라질, 별 의미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단어에 분노하는 세상의 남자들이여, 이 신조어가 당신에게 던지는 비아냥은 아님을 기억했으면 한다. 오히려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해석, 사람들의 갑론을박에 당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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