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가상자산 내일 등록마감…'무늬만' 전수조사

나주석 2023. 6.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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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 관련 국회규칙 안 만들어
"시민단체, 정보공개 요청…규정없어 비공개"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가 30일 마감하는 가운데 이해충돌 여부는 확인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국회 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에 대한 감시가 사실상 막혀있는 탓이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윤리심사자문위는 오는 30일까지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 내역을 등록 받는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이 불거진 뒤, 가상자산 관련 이해충돌 가능성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개정한 국회법에 따른 것이다.

국회는 지난달 국회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의원 당선 시 등록해야 이해관계 등록 절차와 관련해 별도의 부칙까지 마련하며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내역을 신고하도록 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문제는 실효성이다. 개정된 국회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소유 현황 등 윤리심사자문위의 검토 등을 거치도록했다. 하지만 이를 자세하게 규정하는 국회 규칙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국회법 ‘제4장의2 의원의 이해충돌 방지’를 살펴보면 사적 이해관계의 등록ㆍ변경등록, 공개, 소명자료 제출의 절차ㆍ방법ㆍ관리에 관한 대부분의 내용은 하위 규칙인 ‘국회규칙’에 따르도록 규정됐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동산 투기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국회법이 도입된 2021년 이후부터 관련 국회규칙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참여연대가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관련 정보공개를 요청했을 당시 윤리심사자문위는 "국회규칙에 따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관련 규칙이 제정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가상자산 등록이 마무리된 뒤에도 관련 국회규칙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이해충돌 여부 등에 관한 내용은 공개될 길이 막힌 셈이다.

이는 국회법 제정 취지와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해충돌을 다룬 국회법 제38조2에는 ‘ 정보공개가 금지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다음 각호의 사항 중 의원 본인에 관한 사항을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법으로는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국회규칙을 마련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시민단체가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윤리심사자문위가 거부하는 상황이 8월 이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윤리심사자문위는 이날까지 등록받은 이해충돌 결과를 7월 말에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에게 제출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가상자산 이해충돌과 관련해 정보공개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데, 정보공개 청구 시 현행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윤리심사자문위는 규칙미비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다만 국회 관계자는 "이번 (가상자산 관련 이해충돌) 등록은 국회법 본문이 아닌 부칙에 따라 특례로 등록을 받고 있어, 윤리심사자문위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과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올해초 관련 국회규칙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1월25일 정개특위 국회선진화소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국회규칙을 심사한 적이 있다. 다만 당시 의원들은 독립생계 존비속들 개인 정보 노출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규칙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새롭게 정개특위 국회선진화소위 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소위원장으로 선임된 뒤 관련 내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관련 논의가 앞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가상자산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국민들이)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공개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회의원에게 사적 이해관계를 등록하고 공개하는 조항이 들어간 것은 국회의원 업무 범위가 너무 넓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직위에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할 이해충돌 상황이 있을 수 있어 이를 살펴보고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연 그런 것들이 제대로 회피 과정이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며 "이런 의혹들을 해소하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신뢰가 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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