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공자’ 강태주 “잘했다, 잘 달렸다, 대견하다” [IS인터뷰]
박로사 2023. 6. 29. 06:15
198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박훈정 감독의 선택을 받은 신예 강태주. 영화 ‘귀공자’ 하면 김선호를 먼저 떠올리지만, 강태주를 빼놓기는 섭섭하다. 강태주가 귀공자 역의 김선호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마르코로 분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수준급 영어와 몸 사리지 않는 액션, 매력적인 얼굴로 차세대 스타를 예고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귀공자’의 주역 강태주를 만났다. 이날 강태주는 “다들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후기는 매일 찾아보고 있다”며 “처음 보는 배우인데 궁금해서 찾아봤다는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 지난 21일 개봉한 ‘귀공자’는 현재 개봉된 영화 중 유일하게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연기가 가장 힘들었을 때 만난 작품이에요. 최종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선택받지 못하는 아이라는 자기 비하에 빠져있었죠. 아르바이트하면서 ‘나는 결국 빛을 보지 못하나’라고 생각이 들던 와중에 만난 작품이라 더 열심히 했어요.”
강태주는 하루아침에 모두의 타겟이 된 복싱 선수 마르코 역을 맡았다. 마르코는 아픈 필리핀인 어머니의 수술비를 위해 불법 복싱장을 전전하는 하루살이 같은 인물. 강태주는 실제 복싱 선수 못지않은 운동 신경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자신만의 마르코를 만들어냈다. 특히 ‘마녀’ 시리즈 김다미, 신시아에 이어 박훈정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정말 긴장한 상태로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사전 정보 없이 오디션이 진행됐죠. 처음에는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거친 느낌의 대본이 나왔어요. 2차, 3차로 올라갈수록 감성적인 부분을 요구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성적 부분을 어필하자고 생각했죠. 어려운 상황에서 살고 있는 약한 아이나 가족에게 화내고 속상함을 토로하는 연기를 보여드렸어요.”
강태주가 만난 박훈정 감독은 시크했다. 강태주의 말에 따르면 박 감독은 오디션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보통 오디션을 보러 가면 좋아해 주거나 표현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박 감독은 “응 그래”라며 건조하게 답했다고. 강태주는 박 감독의 무미건조한 반응에 더 눈에 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영어 실력을 어필한 순간 “잘해서 좋겠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또 수준급 영어 실력에 대해서는 “평소에 영어 하는 걸 좋아한다.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따라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됐다”며 “영어로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귀공자’를 통해 조금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귀공자’는 강태주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힘든 시기에 만나게 된 소중한 작품이기에 더 그렇다. 오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연기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선배들이 주는 연기를 제가 못 받아먹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또 액션이 많은 만큼 다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몸 관리도 배우에게 중요한 거라고 배웠거든요. 또 감독님은 저를 믿고 뽑아주신 분이기 때문에 믿음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마르코는 귀공자에게서 벗어나려 발바닥에 불난 듯 뛰어다닌다. 강태주는 복싱 선수의 몸을 만들기 위해 5kg을 감량한 것은 물론 추격신을 소화하려 체력을 길렀다. 또 액션 연기에 죽을 각오로 임했다면서 “멈칫하다 사고가 발생한다. 망설이며 뛰어내리면 잘못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크린으로 보니 잘하고 못한 게 크게 보이더라. ‘귀공자’에서 마르코가 센척하다가 약한 소년이 되어버리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때의 내 모습을 좋아한다”며 “다만 거친 모습을 더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강태주는 김선호, 김강우, 고아라에 대한 존경심도 표했다. 특히 가장 가까이서 호흡을 맞춘 김선호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연기할 때 센스가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선호 선배는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순발력이 있어요. 선배도 촬영하느라 힘드셨을 텐데 제가 편히 연기할 수 있도록 챙겨주셨어요. 요즘은 무대인사도 같이 다녀 많이 가까워졌는데 아직 선배의 센스와 순발력, 유머는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선배 덕분에 스태프도 배우들도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2020년 OCN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로 데뷔한 강태주. ‘귀공자’를 통해 첫 스크린 데뷔와 함께 주연 자리를 꿰찬 그이지만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그는 원래 패션 회사에 들어가 홍보 마케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대학 진학 후 대외 활동을 통해 패션계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일반인 모델을 시작하게 됐다고. 그러다 나를 표현하는 재미를 알게 돼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고 낮에는 연기 공부를, 저녁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6년 정도를 보냈다고 전했다.
“연기 공부는 23살부터 시작했어요. 막연하게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더라고요. 배우가 쉽지 않은 길이란 걸 알았더라면 어땠을까요. 너무 좋은 것만 보고 시작했나 봐요.(웃음) 저는 ‘귀공자’를 하면서 물을 마실 때, 앉았다 일어날 때, 달리는 모습까지 1%라도 마르코에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아쉬운 부분도 있어서 앞으로 꼼꼼하게 찍고 싶다고 생각했죠. 스스로에게 ‘잘했다, 잘 달렸다,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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