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협, ‘사무장병원 신고센터’ 개설…“취지 좋지만 유명무실 우려”
일선 병원들, 내부고발 없이 구분 가능할지 의문
“신고 들어가 적발돼도 유능한 변호사 써 유야무야”
건보공단 의료기관개설위 참여 위한 법 개정 추진
요양병원 단체인 대한요양병원협회(요양병협)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법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 솎아내기에 나섰다. 협회 내 불법개설기관 신고센터를 운영한다는 계획인데, 일각에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요양병협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해 회원 병원 교육·홍보 등 자정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요양병협은 지난 20일 건보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상시 협력관계 유지 △불법개설 의심기관에 대한 행정조사 등 상시 공조 △불법개설기관 근절 교육·홍보 협업 등을 약속했다.
요양병협이 건보공단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은 불법개설기관 유형 중 요양병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22년까지 불법개설기관으로 적발해 환수한 부당이득금 3조3400억원 가운데 요양병원이 1조7400억원으로 절반 이상(52%)을 차지한다.
요양병협은 자칫 ‘요양병원이 사무장병원의 온상’이라는 오명이 붙기 전 차단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건보공단 신고센터를 통해 불법개설기관 신고를 받고 있었는데, 사무장병원 혹은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기관을 협회 측으로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센터를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다”라며 “신고가 가능한 홈페이지를 개설해 신고 배경이나 의심 증거 등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요양병원장들은 협회가 계획 중인 신고센터에 대해 미온적 반응을 보인다. 사무장병원 개설자가 직접 신고할 리 만무하고 결국 내부 고발자의 신고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신고를 유도하는 유인책이 부족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구광역시 A요양병원장은 “사무장병원을 차단하기 위한 뚜렷한 방법이 없다”며 “협회 차원에서는 ‘사무장병원은 무조건 안 되고 개설·운영을 막기 위해 대응하겠다’라고 하지만 실제 해결방법이나 근절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옆 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이상 신고하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짚었다.
경상남도 B요양병원장은 내부 고발로 인해 창원시의 규모 있는 법인형 요양병원 2곳이 폐업한 사례를 들며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지 않고서야 사무장병원을 근절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요양병협 임원을 지낸 병원장도 신고센터 운영에 따른 효과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부산광역시 C요양병원장은 “임원으로 있을 때 협회 내 불법의료를 신고하는 센터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도 신고 들어온 게 없다시피 했다”며 “취지는 좋지만 유명무실해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돼 조사가 들어가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C요양병원장은 “신고가 들어가 적발이 돼도 검찰 출신의 좋은 변호사들을 써서 유야무야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때마다 허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틀어막고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요양병협 등 의료계 단체와 협력하고 예방 조치를 확충할 방침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요양병원 형태의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단속과 처벌 등 세부적인 사항은 요양병협 실무자 협의를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라며 “예방·자정 활동 강화 차원의 부당청구 및 불법개설 관련 교육 자료를 협회에 제공하고 홍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기관 신규 개설 여부를 심의하는 의료기관개설위원회에 건보공단이 위원으로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금융정보분석원의 금융거래 분석 자료와 고액체납자의 출국 제한 등 체납자의 채권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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