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반도체 中수출규제 검토…엔비디아 "최대 시장서 경쟁력 잃게 될 것"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對)중국 수출을 '저성능 버전'까지 완전히 틀어막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28일(현지시간)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주의 주가가 일제히 내려앉았다. 기존 규제를 우회한 중국 수출용마저 규제 대상이 될 경우, AI 개발에 나선 중국 기업은 물론, 미 반도체 산업 전반에 영향이 불가피해서다. 다만 엔비디아는 자사의 강한 제품 수요를 들어 추가 규제에 따른 즉각적인 여파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장 대비 1.81% 하락한 주당 411.1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엔비디아의 주가는 405달러선까지 떨어져 시가총액 1조달러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아이쉐어스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0.77% 내려앉았다. 대표 반도체주인 엔비디아 외에 AMD, 인텔, 퀄컴 등도 나란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최근 반도체주들이 AI 낙관론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전날 미 상무부가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추가적인 대중국 수출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온 데 따른 여파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상무부가 최첨단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자, 저성능 버전인 중국 수출용 그래픽처리장치(GPU) ‘A800’, 'H800'을 만들어 판매해왔다. 하지만 새 규제가 시행될 경우 이러한 저성능 반도체마저도 사전 허가가 필요한 수출 금지 대상이 된다.
사실상 미 정부가 자국 반도체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중국 꼼수 수출'은 포기하라는 강력 경고를 던지는 셈이다. 엔비디아는 AI 개발에 이용되는 GPU 등 고부가 반도체를 전 세계 시장에 90%이상 공급 중이다. 중국의 알리바바 클라우드, 텐센트 클라우드, 바이두 스마트클라우드, H3C, 인스퍼, 레노버 등이 엔비디아의 대표 고객이다. 이들 중국 기업들로선 이미 최첨단 AI 반도체 확보가 막힌 상태에서 저성능 버전까지 규제될 경우, 향후 AI 개발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이미지 기반 AI와 달리 텍스트 기반 AI 모델은 저성능 버전만으로도 충분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최첨단 AI 수출 규제 이후에는 A800을 활용한 텍스트 기반 생성형 AI 개발에 집중해왔다고 전했다. 현재 미 상무부가 함께 검토 중이라고 보도된 클라우드 서비스 규제 역시, 이미 고성능 AI반도체가 탑재된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해 AI 개발에 나서는 중국 기업들을 막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다만 엔비디아측은 추가 규제와 관련해 즉각적인 여파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CFO는 이날 금융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 정부가 A800, H800 제품의 중국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추가 규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를 알고 있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강하기 때문에 추가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재무상 즉각적인 중대한 여파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장초반 급락하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러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낙폭을 다소 줄였다.
하지만 미·중 관계는 물론,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도 추가 규제에 따른 장기적 여파가 불가피하다. 앞서 마이크론을 겨냥한 중국의 규제에 이어 또다시 반도체가 미·중 관계 화약고로 떠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방중 등으로 표면적이나마 우호적으로 돌아서나 했던 미·중 긴장도 재고조될 전망이다. 국가안보 관리 출신으로 조지타운대학교 소속인 데니스 와일더는 최근 한 포럼에서 "중국인들은 디커플링에 대해 정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윌리엄 라인쉬 선임어드바이저 역시 WSJ에 "(중국은) 마이크론 제재로 보복하려 했다. 또 다른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로서도 세계 최대 시장 중 한 곳인 중국 시장을 아예 버려야만 한다. 크레스 CFO는 "최대 시장 중 한 곳에서 경쟁하고 주도할 기회를 영구적으로 잃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이후 A100 대신 A800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매출 손실을 만회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 규제에 따른 매출 손실도 예상된다. 크레스 CFO는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0~25%라고 확인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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