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의 망부가(亡婦歌)

장지영 2023. 6.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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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제302회 정기연주회 주제는 '랄로와 라벨'이었다.

랄로의 작품으로 구성된 1부는 그의 대표곡인 '스페인 교향곡'이 포함됐다.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인 '스페인 교향곡'의 협연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한양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다만 '스페인 교향곡'이 흥겨운 춤곡 모음곡에 가까운 만큼 레퍼토리를 변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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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서 아내인 피아니스트 채문영 기리는 콘서트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가 지난 4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협연하고 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난 4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제302회 정기연주회 주제는 ‘랄로와 라벨’이었다. 랄로의 작품으로 구성된 1부는 그의 대표곡인 ‘스페인 교향곡’이 포함됐다.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인 ‘스페인 교향곡’의 협연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한양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공연을 1주일 앞두고 김응수 교수의 아내인 채문영 피아니스트의 소천 소식이 전해졌다. 김 교수의 삶과 예술의 동반자인 채 피아니스트가 유방암 투병 중 세상을 떴다는 것이다.

서울예교 선후배 출신인 두 사람은 1999년 유학 중 만나 2003년 결혼했다. 부부가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2004년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듀오 소나타 부문에 출전해 우승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채 피아니스트는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결혼 직후 찾아온 남편의 안면마비도 함께 극복했다. 김 교수는 2004년과 2006년 각각 얼굴의 오른쪽과 왼쪽에 마비가 와서 활동을 한동안 중단했지만, 아내의 격려로 극복해냈다. 두 사람은 콩쿠르 외에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도 독주회나 음반 녹음에도 늘 함께했다.

채 피아니스트의 별세 소식에 부천필은 김 교수에게 연주 취소 여부를 문의했다. 이에 김 교수는 예정대로 공연에 출연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스페인 교향곡’이 흥겨운 춤곡 모음곡에 가까운 만큼 레퍼토리를 변경하기로 했다. 김 교수의 요청에 따라 본공연에서 ‘스페인 교향곡’ 대신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가 연주됐다. 당시 김 교수가 채 피아니스트의 별세 소식을 외부에 많이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렀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런 상황을 몰랐다. 대신 김 교수의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섬세한 연주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부천필 관계자들은 김 교수의 안타까운 상황에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부천필 공연이 끝나고 김 교수는 6월 30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예정된 아내의 독주회를 취소해야 했다. 출연자 변경 등 공연 내용이 대관 당시 신청한 것과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은 공연 취소 대신 김 교수가 출연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규정상 허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공연 취소 이후 수시대관을 통해 김 교수가 같은 날 리사이틀홀을 대관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양측의 바람대로 됐다.

김 교수는 오는 30일 ‘삶의 흔적(Spuren des Lebens)’이란 주제를 가지고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 Op.94와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D단조 Op.121, 비탈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샤콘느 G단조 등을 연주한다. 그리고 이날 공연의 수익금과 후원금은 장학금으로 기부된다. 김 교수는 “누구나 다 겪을 일이겠지만, 내겐 너무 이르게 찾아왔다. 이번 연주는 그 어떠한 연주보다 더 소중한 무대로 내게 남을 것 같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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