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우디 '네옴시티' 인권논란…유엔 "韓기업 연루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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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정부·기업에 서한
28일 외교부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따르면 지난 4월 유엔 측은 한국 정부와 국내 일부 기업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건설과 관련해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
유엔 측은 서한에서 "네옴시티 건설 과정에서 강제 철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던 '후와이타트'(Howeitat) 부족 3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고 또 다른 3명은 심각한 징역형에 처해졌다"며 "모두 테러 행위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실제로는 강제 철거에 반대하다 근거 없이 형벌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북서쪽 타북(Tabouk) 주에 건설되는 네옴시티의 중심에는 170㎞ 길이의 선형 도시 '라인'이 들어설 예정인데 이곳은 후와이타트 부족을 비롯해 "900만명 토착민이 거주하던 곳"이라는 게 유엔의 설명이다.
유엔 측은 "한국 기업 두 곳이 (후와이타트 부족에 대한) 인권 침해에 잠재적으로 연루됐을 수 있고 이외에 여타 한국 기업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세계 인권 선언 25조의 '적합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와 한국이 1990년 비준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은 인간이 어떤 곳에서든 안전, 평화, 존엄 속에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강제 철거 등에 대항한 법적 보호와 점유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9개국에 경각심 제고
유엔이 관련 서한을 보낸 국가는 당사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한국, 미국, 중국, 영국, 호주,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 9개국이다. 또 이들 국적의 회사나 관련 기관 혹은 다국적회사 등 20곳에도 유사한 서한을 보냈다. 사우디가 2017년 네옴시티 구상을 발표한 이후 유엔 측이 특별 절차를 통해 우려 서한을 전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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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국제 기준 따른다" 해명
유엔의 지적에 정부는 지난 21일 유엔 측에 보낸 답변 서한을 통해 "법무부는 2021년 12월 '기업과 인권 길라잡이'를 발간해 기업이 유엔의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 등 국제 기준에 맞춰 인권 실사를 하고 구제 절차를 밟도록 지도했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건설 산업과 관련해 토착민 공동체와 전통적인 생활 방식 보호, 강제 철거 반대, 토착민의 재정착이 주요 인권 문제로 간주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기업 활동을 할 때 현지 공동체에 대한 인권 문제 역풍을 최소화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사우디의 네옴시티 구상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국가 중 하나다. 다만 과거 사우디가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으로 미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등 인권 분야에선 국제 사회의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아온 만큼 경제 협력 과정에서 인권 문제가 혹여나 발생하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네옴시티 사업은 그 이면에 강제 퇴거에 반대하는 토착 주민들을 테러 혐의로 체포해 고문하고 사형 등 중형을 선고하는 등 인권 침해 혐의로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며 "우리 정부와 기업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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