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도 충격?…'용병 반란' 38시간 지나서야 "러 지지" 입장

박성훈 2023. 6.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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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진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이 지난 3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용병 반란'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했음에도 중국은 푸틴의 정권 유지 가능성과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혼란이 자칫 중국을 고립시키고 중국 내 체제 도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바그너 그룹 용병의 진격이 알려진 뒤 중국이 공식 입장을 낸 건 그로부터 38시간 뒤였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용병부대는 중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 오전 7시 러시아 진격을 감행했다. 이어 25일 오전 7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멈추고 철수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러시아 사태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공식 성명은 25일 오후 9시 40분에야 발표됐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내정”이라며 “중국은 러시아가 국가 안정을 유지하고 발전을 이루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지연된 중국 측의 입장 표명은 중국 지도부가 대응 방향과 수위를 놓고 고심했을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바그너 용병 그룹 진격이 알려진 지 38시간 뒤인 24일 오후 9시40분 러시아의 안정을 지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프리고진의 반란 직후 중국은 세 차례 러시아와 접촉했다. 친강(秦剛) 외교부장은 25일 오전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 차관과 베이징에서 만났다. 중국 외교부는 친강 부장의 회담 사실을 공개했지만 “중·러 관계와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다.

이어 오후엔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루덴코 외무 차관을 만났지만 “양국 정상이 도달한 중요한 공감대에 따라 양국 관계의 공동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는 입장만 내놨다. 중국 외교 책임자들이 러시아 외교 차관을 만났음에도 반란 사태에 대해선 함구했다.

25일 오전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 차관과 만난 친강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는 회담 사실을 공개했지만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다. 사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러시아 외무부가 반란이 종결됐다고 발표한 이후엔 달라졌다. 25일 오후 8시쯤 러시아 공식 발표 뒤 중국 외교부는 러시아 지지 입장을 밝혔고 관영 매체들은 반란 대신 조기 해결을 부각했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전 편집인은 “푸틴 대통령이 단시간 유혈없이 반란을 정리했다”며 “여전히 많은 정치적 자원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태 당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 관련 소식 조회 수가 44억 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자 당국이 뒤늦게 여론 진정에 나선 셈이다. 26일엔 류샤오밍(劉曉明)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루덴코 차관을 만나 동북아 정세를 논의하는 등 반란으로 인한 상황 변화가 없음을 과시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프리고진 반란 사태가 중국에 미칠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가오즈카이(高志凱) 중국국제화센터(CCG) 부소장(쑤저우대 교수)은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24시간도 안 돼 신속한 조치로 유혈과 내전을 막았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라며 “서방의 예상과 달리 이번 위기로 푸틴의 러시아군에 대한 통제력과 리더십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2000년 이후 중·러 관계는 강화됐으며 일부 조직의 돌발 사태로 중·러 우호 관계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3월 2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중국 관광의 해 개막식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호길(趙虎吉) 전 중국 중앙당교 교수는 “중·러 관계에 악영향을 줄지 판단하긴 이르다”며 “반란 사태의 원인과 해결 과정에서 어떤 협상이 오고 갔는지 등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푸틴의 통치력 약화를 가져올지 우크라이나 사태에 어떤 영향을 줄지 두 가지가 중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라며 ”상황과 배경이 다른 중국 체제 불안을 야기한다거나 대만 문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운운하는 건 억측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방 전문가 사이에선 러시아 내 반란 사태가 중국에 경종을 울렸을 것이라고 본다. 중·러관계 전문가인 중국 지린대(吉林大) 비얀 알렉산더 두벤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중국이 러시아와의 역학 관계를 진지하게 검토하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소련의 붕괴와 그로 인한 불안정은 중국 지도자들이 피해야 할 사례였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의 반란이 중국을 불확실성의 순간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짧은 반란의 종식이 중국에 안도감을 줬지만 미국 주도의 서방에 대항한 중·러 사이의 가장 긴밀한 파트너십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위협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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