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만난 엔씨 김택진 “나도 노동자라 생각"…실적엔 어떤 영향? [팩플]
지난 4월 출범한 엔씨소프트(엔씨) 노조가 회사 측과 본격 단체협상 준비에 들어갔다. 노조가 사측에 중점적으로 요구하고자 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이다. 반면, 최근 실적이 악화한 엔씨의 향후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투자업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슨 일이야
민주노총 화학섬유 노조 산하 엔씨소프트 지회는 지난달 31일 사측 임원과 처음으로 만나는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사측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구현범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참석했고, 노조 측은 송가람 엔씨소프트 지회장을 포함한 노조 집행부 다수가 참석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인사에 따르면, 김택진 대표는 노조 측에 “나 역시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의 입장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긴다”며 “(엔씨소프트가) 노사관계의 모범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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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상 쟁점은
엔씨 노조는 회사 측에 ‘고용안정성 개선’을 강하게 요구한 상태다. 개발 중인 게임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 일정 기한 내에 다음 업무 배정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이다. 개발 중이던 게임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완료되면, 참여했던 개발자 등을 회사가 대기발령 성격의 부서(데브팀)로 보내는데 길게는 수 개월동안 새로운 부서로 배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이때 권고사직으로 이어지거나 특기와 무관한 업무로 배치돼 결국 이직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것. 송가람 엔씨소프트 노조 지회장은 “데브팀 소속 직원들끼리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든다든가, 일정 기간 내에 반드시 부서가 배치되도록 하는 등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해결 방안을 회사 측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인사평가 방식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송 지회장은 “그동안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평가받는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탓에 인사 평가가 불합리하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투명한 평가 기준을 사측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 주장에 대해 엔씨 측은 “노조 측과 성실히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
기업 체질에 영향은
게임 업계는 앞으로 엔씨의 노사협상 결과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형 게임사에서 팀장 급으로 일하는 P씨는 “엔씨는 마지막 신규 지식재산(IP) 출시가 2012년(블레이드&소울)일 정도로 신중하게 움직이는 기업”이라면서 “올해 실적 반등을 노리며 신작들을 대거 내놓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노사 협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는 올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TL(쓰론 앤 리버티)’을 비롯해 신규 IP 4종류 출시를 계획 중이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엔씨의 노조 출범이 단기적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근래 게임 개발비와 인건비가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게임사 대부분의 영업이익이 많이 줄어들었고, 개발자 구인난이 완화된 지금 구조조정과 임금 인하 등을 해내야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 1분기 영업이익 감소가 두드러진 엔씨소프트에서 고용 경직성이 커진다면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분기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478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39%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816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7% 줄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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