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혼잡통행료

라동철 논설위원

서울 남산 1·3호 터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혼잡통행료가 부과되는 구간이다. 서울시가 조례를 제정해 1996년 11월부터 양방향 통행 차량에 2000원을 징수하고 있다. 징수 시간대는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토·일요일과 공휴일은 무료)이고 부과 대상은 운전자 포함 2명 이하 탑승한 승용차와 승합차다. 전자태그를 부착한 저공해자동차 1·2종은 면제, 3종과 경차는 50% 감면된다.

혼잡통행료는 자가용 차량 이용의 억제를 유도해 도심 교통 정체와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취지가 좋지만 일종의 통행세를 내는 것이어서 마뜩잖게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게다. 교통 혼잡 완화 효과가 의심스럽고 도심에서 강남 방향으로 가는 차량에까지 징수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가 이런 여론을 수용해 올 연말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관련 연구 용역을 실시했는데 지난 27일 발표한 결과가 흥미롭다. 지난 3월 17일부터 5월 16일까지 혼잡통행료 징수를 일시 중지한 결과, 남산터널 차량 통행량은 면제 전보다 최대 12.9% 증가했고 징수를 재개한 후에는 면제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징수를 정지하자 터널에서 이어지는 소공로와 삼일대로 양방향 통행 속도도 6.2~13.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혼잡통행료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는 결과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차량 배출가스와 교통 혼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자가용 차량 이용은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은 활성화하는 게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미국 뉴욕시도 내년부터 맨해튼 중심부에 진입하는 승용차에 대해 혼잡통행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23달러(약 2만9000원), 그 외 시간에는 17달러(약 2만2000원)나 된다.

우리도 징수 구간을 다른 상습 정체 지역으로 확대하는 등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징수한 돈을 대중교통 시설을 확충·개선하고 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데 쓴다면 그걸로 명분은 충분하지 않겠나.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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