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지중해의 죽음, 대서양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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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바다에서 인명사고 두 건이 있었다.
한 사고는 캐나다 인근 대서양 심해에서 5명이 탄 잠수정이 폭발한 것이고, 다른 사고는 지중해에서 최대 750명이 탄 배가 침몰한 것이다.
잠수정 사고에 많은 취재 자원을 투입한 것은 뉴스로서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에서 18세 아들이 실종된 아버지는 "리비아에서 (눈앞에서) 배의 침몰을 본 사람들도 여전히 유럽에 가려 한다. 아무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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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바다에서 인명사고 두 건이 있었다. 한 사고는 캐나다 인근 대서양 심해에서 5명이 탄 잠수정이 폭발한 것이고, 다른 사고는 지중해에서 최대 750명이 탄 배가 침몰한 것이다. 잠수정 사고의 탑승객들은 1인당 3억4000만원을 내고 111년 전 침몰한 타이태닉을 구경하는 관광을 하던 중이었다. 지중해 사고의 탑승객들도 1인당 수백만원을 브로커에게 냈지만 이유는 달랐다. 그들은 유럽에서 돈을 벌기 위해 불법 입국을 시도하던 중이었다.
두 사고에 대한 국내외 언론의 태도는 달랐다. 잠수정 사고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됐다. 언론은 구조 작업을 실시간으로 중계했고 부자 탑승객이 누구인지 자세히 소개했다. 산소 고갈 시점을 추정해 구조의 골든타임을 제시했다. 지중해 사고에 관해서도 보도가 이어졌지만 그 깊이와 분량이 잠수정 사고만큼은 아니었다. ‘수년 내 발생한 지중해 최악의 참사’라는 제목과 함께 최대 500명이 실종됐다는 현황이 전해졌다.
이를 두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까칠하게 한마디를 했다. 한 콘퍼런스에서 그는 “우리 모두 잠수정 탑승자들이 구조되길 원하지만 바다에 빠진 700명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뉴스가 오늘날 불평등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부의 편중이 심하면 민주주의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의 말은 절반 정도만 맞는다고 생각한다. 잠수정 탑승객이 부자여서 언론이 ‘불평등하게’ 사안에 접근한 건 아니다. 잠수정 사고에 많은 취재 자원을 투입한 것은 뉴스로서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최근 아마존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40일 동안 살아남은 콜롬비아 어린 4남매의 생환도 전 세계 언론에 적지 않은 분량으로 보도됐다. 가난한 나라의 원주민들이었지만 스토리에 극적 요소가 많아서였다.
지중해 참사가 충분하게 보도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은 타당하다. 사고 원인과 구조 과정의 문제가 더 다뤄졌어야 했다. 탑승객들이 왜 사람으로 가득 찬 배에 탔는지, 그들이 왜 불법 입국을 시도했는지 배경이 더 설명됐어야 했다. 무엇보다 이 배에 탄 300명 이상의 파키스탄 사람들의 사연이 더 소개됐어야 했다.
파키스탄 사람이 유독 많았던 이유는 올해 들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이 나라 경제 탓이다. 파키스탄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8%로 1970년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외환보유고는 바닥나기 일보 직전이고 파키스탄 루피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는 대홍수를 겪은 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여기에 전직 총리의 체포 이후 정국도 혼란스럽다.
파키스탄인들은 그래서 탈출하고 있다.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 살던 36세 압둘 자바르는 출발 전 자신의 형에게 “두 딸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불법 입국을 안내하는 브로커에게 7500달러(약 970만원) 이상을 건넸다(CNN 보도). 카슈미르 다른 마을의 47세 하미드 바티도 인생을 재건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유럽행을 택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식당 사업에 실패한 그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있는 돈만 까먹고 있었다(로이터통신 보도). 이들은 리비아의 한 항구도시까지 6500㎞가 넘는 먼 거리를 이동한 뒤 사고가 난 배에 탔다. 그리고 돌아오지 못했다.
파키스탄 현지에선 끔찍한 참사에도 ‘탈파키스탄’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사고에서 18세 아들이 실종된 아버지는 “리비아에서 (눈앞에서) 배의 침몰을 본 사람들도 여전히 유럽에 가려 한다. 아무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말했다.
권기석 국제부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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