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축제장 바가지 상혼과 착한 가격

남호철,문화체육부 2023. 6. 2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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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는 둥글게 열리는 한해살이 식물인 '박'에 작음을 의미하는 접미사 '아지'가 붙어 이뤄진 순우리말이다.

'바가지 요금' '바가지 상혼' 등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전국 86개 문화관광축제를 대상으로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한 '착한 가격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한 번 다녀가면 끝이라는 생각에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아 축제 방문객의 발길을 끊게 하는 바가지 상혼은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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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바가지는 둥글게 열리는 한해살이 식물인 ‘박’에 작음을 의미하는 접미사 ‘아지’가 붙어 이뤄진 순우리말이다.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진짜 박 대신 플라스틱으로 만든 바가지가 널리 쓰이고, 의미도 다양해졌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해진 값보다 훨씬 높게 매겨서 받을 때도 적용된다. ‘바가지 요금’ ‘바가지 상혼’ 등이다. 바가지 상혼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다시 부각됐다. 코로나19 이후 전국 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개최되는 축제 현장에서 해묵은 꼬리표가 잇따라 나왔다.

올해 지역 축제의 바가지 상술이 논란이 된 건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지난 5월 경북 영양산나물축제 중 한 상인이 옛날 과자를 터무니없는 비싼 가격에 파는 장면이 방영됐다. 영양군 측은 외부 상인 책임이라며 선을 그었다가 역풍을 맞고 사과문을 군청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하지만 ‘영양 전통시장=바가지’로 인식되면서 피해는 영양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지난 13~18일 개최됐던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에서 손바닥만 한 감자전 3장이 2만5000원, 1인분도 안 돼 보이는 2인분 닭갈비가 2만8000원이라는 ‘고발’이 나왔다. 바가지를 근절하겠다던 춘천시 약속은 허언이 돼 버렸다. 이달 초까지 열린 함평나비대축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출했다.

이 같은 바가지 물가는 지역민이 아닌 외부 상인 및 지역단체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 축제 음식거리에는 타지에서 오는 상인이 많다. 이들은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비싼 자릿세를 내고 참여한다. 여기에 최근 급격히 오른 물가까지 더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단속이 어렵다는 점도 바가지 상혼에 한몫하고 있다. 현행법상 숙박업이나 음식업의 경우 자율가격제를 적용받아 행정기관의 단속 근거가 희박하다. 그나마 계도를 하지만 권고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외지에서 들어와 한 철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외면하면 그만이다.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구체적 행동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도 많다. 이달 초 열렸던 전북 무주의 ‘산골 영화제’가 좋은 본보기다. 무주군이 축제 부스를 직접 관리하면서 음식 가격을 통제했다. 지역 음식점을 대상으로 영화제 간식 부스 운영권에 대한 공모를 진행하면서 참여 업체에 대해 20~30대 대상 메뉴를 개발하고 음식 단가를 1만원 이하로 책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선정된 업체 7곳이 삼겹살과 수제 소시지 등 30여개 메뉴를 내놓았고 실제 가격은 시중가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저렴했다. 합리적 가격으로 박리다매한 결과 상인들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제주도에서는 도의회가 관광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입법 장치 마련에 나섰고, 충남 보령시는 7월 1일 개장하는 대천해수욕장 등의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 물가관리 특별팀을 구성하고 부당요금 이동신고센터도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와 공공기관도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전국 86개 문화관광축제를 대상으로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한 ‘착한 가격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지역 문화·관광재단, 축제조직위원회 등 축제 주관기관들이 중심이 돼 ‘착한 가격’을 약속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축제 주최기관들의 자발적 참여로 대한민국 구석구석 축제통합페이지에서 먹거리 가격과 사진 등을 사전에 제공, 관람객들의 이용 편의를 높일 계획이다.

한 번 다녀가면 끝이라는 생각에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아 축제 방문객의 발길을 끊게 하는 바가지 상혼은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상인 스스로 자정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지자체나 정부가 나서서라도 이를 근절해야 옳다. 그것이 지역도 살고 상인도 사는 길이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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