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3대 개혁, 기대에서 불안으로

2023. 6. 2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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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교육 노동 연금개혁 오리무중
좌충우돌하며 이권 카르텔이 영점 조준의 타깃으로 떠올라

그 배경을 따져볼 필요 있어
검사 눈으로 봐왔던 대통령의 생각 또는
대통령-장관으로 이어진 개혁 거버넌스 실패

개혁이 카르텔 수사로 단순화되는 것 경계해야…
구조 개혁해야 카르텔도 해체되는 만큼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 필요해

기대와 달리 교육과 노동, 연금개혁은 피기도 전에 시드는 꽃이 돼 가고 있다. 교육개혁은 5세 입학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더니 이제는 수능 난이도라는 블랙홀에 빨려들었다. 난데없이 사정의 칼끝이 사교육 시장을 향하고 일타 강사들이 표적이 됐다. 노동개혁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서 시작해 ‘건폭’과 ‘주69시간’ 소동을 거치더니 이제 노사 법치주의로 수렴했다. 많은 노조 간부가 사법처리됐고 사회적 대화 창구는 닫혔다. 교육과 노동개혁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탄탄대로를 가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은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오리무중 상태다. 연금개혁도 좌표 없이 표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정부가 당초 구상했던 3대 개혁이 무엇이었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작년 5월 국회에서 3대 개혁을 역설할 때만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정권이 외면했던 구조개혁에 정치적 승부를 거는 것처럼 보였다. 대부분 그렇게 받아들였다. 개혁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며 1940년대 영국의 전시 연립정부까지 예로 들었다. 이 정도 스케일이라면 개혁의 큰 그림을 그려뒀거나 아니면 개혁 추진위원회 또는 전담 태스크포스(TF)라도 설치해야 했지만 아니었다. 대통령이 직접 지휘했고 업무 장악력도 어느 정권보다 강해 보였다. 그러나 냉정히 평가하면 개혁 과정이 잘 관리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좌충우돌하며 국민적 불안을 야기하는 단계로 치닫고 있다. 작년 말 TV로 생중계한 국정과제 국민보고대회에서 주무 부처 장관들이 밝힌 3대 개혁 방안은 2023년도 업무계획의 프리뷰에 불과했고, 2023년 대통령 신년사에서 밝힌 3대 개혁의 주요 목표는 이권 카르텔 타파였다.

이권 카르텔이 영점 조준의 타깃으로 떠오른 배경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대통령 생각이 원래 이런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30년 넘게 검사의 눈으로 세상의 이면을 보아왔던 그로서는 학자들의 구조개혁 장광설보다 문제의 핵심을 잡아 단칼에 정리하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노동개혁을 노조의 불법과 비리 척결로, 사교육 줄이기를 수능 카르텔 혁파로 단순화한 게 그 예다. 정치적으로도 득이다. 정권 명운이 걸린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 입장에서 강성 노조와 사교육 시장에 메스를 대는 게 목표도 선명하고 결과도 빠르기 때문이다. ‘표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겠다’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큰소리쳤지만 3대 개혁은 이미 당정협의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총선 전까지 이런 기조가 바뀌지 않겠지만 3대 개혁을 불법과 비리 척결로 끝낼 수도 없을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대통령-장관으로 단순화한 개혁 거버넌스의 실패다. 지금까지 3대 개혁은 과거의 개혁 매뉴얼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조개혁은 법조항 하나로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게 아니라 법과 제도, 인식과 규범이 바뀌는 일련의 과정을 잘 관리해야 성공할 수 있다. 학제 개편이나 사교육 줄이기, 주52시간제 유연화나 노동시장 격차 완화와 같은 구조개혁 과제들은 단칼에 해치울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이 대체로 공감하고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됐다면 개혁은 반쯤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 토대 위에서 법제도 개혁도 가능하다. 임기 2년 안팎의 정무직 공무원이 일상의 행정업무도 벅찬데 중장기 구조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 정권에서 여러 형태의 대통령위원회를 활용했던 이유다.

30년 전 한국의 세계화 개혁은 자랑할 만한 성공 사례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마니폴리테(깨끗한 손)’ 개혁으로 부패 사슬의 고리를 끊었던 이탈리아 사례와 비교할 때 더욱 돋보이는 사례다. 이탈리아는 국민들을 열광시키며 4년에 걸친 대대적 사정으로 수많은 지도자들이 자살과 구속, 사회적 매장에 내몰렸다. 주요 정당은 해산됐고 전후 부흥을 이끌었던 제1 공화국도 무너졌다. 한국은 충분한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제도 개혁에 집중했다. 청와대에 전담 조직을 두고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를 모아갔다. 그 덕에 김대중정부가 나머지 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후 이탈리아는 정체했고 한국은 일취월장했다.

3대 개혁이 카르텔 수사로 단순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구조를 개혁해야 카르텔도 해체된다. 국내외 정치 경제 상황은 세계화 개혁 시즌2를 요구한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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