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중국 사라지지 않아...공존의 길 찾아야"

"우리는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대(對) 중국 정책의 실질적인 목표로 '평화적이고 생산적인 공존'을 내세웠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 참석해 "미·중은 강도 높은 경쟁 관계에 있지만, 이것이 갈등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우리 역시 그러하다"면서 "이 같은 점에서 우리는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하고 이는 언제나 평화로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의 핵심 갈등 중 하나로 손꼽히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기존 입장인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 대만의 차이는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면서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상태 변경은 반대했다. 또한 그간 중국이 이에 반하는 군사·경제적 행동을 취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우려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중국측에 이러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대응틀 구축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후퇴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총체적 난국(perfect storm moment)'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주요 국가들과 거대한 집합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블링컨 장관은 MS NBC 인터뷰에서도 대만 문제 등을 언급하며 중국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최근 방중 기간 동안 중국측과 대만 문제를 두고 "매우 직접적이고 긴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 상업용 컨테이너 선박의 절반 이상이 대만해협을 거친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중국이 대만에 위기를 일으킨다면 세계는 경제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링컨 장관은 "내가 중국에 간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처한 경쟁 상황에서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지속적인 의사소통 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갈등에 휘말리는 것을 막고,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을 찾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라고 부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대통령은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고 둘러 답변했다.

이와 함께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에서 발생한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사태와 관련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전에 없던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영토를 되찾기 위해 반격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실패였으며, 이제 전쟁 수행 측면에서 외부뿐 아니라 내부 균열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침공의 결과로 지금 러시아가 어디에 있는지 보라"며 "군사적으로 약해지고 경제적으로 약해지고 전 세계에서 러시아의 위상이 급락했다. 푸틴의 전략적 실패"라고 꼬집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