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현 목사의 복음과 삶] 타성의 덫을 걷어내고
삶을 허무는 불청객이 있다. 찾아오면 떨쳐 내기 힘든 유혹이다. 머물도록 허용하면 소멸의 힘이 작용한다. 바로 타성이다. 새로운 삶을 원하지만 실패하는 이유는 타성이라는 복병 때문이다. 안전하다고 여기는 곳에 울타리를 치는 순간 감금당한다. 익숙함은 조용히 찾아온다. 처음 출근하는 날 가슴 뛰지 않는 사람은 없다. 굳센 다짐과 함께 활력 넘치는 시작을 한다. 시작점엔 누구나 결연함이 있다. 야구에서 타자가 타석에 오르는 순간 홈런을 칠 것 같은 가슴 떨림과 같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뒤틀린다. 어느 순간 동공은 풀리고 초점은 희미해진다. 쥐었던 두 주먹은 슬며시 펴지고 얼굴에는 지루함이 묻어난다. 변화에 대한 열망은 종적을 감춰 버린다.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은 너무 달콤하다. 즐기다 보면 덫인 줄 모른 채 걸려든다. 고정관념은 타성에 젖어 들 때 찾아온다. 고정관념은 새로움을 막는 창살이다. 한번 사로잡히면 창의성과 거리가 멀어진다.
틀에 갇히면 생각에 곰팡이가 핀다. 타성은 자기 삶에 찾아온 위험을 의식하지 못하게 한다. 남들이 보면 아찔하기 그지없는데 당사자는 천하태평이다.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다. 방심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삶의 소멸로 급격하게 기운다. 타성은 마법과도 같다. 한번 걸려들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열정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진다. 학습 욕구는 떨어지고 삶은 공회전을 거듭한다. 현실이 타성에 사로잡히면 가슴은 뛰지 않는다. 태양이 아무리 뜨고 져도 그날이 그날이다. 진부해진 인생은 길게 늘어져 있을 뿐 기록할 만한 역사는 없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타성에 젖으면 퇴보한다. 망하는 줄 모르고 망한다. 타성에 젖어 찾아오는 위기를 갑자기 맞으면 당황한다. 타성은 무의식적 반복이다. 무기력도 학습이 된다고 한다. 무서운 이야기다. 오래된 타성일수록 끊어지기 힘든 밧줄처럼 강력하다. 타성은 아무리 죽여도 잡초처럼 되살아난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매너리즘의 늪은 한때 전도유망한 기대주라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한때 반짝이던 수많은 별이 매너리즘의 덫에 걸려 역사 속에 명멸했다. 자기가 자신을 아웃시킨다.
일상의 소리 없는 전쟁에서 이기려면 정기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지루한 삶의 반복을 멈추게 해줄 조언이나 사건이 필요하다. 변화를 받아들일 용기가 있어야 한다. 지루한 일상에 저항해야 한다. 관성의 힘과 거칠게 싸워야 한다. 앞으로 치고 나가려면 변속 기어를 넣어야 한다. 지루한 직구보다 변화구를 시도해야 한다. 때로 위험해 보이는 거래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경계선을 넘는 모험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언제나 변화의 지점은 위험해 보인다. 벼랑 끝에서 머뭇거리면 위험하다. 미적거리는 자신을 냉혹하게 내몰아쳐 믿음의 날개를 펴야 한다.
강물은 힘차게 흘러야 한다.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반복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멈춘 심장을 펄펄 뛰게 하는 동기부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제로 포인트에서 시작하는 용기를 반복하다 보면 심장은 다시 뜨거워진다. 멈춘 시간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항구에서 닻을 내리고 정주해 있기보다 거센 파도를 향해 돛을 올리고 출항을 서두르는 마음을 가져야 신비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내일을 기다리며 가슴이 뛰어야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안주하고 싶어하는 게으름, 퇴화를 향한 관성의 힘과 싸워야 한다. 늘 똑같은 반복은 핏기가 없다. 죽은 것 같다. 가슴이 뛰지 않으면 멈추어 선 것이다. 타성을 거부하면 퇴락하던 삶에 빛이 임한다. 색다른 내일을 향한 속도를 늦추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타성을 아웃시켜야 한다.
벌써 한 해의 절반이 흘렀다. 일상에서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생각에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금은 피로해져 회로가 천천히 돌 때다. 누적된 피로를 씻어내고 가슴 설레는 도전을 해보면 어떨까. 믿음은 정체나 퇴각보다 가슴 뛰는 ‘전진, 앞으로’이다.
(수영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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