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3년째 질질’ 아시아나… 직원도 못 뽑고 경영난만 악화

이기우 기자 2023. 6. 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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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절차 장기화에 ‘수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8일부터 규정을 지키며 항공기 운항을 지연시키는 쟁의 행위에 들어갔다. 사측과 임금 인상을 두고 갈등이 벌어진 탓이다. 조종사 노조는 10%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2.5%를 제시했다. 노조는 “지난해 최대 영업이익(7335억원)을 거두고도 고작 2.5%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 타격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은 2019~2021년엔 임금을 동결했었다. 회사는 “지난해 실적은 좋았지만, 현재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큰 폭으로 올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항공 수요 증가로 전 세계 항공사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유독 아시아나항공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자금난에 대한항공이 인수를 추진 중이지만 3년이 되도록 합병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이다. 임금 인상은커녕 신규 채용이나, 항공기 신규 투입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복수(複數) 민항 시대를 연 아시아나항공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신규 채용은 언감생심, 합병은 질질 끌어

1988년 설립된 아시아나항공은 우리나라 복수 민항 시대를 열면서 고객 서비스 개선과 탑승난 해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실적 부진, LCC(저비용항공사) 등장으로 인한 경쟁 격화 탓에 2019년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결국 매각이 추진됐다.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은 2020년 11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의 독점을 깨뜨린 아시아나가 대한항공과 하나로 합쳐지는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 심사는 현재 11국에서 종료됐다. 남은 곳은 미국·EU(유럽연합)·일본 3곳인데 대한항공은 올해 안에 심사를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선 대한항공의 한국~미국 노선 독점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곳이라도 불허하면 합병이 불가능하다.

합병 절차가 장기화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신규 투자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지 못한 채 버티고만 있다. 지난해 화물 부문 덕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어렵고, 실적과 재무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작년 한 해 산업은행 등에 낸 이자 비용만 1700억원이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925억원으로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분기 부채 비율은 2013%로 전 분기(1780%)보다 악화했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며 대한항공이나 LCC들이 신규 채용이나 항공기 추가 투입에 나서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언감생심이다.

◇합병 성사돼도 출혈 커

양사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출혈이 클 전망이다. 미국·EU 등의 경쟁 당국이 합병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공항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에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 상당수 포기를 요구하고 있어, 자칫 합병이 우리나라 항공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합병 시너지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3월 영국은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런던 히스로 공항 슬롯 7개를 자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모두 넘기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고, 중국 역시 9개 노선의 슬롯 반납을 요구했다. 26일 기준 미국 5개 노선 주 43회, 유럽 5개 노선 주 24회(런던 제외)를 운항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이 중 상당 부분의 슬롯을 반납해야 할 전망이다. 슬롯을 반납하면 주요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권리를 잃게 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자생을 장담하기 어렵다. LCC나 외항사 대비 국제선 경쟁력이 취약하고, 장기 렌트 항공기 위주의 운영 방식 또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78대 중 51대가 리스 항공기다. 대한항공은 156대 중 약 70%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합병이 자칫 우리나라 항공업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이 꾸준히 나오는 만큼 재무구조 개선을 거쳐 다른 업종 대기업에 매각할 수 있다면 시장 경쟁 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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