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대가족 32명 중 아이부터 죽인 인민군… 우곤교회서만 73명 학살

박용미 2023. 6.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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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의 '바라구' 김씨는 자수성가한 농부였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이후 퇴각하던 인민군은 김씨 일가를 포함한 기독교인을 학살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의뢰로 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전쟁 시기 적대세력에 의한 기독교 희생 사건 관련 조사'에 따르면 당시 우곤교회에서만 73명이 인민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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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 명예교수 기독인 희생 조사… 완주 신월교회서도 죽창·칼로 만행


충남 논산의 ‘바라구’ 김씨는 자수성가한 농부였다. 그의 재산이 마치 논밭의 바라구(한해살이풀 바랭이의 방언)처럼 늘어났다고 해서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불렸다. 바라구 김씨는 둘째 아들 호식씨가 예수님을 믿으면서 7명의 자식과 손주들까지 모두 32명의 대가족이 함께 우곤교회(사진)를 다녔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이후 퇴각하던 인민군은 김씨 일가를 포함한 기독교인을 학살했다. 인근에 숨어 있다 목숨을 구한 주민은 “인민군이 어린아이부터 차례로 죽였는데 비명을 들으며 이곳이 지옥이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의뢰로 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전쟁 시기 적대세력에 의한 기독교 희생 사건 관련 조사’에 따르면 당시 우곤교회에서만 73명이 인민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박 교수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는 전남 영광 염산교회에서 순교한 77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라며 “당시 지역 주민들은 더 많은 기독교인이 죽었을 거라 말하고 있다. 앞으로 적대세력에 의한 기독교인 희생자에 대한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바라구 김씨 가족을 비롯해 이 지역 최고 부자였던 박승주씨 가족과 김곤택 장로 가족 등 우곤교회 성도들 가운데 일가족이 피해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 박 교수는 “전쟁이 끝난 후 피해를 입은 기독교인은 가해자에게 복수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현재 우곤교회에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후손들이 다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권순웅 목사) 총회가 순교사적지로 지정한 전북 완주 신월교회 이야기도 실렸다. 인민군은 이 지역 유지와 기독교인을 집중적으로 체포해 신월리 분주소(파출소)에 가두고 이들을 집단 학살했다. 인민군은 총알이 아깝다며 죽창이나 칼 혹은 톱을 사용해 죽였다.

지난해부터 두 차례에 걸쳐 마무리된 진실화해위 용역 조사를 통해 전국에서 인민군에 의해 학살된 기독교인은 1157명으로 집계됐다. 박 교수는 “최근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쟁 전후 기독교 등 종교인 희생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는 등 국가 차원의 배상 노력이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라며 “기독교인의 희생이 교회와 교단 차원의 조명을 넘어서 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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