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우영우’ ‘이산’ 등 299편 밑그림/ 콘티계의 '시조새' 강숙 작가
25년간 영화·드라마 콘티를 그려온 강숙 작가의 전시 소식이 들렸다.
그것도 일본 교토 도지다이 갤러리(Dohjidai gallery)에서 연다는 소식이었다.
전시(다음 달 4~9일) 내용이 자못 궁금했기에 그에게 계기를 물었다.
“K콘텐트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에게
제 스토리보드를 보여줄 수 없겠냐는 요청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그냥 얘기한 것이라 여겼는데 막상 일이 이리 커졌네요.
이참에 25년 콘티 작업을 총망라하고자 저지른 겁니다.”
그간 그가 작업한 게 영화가 87편, 드라마가 212편에 이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랑의 불시착' '나의 아저씨' '이산'
‘디어 마이프렌즈’ 등이 그의 손을 거쳐온 대표작쯤 된다.
이런 그를 두고 흔히 ‘콘티계의 시조새’라 한다.
우리 땅에 콘티 작가가 거의 없을 때 시작했으며,
이름만 들으면 다 알만한 작품을 25년간 해왔으니 그리 불리는 게다.
그가 불모지에 콘티 작가로 발을 내딛게 된 계기는 뭘까.
“미대 나와서 그림을 그리면서 동시에 사진을 했습니다.
사진과 그림엔 빛이 필요하니 영화 조명감독을 찾아가 배움을 청했죠.
영화 조명 일을 하며 촬영 중인 화면에 대한 기록을 그렸죠.
그걸 옆에서 지켜본 스태프가 스토리보드 작가를 추천했어요.
게다가 영화사까지 소개해주면서요.
그렇게 시작하여 10편 정도 스토리보드를 그렸어요.
그런데 죄다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했어요.
그러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죠. 하하하.”
시쳇말로 오랫동안 헛일을 한 게다.
그런데도 그는 홀로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간 게다.
사실 이 일은 화려한 조명을 받는 일이 아니다.
무대 뒤에서 대본과 감독의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
모든 스태프가 볼 수 있는 지도(길잡이)가 되게 하는 일이다.
25년 영화·드라마의 길잡이 노릇, 어쩌면 K콘텐트의 밑거름이었을 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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