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祿在其中矣(녹재기중의)

2023. 6. 2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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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제자 자장(子張)이 어떻게 하면 벼슬길에 올라 녹봉을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해 묻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많이 듣되 아직 의심이 해소되지 않은 부분은 남겨둬라.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부분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말하면 허물이 적게 된다. 상황을 많이 보되 아직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속단하지 말라. 안정된 상황에서도 신중하게 행동하면 후회가 적게 된다.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으면 벼슬하여 녹봉을 받는 일은 그 안에 저절로 있게 된다.” 공직자가 가져야 할 태도를 꿰뚫은 말이다.

祿:복록 록(녹), 在:있을 재, 其:그 기. 녹봉(祿俸=급여)이 그 안에 절로 있게 되나니. 28x68㎝.

오늘날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세상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검증이 안 된 정보를 터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언론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일단 보도부터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니면 말고’ 식의 ‘아무 말 큰 잔치’로 관심을 구걸하는 몰염치한 태도다. 결국은 범죄자로서의 지명도만 한껏 높인 후에 자리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감옥에도 간다.

중국 송나라 때의 정치가 사마광(司馬光·1019-1086)은 “내가 남을 속이려 들면 발꿈치를 돌리기도 전에 상대가 먼저 안다(欺人者 不旋踵而人必知之)”고 했다. 손바닥으로 햇빛을 어찌 다 가릴 수 있겠는가! 진실한 언행만이 지위와 봉록을 보장한다. 내년 총선 승리 여부도 ‘그 가운데’에 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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