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81) 청산(靑山)은 내 뜻이오
2023. 6. 29. 00:40
청산(靑山)은 내 뜻이오
황진이(1506∼1567)
청산은 내 뜻이오 녹수(綠水)는 님의 정(情)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 예어 가는고
-대동풍아(大東風雅)
아름다워라 천재여
푸른 산은 나의 뜻이요, 녹색 물은 님의 정이다. 녹수가 흘러가도 청산은 변하지 않는다.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면서 흘러가는가.
황진이의 시조로 전해지는 6편 가운데 한 편이다. 그녀의 시조는 모두 주옥과 같다. 기녀(妓女)인 진이의 시조 주제는 사랑, 이별, 일편단심이다. 시인으로서 그녀의 천재성은 칼끝 같은 예리한 감각이다. 진이의 한시 한 편을 감상해보자.
수단곤산옥(誰斷崑山玉)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
재성직녀소(裁成織女梳) 직녀의 빗을 만들었던고
견우이별후(牽牛離別後) 견우와 헤어지고 난 뒤
수척벽공허(愁擲碧空虛) 텅 빈 푸른 하늘에 슬피 던졌네
-영반월(詠半月) 반달을 노래함
반달을 직녀의 옥 빗으로 보다니……. 그리고 이별 후 직녀가 하늘에 던진 것으로 묘사하다니…….
그로부터 500년 후, 시인 서정주는 초승달을 님의 눈썹으로 묘사했으니(‘동천’), 5세기를 사이 둔 두 천재의 감각이 기막히게 만나고 있지 않은가.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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