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묵의 과학 산책] 무거운 빛의 노래

2023. 6. 2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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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부 교수

한국의 정악 ‘영산회상’은 정제되고 명상하는 기운을 주는 기악 합주곡이다. 제목 그대로 영적인 산들의 모임이다. 여러 가지 영산회상이 있는데, 그중 대표곡인 현악 영산회상은 ‘중광지곡(重光之曲)’이란 아명을 가지고 있다. 한자대로 풀면 무거운 빛의 노래다. 심오한 느낌이면서 물리적으로는 어불성설이다. 빛을 이루는 광자(光子·photon)는 질량이 없어 무거울 수 없다.

실상 빛은 어불성설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빛을 보느냐, 즉 측정하느냐에 따라 초속 30만㎞로 날아가는 입자로 행세하기도 하고 수면 위의 물결 같은 파동으로 굴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 감각으로는 포용할 수 없는, 상이한 성질을 함께 지닌다. 질량은 없지만 워낙 빨리 날아서 어디 부딪히면 충격을 준다. 우리의 시각은 빛을 감지하되 빛살을 받는다고 그 충격으로 밀려나지는 않는다.

과학 산책

하지만 작은 물체는 다르다. 100만분의 1m 지름의 구슬에 레이저를 쏘면 투과하는 빛으로부터 구슬에 힘이 가해져 원하는 대로 밀어댈 수 있다. 헤어드라이어로 탁구공을 위로 불며 공중에 띄워놓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과 같다. 이 구슬에 단백질 같은 생물분자를 연결하면 레이저를 가지고 잡아당기며 분자의 역학적인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 분자 딱 한 개를 집어 실험할 수 있어서 이런 장치를 광학 족집게라 한다.

이를 1970년에 처음 개발한 아서 아시킨은 2018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최초로 새로운 장을 열어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이 새로운 장이 되기까지에는 광학 족집게를 더욱 발전시키며 중요한 발견을 이룬 많은 과학자의 인내심과 노력이 있었다. 작곡자 미상의 ‘중광지곡’이 오늘날 형태로 발전한 데에도 과거 수많은 악사의 공이 있었다. 많은 분야에서 명인과 스타에 뭇사람의 관심이 집중되지만 그 분야 무명인들의 노력과 기여 덕분에 반짝이는 무거운 빛을 느낄 수 있으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들릴 것이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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