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쿼터 30배로…기업 인력갈증 푼다
이제는 이민시대
2020년 1000명 수준이던 외국인 숙련 기능인력이 올해 3만 명 이상으로 30배로 대폭 늘어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숙련 기능인력에 대한 쿼터를 올해 3만 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기업 현장에서 인력 부족 문제 해소가 단기적으로 중요한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한 장관은 또 “올해부터 대통령 지시로 외국인 근로자 확대를 본격 추진 중이며, 종전 1000명 수준(2020년 기준)이던 것을 한 번에 30배로 늘렸기 때문에 적어도 쿼터가 부족해 외국인이 못 들어온다는 얘기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계절근로 체류기간을 기존 5개월에서 추가 3개월 범위 내 연장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인력 확충은 젊은 세대 인구 감소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한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민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중앙일보 기획시리즈 ‘이제는 이민시대’와 맥락이 맞닿아 있다. 지난 19일 기사에선 베트남 숙련 용접공이 한국 대신 일본, 대만으로 향하는 실태와 문제점을 현지 취재를 통해 상세히 보도했다. 지난해 취업비자로 입국한 베트남인은 9900명으로 일본(6만7300명), 대만(5만8500명)의 20%도 안 되는 수치다. 가장 큰 이유가 쿼터가 적어서였는데 9일 만에 한 장관이 쿼터 확대를 발표한 것이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2023~2027년 중기 재정 운용과 2024년도 예산 편성 방향이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4시간40분에 걸친 토론을 마친 후 마무리 발언에서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권력이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전재정 기조 유지 방침은 전 정부의 무분별한 방만 재정 탓이라는 윤 대통령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1068조8000억원으로 408조6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에서 역대 최고치인 49.4%로 치솟았다.
윤 대통령 “선거 지더라도 건전재정…미래세대 약탈 안돼”
이런 가운데 ‘세수 펑크’ 현상도 가시화하며 나라 곳간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올해 4월까지 누계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조9000억원 덜 걷혔다. 이 영향으로 국가채무는 지난 4월 말 기준 1072조7000억원에서 연말에 1134조4000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여전히 재정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고, 따라서 단호히 배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의 추경 편성 주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라 살림이 빠듯한 만큼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관행적·선심성 지출과 재정 누수 등의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각 부처 모든 예산사업을 ‘제로(0) 베이스’에서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윤 대통령은 효율적인 재정 집행을 주문했다. 그는 “국방과 법 집행 등 국가의 본질적 기능 강화, 약자 보호,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출과 투자는 제대로 써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군 장병 등에 대한 처우 개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확대 ▶첨단과학기술 연구개발(R&D) 등을 꼽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무분별한 나랏돈 풀기는 미래를 위한 재정 여력만 축내는 꼴”이라며 “정부는 구조개혁 등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재정은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날 회의 결과를 반영해 오는 9월 초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예산을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각 부처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비영리단체 등에 지원되는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은 제로 베이스에서 투입 대비 효과 분석을 한 후 정치보조금, 부패·비리에 연루된 보조금은 전면 삭감하고, 경제보조금은 잘 살리고, 사회보조금은 효율화·합리화해 보조금이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정상화하는 과정에 제일 중요한 게 재정이므로, 꼭 필요한 부분에 돈을 쓸 수 있도록 장관들이 예산을 꼼꼼하게 잘 봐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허위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면서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다”며 야권을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등의 후쿠시마 오염수와 사드 전자파 관련 괴담을 겨냥해서다. 현직 대통령의 자유총연맹 기념식 참석은 24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전임 문재인 정권도 정면 비판했다.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자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한 가짜평화 주장”이라고도 했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모두 태극기부대의 시위 연설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하남현·현일훈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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