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푸틴이 벌레처럼 짓밟을 것…프리고진에 전화”

이유정, 박소영, 김서원 2023. 6. 29. 00: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란을 일으킨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제거하려 했다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사진) 벨라루스 대통령이 밝혔다.

루카셴코는 지난 27일(현지시간) 국영 언론 인터뷰에서 24일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 당시 본인이 중재에 나섰던 상황을 공개했다. 그는 “당시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던 프리고진을 살해하려 했다”면서 “푸틴은 내게 ‘(프리고진이) 전화도 받지 않고 누구와도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루카셴코는 “푸틴에게 ‘나쁜 평화가 어떤 전쟁보다 낫다’며 성급한 행동을 자제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설득했다”며 “이어 프리고진에게 전화를 걸어 진격을 멈출 것을 촉구하며 ‘푸틴이 벌레처럼 짓밟으려 한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고진과 약 30분간 전화 통화를 나눴는데, 프리고진이 욕설을 쏟아내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사람들. 이날 공격으로 최소 9명이 숨졌다. [AFP= 연합뉴스]

이후 프리고진은 루카셴코에게 전화를 다시 걸어 “당신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우리는 (진격을) 멈추겠다. 하지만 그들(러시아 정부)은 우리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루카셴코가 전했다. 이에 루카셴코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가 보장한다고 말하며 안심시켰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에 지난 1년간 지급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금 사용처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루카셴코는 이날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를 새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면밀히 주시하겠다”며 “특히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국가를 포함한 모든 나토 회원국에 영토 방어 대비 태세가 항상 갖춰져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루카셴코는 이날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승진한 군 장성 견장 수여식에서 “총참모장, 국방장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의장 등에게 러시아로부터 받은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절차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공격을 받거나 필요할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허가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단순히 가정일 뿐으로, 쓸데없는 추측”이라면서 “(핵무기는) 우리의 무기이며 우리가 필요할 때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바그너 관계자도 핵무기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올해 초까지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을 맡았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통합 부사령관(육군 대장)이 바그너그룹의 반역 사태에 연루됐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보 당국은 수로비킨이 프리고진의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이 정보의 진위를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수로비킨은 민간인 무차별 학살을 서슴지 않는 전술로 ‘아마겟돈(인류 최후의 전쟁) 장군’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인물이다. 수로비킨 외에도 프리고진에게 동조하는 듯이 행동한 러시아 장성들이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의 한 식당을 미사일로 공격해 어린이 3명 등 최소 9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유정·박소영·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