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엔진 모두 개발할 것”

김민상 2023. 6. 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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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사업 계획과 브랜드 전략 베네데토 비냐 CEO에게 듣는다

2025년부터 전동화 모델 출시 예정
한국과 신기술 개발 위해 협력 지속
미래 고객 요구에 활발히 움직일 것

지난 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디터 넥텔 페라리 극동·중동 지역 총괄지사장(왼쪽부터)과 베네데토 비냐 CEO, 엔리코 갈리에라 최고마케팅책임자가 ‘우니베르소 페라리’ 행사에 참석해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페라리]
지난 1일 서울 중구 DDP에서 열린 페라리 행사에 전시된 레이싱 차량 248 F1.

수퍼카의 대명사, 페라리의 베네데토 비냐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향후 사업 계획과 브랜드 전략을 소개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비냐 CEO는 부임 뒤 삼성과 같은 정보기술(IT) 기업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비냐 CEO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주행 성능을 발전시키고 운전자와 교감 능력을 키우는 소프트웨어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차량에도 반도체 수요가 부쩍 늘었다”며 “사물인터넷(IoT)이 아닌 차량인터넷(IoC·Internet of Car)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1969년 이탈리아 남부 도시 포텐자에서 태어난 비냐 CEO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스위스 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서 27년간 일했다. 그는 “전 직장에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과 교류를 위해 1999년부터 수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며 “한국은 독창적인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이끌어가려는 장점을 갖고 있어 협력 관계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리코 갈리에라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디터 넥텔 극동·중동지역 총괄지사장 등 페라리 경영진과 함께 이달 초 나흘 간 일정으로 방한했다. 지난 4월 삼성디스플레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 계약을 체결한 페라리 경영진은 이번 방한 기간 중 한국 기업 고위 임원진과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냐 CEO는 “페라리는 자율주행이나 인포테인먼트가 아닌 주행 성능 향상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같은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힘쓰는 전략과는 달리 고소득층 고객을 위해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수퍼카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셈이다. 1929년 창립된 페라리는 1949년 일반 승용차를 판매하기 전까지 주로 경주용 차량을 제조하면서 자동차 성능 향상에 앞장서 왔다. 지금도 페라리 레이싱팀은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의 간판 역할을 한다.

지난 12일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유럽 최고 권위의 자동차 레이스인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도 페라리는 일본 도요타의 대회 6연패를 막아내고 58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경주용 차량을 타고 13.626㎞ 길이의 서킷을 24시간 동안 도는 대회다. 비냐 CEO는 “페라리의 DNA는 주행 성능에 있다”며 “주행 성능은 최고의 엔진 기술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한 기간 중 서울대 공대 학생들과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에게는 203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이탈리아 북부 마라넬로 제조 시설에 연료전지 공장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생 알루미늄을 활용하는 등 계획을 설명했다. 비냐 CEO는 “페라리는 탄소 발자국의 효율적 관리 방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자동차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페라리는 학생 중 일부를 올해 하반기 마라넬로 본사로 초청할 예정이다.

방한 기간 중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우니베르소 페라리(페라리의 세계)’ 전시에서는 어떻게 페라리 차량을 갖고 비전문가 수준부터 단계적으로 경주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지 소개됐다. 필리포 페라리 레이싱 전략 총괄은 “63세부터 경주에 참여한 페라리 차주도 트로피를 탔다”며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에스페리엔자 페라리’라는 고객 초청 시승 프로그램을 통해 페라리 차주들이 레이스를 경험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이번 전시에는 페라리의 스포츠카와 F1 레이스카, 프로토타입 등 총 22대가 전시됐다. 지난 3월 출시된 컨버터블 스포츠카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도 포함됐다.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는 ‘새로운 달콤한 인생’이라는 로마의 콘셉트를 확장해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량이다. 엔리코 갈리에라 CMO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로마 스파이더가 페라리의 DNA를 더욱 뽐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페라리는 2025년부터 전동화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2016년만 해도 “페라리의 매력은 요란한 엔진 소리”라며 전기차 시대를 반기지 않았으나 비냐 CEO 부임 뒤 전동화 전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냐 CEO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엔진을 모두 개발할 것”이라며 “변화하는 미래에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리차드밀·몽블랑과 같은 명품 업체와 협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우니베르소 페라리 행사장에는 페라리가 직접 제작한 명품 가방도 전시됐다. 비냐 CEO는 “‘우니베르소 페라리’ 서울 개최로 페라리 가족이 된다는 의미를 더욱 가까이 느껴볼 수 있다”며 “고객들이 독특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패션과 시계, 식당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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