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괴담, 내 횟집 손님 끊길 판”
함운경(59·사진)씨는 서울대 물리학과 82학번, 1985년 서울대 삼민투위원장을 맡아 서울 미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6년6개월을 선고받았던 86운동권 그룹의 대표적 인사다. 이후 수학학원 강사, 조경업자, 동네 생선가게를 거쳐 2021년 고향 전북 군산에 번듯한 횟집 네모선장을 내고 ‘대표’ 직함을 갖게 됐다. 그런 그가 2년 만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함씨는 28일 여당인 국민의힘 공부 모임 ‘국민공감’ 세미나의 강연자로 나서 “이 싸움은 과학과 괴담만의 싸움은 아니다. 더 크게는 반일(反日) 감정을 부추기겠다는 반일민족주의와의 싸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캐나다·북한·중국도 아니고 오로지 여기 대한민국만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하면서다.
그는 “12년 전 (원전 사고 당시) 지금보다 1만배 넘는 방사능이 누출됐는데 이후 계속 대한민국 해안가 주변 방사능을 측정해도 의미 있는 변화는 전혀 없고 삼중수소 농도는 오히려 낮아졌다”며 “그 1만분의 1을 30년간 쪼개서 방류한다는데 이 난리를 친다”고도 했다. 생수병 여러 병을 들면서 “독극물인 보톡스 1g을 1L에 희석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10억분의 1, 1조분의 1g이 돼 먹어도 안 죽는다. 이것이 공장 폐수든, 원자력 폐수든 모든 폐수를 적절 한도 이하로 방출하는 원리”라고 설명도 했다.
함씨는 “그런데도 횟집 손님들이 찜찜해서 (회를) 못 먹겠다고 한다”며 “귀신을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귀신이 없다’고 말해서 달래놓았는데, 다른 어른이 불쑥 ‘여기 귀신이다!’라고 외쳐서 아이를 울린다. 이게 대한민국”이라고 비판했다.
함씨는 강연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대학 동기고 제가 (2016년) 군산에 출마한다고 할 때 출판기념회도 왔다”면서 “조 전 장관이 ‘죽창가’를 부른다고 할 때 ‘쟤가 미쳤나’하며 저건 반일 감정을 부르겠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어민들도 국회를 찾아 “수산업 종사자를 볼모로 잡아 인질극을 벌이지 말라”고 호소했다. 10톤 미만 어선을 이끄는 생계 어업인 단체인 한국연안어업인중앙회 소속 어민 13명은 호소문에서 “불철주야 고기 잡는 사람인데, 피눈물 나는 고생을 한다. 우리 바다를 오염시키는 장본인은 정치인, 언론, 가짜 전문가”라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정치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며 “계속 불안을 조장할 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고도 했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 2일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강조해 온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를 경찰에 고발했다.
김대성 중앙연합회 회장은 “어촌마다 고기 판매가 안 된다고 난리다”라며 “㎏당 1만원 하던 방어가 2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는데 팔리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김해성 경북 회장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짜뉴스, 가짜 괴담을 분명하게 잡아달라”고 했다. 이들이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라는 구호를 외치자, 한 유튜버가 “건강하면 당신들이 다 처먹어!”라고 소리치면서 실랑이도 일었다.
어민들은 기자회견 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사로 이동해 호소문을 전달했다. 민주당 당직자에겐 “45년간 고기를 잡아 왔지만 일본해(海) 고기는 한 마리도 잡아본 기억이 없다. 정말 답답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토로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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