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도전과 창업 정신에 대한 존중. 까르띠에와 파리에서 보낸 아주 특별한 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해 리무진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실감하지 못했다. 전 세계 여성 창업가들의 행보를 지원하는 ‘제16회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어워즈(Cartier Women’s Initiative Awards, 이하 CWI 어워즈)’에 참석하기 위해 9시간의 비행 끝에 파리에 당도했다는 것. 이 특별한 밤을 위해 나를 제외한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터전에서 출발해 파리에 속속 모여드는 중일 것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체크인을 하는 순간, 호텔 전체를 감싼 들뜬 분위기가 감지됐다. 우연일까? 체크인 카운터에 서 있으면 유리창을 통해 맞은편 까르띠에 카푸신(Capucines) 지점의 차양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이곳은 메종 까르띠에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전설적인 부티크이자 2년여에 걸친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10월에 문을 연 ‘뤼 드 라 페 13번지(13 Rue de la Paix)’와도 도보 5분 거리. 호텔 방문을 여니 테이블 위에 아트 북 〈Vital Voices〉가 놓여 있다. ‘당신의 힘으로 힘을 실어주세요(Use Your Power to Empower)’라는 문구 아래 여성 100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이번 여정의 감흥을 돋우기에 완벽한 선택이었다.
까르띠에는 2006년부터 사회공헌 프로그램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를 운영해 오고 있다. 전 세계 여성 창업가들과 그들이 사회에 미칠 긍정적 영향력을 지원하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를 통해 사업 동력과 추진력을 얻은 여성의 수는 16년간 무려 63개국 297명에 달한다. 2020년에는 두바이 엑스포와 협력해 월드 엑스포 사상 최초로 여성에게 관을 헌정하는 ‘우먼스 파빌리온(Women’s Pavilion)’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까르띠에는 ‘여성’에게 이렇게 진심일까? 그 근간에는 1933년부터 1968년까지 메종의 최전성기를 주도했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쟌느 투상이 자리한다. 브랜드의 상징이 된 팬더(Panthe‵re)를 디자인한 그는 20세기 중반 메종의 역사를 관통한다. 따라서 5월 10일 저녁 예정된 어워즈 행사를 앞두고 각국에서 모여든 저널리스트들이 함께하는 아침 식사 장소로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 회고전이 한창인 ‘프티 팔레(Petit Palais)’를 택한 것 또한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선택이었다. 19세기 중후반 파리의 전설적인 연극배우이자 조각과 미술, 글 등 다채로운 분야에 걸쳐 예술적 열정을 발산한 사라 베르나르는 위대한 예술가인 동시에 사진과 그림, 광고를 통해 자신을 철저히 이미지메이킹한 전략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혁신’과 ‘여성’, 두 단어는 까르띠에의 여정 동안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그리고 드디어 밝은 어워즈의 밤! 어워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에 입장했음에도 연회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잔뜩 들뜬 마음으로 회장을 찾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이곳에서 만나게 될 반가운 얼굴들 때문이었다. 2023 CWI 어워즈는 새롭게 신설된 ‘다양성, 평등 & 포용(Diversity, Equity & Inclusion, 이하 ‘DE & I’)을 포함해 ‘과학 & 기술 선구자(Science & Technology Pioneer)’ 부문, 그리고 9개의 지역 부문에 걸쳐 선정된 3인의 펠로우를 초대한다. 각 부문별 1위 수상자에게는 10만 달러의 상금 외에도 세계적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의 교육과정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데, 올해 동아시아(East Asia) 부문 3인에 한국의 문우리 포티파이 대표가 선정된 것!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였던 경험을 토대로 멘탈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 ‘마인들링’을 선보인 그는 근사한 블랙 칵테일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또 반가운 얼굴이 있었으니 바로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사 인비저닝 파트너스의 배수현 이사였다. “그동안 영상으로만 만났던 올해의 수상자들을 까르띠에의 역사가 시작된 파리에서 만날 수 있다니 정말 좋네요. 지난 두바이 파빌리온 때 봤던 얼굴들도 보이고요!” 밝게 참석 소감을 건넨 배수현 이사는 2019년부터 CWI 어워즈 동아시아(한국, 일본, 대만, 홍콩, 중국) 지역 멤버이자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인 인물로, 아마도 한국에서 CWI 정신에 대해 가장 깊게 이해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일 것이다.
어느덧 어워즈는 시작을 알렸다. 개회사를 맡은 세계적 인권 변호사이자 클루니 재단의 공동창립자인 아말 클루니의 등장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누구보다 진심으로 전 세계 인권의 사각지대를 돌봐온 그녀만큼 이번 어워즈 주제인 ‘Forces for Good(선의를 위한 힘)’에 걸맞은 인물은 찾기 힘들 테니까. 특히 아말 클루니가 까르띠에의 사회적 가치 실천에 동감해 ‘까르띠에 보이스’의 인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최초인 만큼 그 등장은 더욱 의미 깊었다. 줄리 드 리브랑(Julie de Libran)의 에코 쿠튀르 드레스를 입고 단상에 오른 그는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은 한 번에 하나씩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구조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발언과 동시에 “다섯 살인 딸이 더 자라면 함께 이 시상식에 오고 싶다”는 소감을 더하며 까르띠에의 가치에 지지를 보냈다. 이어서 등장한 까르띠에 인터내셔널 대표이자 CEO 시릴 비네론(Cyrille Vigneron) 또한 여성과 함께 변화를 이끌어가는 남성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페미니즘은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이기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CWI 글로벌 프로그램 디렉터 윈지 삼파이오(Wingee Sampaio)의 연설, 감독이자 배우인 멜라니 로랑과 배우 야라 샤히디의 대담도 근사했지만, 역시 가장 힘 있게 와닿은 것은 세계 각국에서 참석한 펠로우들의 이야기였다. 남편을 암으로 떠나보낸 경험을 토대로 암 환자들이 사는 동안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자신을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창업한 이야기. 인도네시아의 전통 방식으로 면을 재배하는 최후의 농가와 협업해 선보인 옷을 입고 참석한 펠로우. 각국의 NGO들과 협력해 난민들이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한 인물 등 “도전은 장애물이 아니며, 선택만 잘한다면 오히려 더 큰 승리를 안기기도 한다. 스스로의 가치를 믿어라”라며 각자의 삶에서 우러난 조언들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부문별 순위를 발표하는 수상의 순간이 다가오며 어워즈는 정점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동아시아 부문 1위에 문우리 대표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파티는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진행됐다. 같은 가치에 공감하고, 그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던지는 법을 아는 사람들, 또 그들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의 만남은 지루하거나 피곤할 틈이 없다.
다음날, 펠로우들이 각국의 미디어와 라운딩 테이블을 진행하는 행사가 열렸다. 짧은 시간이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의 열정을 드러내는 여성들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것은 벅찬 경험이었다. 이번 어워즈는 2023년의 만남을 축하함과 동시에 다음해를 상상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2024년 에디션 신청은 6월 30일까지 공식 홈페이지(www.cartierwomensinitiative.com)를 통해 진행될 예정. 행사장을 빠져나와 잠시 센 강변을 걷다 보니 프랑스 국회의사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고 거대한 담벼락은 마침 ‘권리와 자유를 위해 헌신한 여성들(Femmes Engage′es pour les Droits et la Liberte′)’이라는 주제하에 페루와 이라크, 카메룬 등 각국을 대표하는 여성들의 사진으로 장식돼 있었다. 이토록 강인한 여성들이 곳곳에 존재하는 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까르띠에가 그 가정과 미래에 기꺼이 존재할 것임은 분명하다.
Q : 2023 CWI 어워즈에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요
A : 우선 국제적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에 끌렸어요. 추후 사업을 세계적으로 확장할 때 이런 기록과 도전이 나를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고요.
Q : 2020년 포티파이를 설립했습니다. 스타트업으로서 처음에 어떻게 회사를 알렸는지
A : 창업 이후 다음 단계로 진입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예비창업 때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시작해 스마일게이트, 삼성, 구글 등 다양한 곳에서 지원받았죠. 이번에는 까르띠에까지요! 세상에 좋은 영향(임팩트)을 미치고 싶은 마음. 대학병원 정신과 의사로 근무하던 시절, 환자를 짧은 시간밖에 진료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토대로 더 많은 사람의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인들링’ 서비스를 만든 진정성을 알아본 것 같아요. 팀원들도 제 자산 중 하나입니다.
Q : CWI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려는 여성 창업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기존의 다른 지원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면을 느꼈다면
A : 상상 이상으로 소셜 임팩트 측면을 중요시한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그 목적과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점이 인상 깊었죠. 지역별로 부문이 나눠지다 보니 사회적으로 압박감을 많이 받으면서도 정신건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마인들링’ 앱이 기여할 수 있는 지점도 크게 소구한 것 같습니다.
Q : 5월 10일에 진행된 프레스 행사 때 보니 일본 미디어도 많은 관심을 보이더군요
A : 잠재적으로 일본은 좋은 시장이 될 것으로 봅니다. 정신적으로 압박을 많이 느끼게 되는 사회 구조인데 IT 기술이 발달하지는 않은 면이 또 있거든요. 비대면 서비스라는 점, 저희 ‘마인들링’ 앱의 그래픽적 요소도 친근하게 받아들일 것 같아요.
Q : CWI에서 한국 여성의 활약이 더 커지길 바라며, 응시와 심사 과정의 경험을 〈엘르〉 독자들과 나눈다면
A : 확실한 것은 제가 지원했던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과정이 엄격했다는 거예요(웃음). 지난해 5~6월 사이에 진행해 모든 과정이 올해 1월에 종료됐어요. 길게는 4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인터뷰만 다섯 번을 했으니까요. 인터뷰 대상은 저뿐 아니라 회사 직원들까지 다면적으로 진행해요. 실제 투자사가 재무제표와 비즈니스 계획을 샅샅이 살피고, 피드백도 주기도 하는 걸 보며 CWI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생겼습니다. 한 가지 어려운 것은 영어인데, 저는 영어로 된 자료를 이참에 많이 비축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해서 이후 언론이나 CES에 나갈 때도 활용했어요.
Q : 그런 인고의 과정을 거쳐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건
A : 이토록 많은 여성 창업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드물어요. 단순히 수익을 내겠다는 것에서 나아가 소명의식을 갖고 전 세계 사람들을 만나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펠로우 뿐 아니라 심사위원들까지 서로 도우려는 마음이 강하더군요. 무엇보다 ‘사람’에게 집중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회사 자체를 알리는 마케팅 노하우도 알려주지만 그보다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알리고 어떻게 영어로 이야기를 전할지를 비롯해 말할 때의 자세와 방법 등 1:1 코칭을 꼼꼼하게 받았어요. 그런 교육이 1월부터 5월까지 계속 이어졌죠.
Q : 까르띠에가 생각보다 ‘진심’이네요(웃음)
A : 쟌느 투상의 정신이 CWI라는 프로그램으로 상징화돼 이어진다는 생각도 들어요.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고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영리하면서도 근사한 접근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간 것은 아마 제 인생의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물론 스타트업 대표로서 실제 삶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지만 그동안 노력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은 기분입니다.
Q : 상금 외에도 여러 혜택이 주어집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A : 벌써 16년째 이어진 이 커뮤니티에 내가 들어왔다는 소속감 자체가 가장 큰 보상 같습니다. 펠로우들의 커뮤니티에 누군가가 ‘영국에서 사업 파트너를 만나고 싶은데 소개해 줄 수 있는 분?’ 하면 답이 달리는 식으로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어요.
Q : 어떤 리더가 되고 싶나요
A : 신뢰가 중요하죠. 특히 스타트업은 리더를 신뢰할 수 없으면 같이하지 않는 게 맞아요. 저 사람이 우리 목표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잘됐을 때 그 결과를 기꺼이 나누리라는 상호 신뢰가 있을 때 쓴소리가 오가도 받아들일 수 있죠.
Q : 여성 리더로서 어려움이 있다면. 어제 이집트 출신의 한 펠로우는 사람들이 동업자인 남성 형제들하고만 사업을 논의하는 것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A : 이제 아이가 일곱 살인데요. 육아와 병행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는 일과 삶이 잘 분리가 안 되거든요. 집에서는 일에서 나를 분리해 엄마 역할을 충분히 하고 싶은데 말이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내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려고 해요.
Q : 창업이라는 도전을 통해 나를 새롭게 발견한 지점도 있을까요
A : 저는 생각보다도 아이디어가 더 많은 사람이더라고요. 실행에도 망설임이 없고요. CEO라는 자리는 내 부족함과 끊임없이 마주하는 자리인 것 같아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때, 파트너십을 맺거나 협상 등 항상 새로운 상황에 나를 노출시키고 그 결과를 곧바로 목격하게 되니까요.
Q : ‘마인들링’에 반영된 아이디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A :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성격 유형을 캐릭터로 만들었어요. 그중 ‘엄격이’는 계속 경쟁적 환경에 노출돼 있고, 번아웃이 온 저를 반영한 캐릭터죠. 최근 ‘미루는 습관’을 심리적 문제로 보고 이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론칭했는데, 이것도 판매가 순조롭습니다.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나 부족함을 병으로 보기보다 나의 어떤 특징이라고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내 가치관에 맞는 조직 문화 등을 알아보는 등 ‘커리어’에 집중한 서비스도 나 자신을 잘 알면 더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선보인 서비스죠.
Q : 문우리 대표가 생각하는 ‘선의를 위한 힘’은
A : CWI 행사에 참석한 모든 분은 각자의 방식으로 가치를 추구하고 있어요. ‘누구나 나다움을 건강하게 발휘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저희 회사의 비전인 것처럼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선의를 위한 힘이 아닐까요.
Q : 도전을 망설이는 여성 창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을 건넨다면요
A : 선뜻 응원을 건네기에 창업은 정말 힘듭니다(웃음)! 하지만 자신이 원한다면, 그래서 도전했다면 예상치 못한 선물을 많이 받게 될 거예요. 저 자신을 새롭게 발견함은 물론이고, 저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리고 팀으로 일하는 기쁨을 알게 된 저처럼요.
Q : CWI 국제 행사에 참석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어떤 경험과 이야기가 오갔나
A : 아무래도 사업에서 중요한 것이 투자다 보니 자본 조달이 연계됐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유럽 쪽 투자자가 많이 초대됐고, 실제로 펠로우와 투자자의 매칭도 이뤄질 예정이다.
Q : 이번 동아시아 지역 심사를 진행하며 파악한 경향은
A : 기존 여성 창업자들이 제조나 전통 사업을 구상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면, 기술에 기반한 창업자들이 좀 더 늘어난 것 같다. CWI도 2021년 ‘과학 & 기술 선구자’ 부문에 이어 올해 혁신(Innovation)과 관련한 ‘DE & I’ 부문을 신설하기도 했고.
Q : 심사위원 중에는 남성들도 있었지만 남성 펠로우가 선출된 것은 ‘DE & I’ 부문이 신설된 올해가 최초다
A : 다양성 이슈를 두고 봤을 때 내부적으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여성이 절대 다수인 이곳에서 남성의 존재가 오히려 다양성 가치를 확보하게끔 하니까. 피드백을 계속 수용하고, 기존 형태를 고쳐나간다는 점에서 까르띠에다운 결정이기도 하다.
Q : 문우리 대표의 포티파이가 동아시아 부문 1위를 거머쥐었다. 실제 투자자로서 높게 평가한 부분은
A : CWI는 비즈니스 모델과 펠로우의 이야기, 두 가지를 모두 중시한다. 포티파이의 ‘마인들링’ 서비스는 비즈니스 모델이 탄탄하게 구성된 것이 강점으로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도 수상한 바 있다. 사업은 정말 어렵다. 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계기와 비전, 미션을 가지고 창업가의 길을 걸었는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이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Q : 2019년부터 CWI와 국내외에서 함께하고 있다. 갈수록 공감하는 가치는
A : 일시적 자선이나 기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업, 그것도 여성 창업가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는 취지에 임팩트 투자사로서 공감할 수밖에 없다. 16년째 CWI라는 커뮤니티를 세계적으로 유지해 왔고, 계속 발전하려는 의지 또한 박수를 보낸다. 올해에는 아프리카, 인도,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등 자본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창업가들을 위한 대출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까르띠에에서 자본 접근성의 필요성을 먼저 이해하고 시도했다는 것 또한 흥미롭다.
Q : 투자자이자 개인으로서 당신의 최근 관심사는
A : 딥테크 영역의 창업자들을 더 많이 찾고 싶다. 더 많은 여성 창업자가 목소리를 높여 이 세상에는 이런 뛰어난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기술이 변화를 주도하는 힘을 갖고 있음을 알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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