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아래 승천 용의 하트 沼 와 ‘신선 놀이터’
대야산(大耶山). 해발 931m로,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와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한국지명총람’에는 ‘대야산(大野山)’으로 표기하면서, 홍수가 날 때 봉우리가 대야(세숫대야)만큼 남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적혀 있다. ‘해동지도’에는 ‘대야산(大也山)’으로 표기돼 있다.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하며 백두대간이 지난다. 산림청 선정 한국 100대 명산에 올랐으며 괴산의 명산 35곳 중 하나이다. 선유동과 용추 등 이름 있는 계곡을 품고 있다.
대야산은 사계절 모두 다양한 경치를 즐길 수 있지만 여름철 산 아래 계곡을 찾는 여행객들이 특히 많다. 대야산은 잘 몰라도 용추계곡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용추계곡의 비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용추폭포 덕분이다.
대야산은 가은읍 벌바위 마을에서 오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용추계곡은 초입부터 우거진 숲과 너럭바위, 그 위를 흐르는 맑은 계류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계곡이 비교적 넓고 수심도 깊지 않아 물놀이 장소로 제격이다. 금방이라도 자리를 펴고 주저앉고 싶은 풍경이다.
암반 위를 옥처럼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에서 먼저 무당소를 만난다. 수심 3m 정도로, 100여 년 전 물 긷던 새댁이 빠져 죽은 뒤 그를 위해 굿을 하던 무당마저 빠져 죽었다고 한다.
이어 용추계곡의 하이라이트 용추폭포다. 3단 폭포로, 물이 높은 위치에서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위쪽에 하트 모양의 깊게 파인 소(沼)가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두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상단 거대한 바위는 수천 년 동안 물에 닳아 원통형으로 파인 홈을 지녔다. 그 홈을 타고 맑은 계류가 꼬아 돌며 흘러내려 하트에 담긴다. 중단은 상단보다 넓은 천연 목욕통 같은 소다. 하단은 3m가량 완만한 암반을 타고 물이 흐른다.
이곳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밤에 계곡의 맑은 물에 비친 달을 볼 수 있다는 월영대(月影臺)다. 투명한 옥수가 너른 암반을 만나 계곡미를 뽐내고, 우거진 숲은 계곡과 조화를 이뤄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이곳에서 다래골과 피아골로 갈라진다.
다래골을 통해 백두대간 밀재(701m)에 오른다. 옛날 완장리와 삼송리 주민들이 오가던 고갯마루다. 양봉으로 꿀을 채취하던 곳으로 우리말로는 ‘벌(蜜)고개’다. 인근 ‘벌의 목 고개’라는 뜻의 버리미기재도 같은 어원에서 왔다.
밀재에서 대야산 정상까지 길에 암릉이 수시로 등장한다.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대문바위 등 기묘하게 생긴 바위조각상이 이어진다. 대문바위 바로 옆은 거대한 바위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다. ‘삿갓바위’ 혹은 ‘버섯바위’로 불린다.
대야산 정상에는 삼각점과 정상석이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이 장관이다. 사방이 막힘없이 뻥 뚫려 시원한 파노라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남쪽으로 조항산·청화산·속리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북쪽으로 장성봉·구왕봉·희양산이 솟구쳐 있다. 백두대간의 힘찬 기상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대야산을 사이에 두고 괴산군과 문경시 양쪽에 ‘선유동계곡’이 있다. 괴산군 쪽의 선유동을 ‘외선유동’, 문경시 쪽의 선유동을 ‘내선유동’으로 구분한다. 외선유동은 조선시대 퇴계 이황이 선정하고 구곡의 이름을 지어 바위에 새겼다고 전한다. 제1곡 선유동문(仙遊洞門) 앞 너른 계곡은 수심이 얕고 물 흐름이 느려 천연 풀장으로 ‘괴산맞춤’이다. 제4곡 연단로(鍊丹爐)는 신선들이 금단을 만들어 먹고 장수했다는 두 개의 거대한 바위다. 제6곡 난가대(爛柯擡)와 제7곡 기국암(碁局岩), 제8곡 구암(龜岩) 등은 나란히 붙어 있다. 난가대는 ‘옛날 나무하러 가던 나무꾼이 신선들이 바둑 두는 것을 잠깐 구경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도낏자루가 썩어 없어졌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기국암엔 바둑을 구경하다 집에 돌아가 보니 자신의 5세손이 살고 있었다는 나무꾼의 이야기가 전해 온다. 제9곡은 신선들이 홀연히 사라졌다는 은선암(隱仙岩)이다.
내선유동의 제1곡은 옥하대다. 이어 영사석, 활청담, 세심대, 관란담, 탁청대, 영귀암, 난생뢰가 절경의 바통을 이어간다. 제9곡 옥석대의 길게 파인 너럭바위 사이로 옥빛 계곡물이 쉼 없이 흐른다. 그 옆 큰 바위에 신라시대 문장가 최치원이 썼다는 ‘선유동(仙遊洞)’이 선명하다.
옥석대 초입에 학천정이 세워져 있다. 그윽한 풍모의 정자와 깊은 계곡이 어우러진 모습이 일품이다. 학천정 뒤 바위에 ‘산고수장(山高水長)’이란 글씨가 음각돼 있다.
주차장~밀재~정상~피아골 ‘원점회귀’
대야산자연휴양림… 매운탕·찰옥수수
대야산 용추계곡은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나들목이나 문경새재나들목에서 가깝다. 평택제천고속도로 음성나들목에서 빠져 37번 국도와 517번·922번 지방도를 이용하면 거리도 짧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대야산 트레킹은 용추계곡 주차장에서 시작해 밀재를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피아골로 내려서 원점회귀 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총 10㎞ 거리로 약 5시간 소요된다. 밀재에서 장성봉·악휘봉까지 구간은 자연자원지역으로 출입이 제한돼 있다. 계곡 입구에 대규모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숙소로는 국립대야산자연휴양림이 인기다. 산림청의 올여름 성수기 추첨 결과, 전국 국립자연휴양림 가운데 대야산자연휴양림 숲속의집이 평균 경쟁률 90대 1로 최고를 기록했다.
용추계곡 입구에 민박을 겸한 식당이 여럿 있다. 버섯전골, 백숙, 산채비빔밥이 주된 메뉴이다. 강이 많은 괴산에는 민물고기 매운탕 집이 많다. 올갱이(다슬기의 사투리)탕도 별미다. 괴산의 특산물 찰옥수수도 빼놓을 수 없다.
학천정 초입에도 주차장이 있다. 사람이 붐비지 않으면 학천정 근처까지 차가 내려갈 수 있다. 문경 선유구곡 인근에 의병대장(도창의대장) 운강 이강년 선생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문경·괴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편의점 도시락 반찬 다 먹으면…1일 나트륨 절반 훌쩍
- “킬러 문항 만든 건 정부”… 원조 일타강사의 일침
- 133만원 구찌 코트, 헉 애견용!… 프리미엄 펫코노미 시대
- “화장실, 왜 저기 있어”…지하철서 ‘이 고민’ 사라진다
- “떼로 보이던 듀공, 이젠 1~2마리… 전과 달리 해안 다가온다”
- ‘황혼 같이 할 배필 구합니다’…허위광고 후 100만원 뜯어낸 60대 여성
- 2만명 밑돈 4월 출생아 수… 통계 작성 후 처음
- 이중근 부영 회장, 고향 주민과 동창들에 최대 1억씩 나눠줘
- 故주석중 교수 책상 밑에 남은 ‘생라면 헌신’ 흔적
- 日 맥주공장 냉각수 유출…‘피바다’ 된 오키나와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