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 만났으니…" 조순 전 부총리 1주기, 희망가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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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북극성처럼 방향 잡아주시던 스승
공직 맡을 때도 진영논리 벗어나 양심 지켜”
고(故) 조순(1928~2022) 전 부총리의 소천 1주기 추도식이 28일 서울 영원무역 명동사옥 9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김동수 바른경제동인회 회장, 김승진 한국외대 명예교수, 민상기 서울대 명예교수, 서준호 서강대 명예교수, 이영선 전 한림대 총장, 박기봉 비봉출판사 사장, 좌승희 박정희학술원 원장 등 주로 고인의 서울대 경제학과 제자들이 중심이 돼 마련됐다.
정운찬 전 총리는 추모사에서 “55년 동안 조순 선생님과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어온 제게는 아직도 선생님의 부재를 실감하기 어렵다”며 “때론 큰 바위 얼굴처럼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어른이셨지만 제자들이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하늘의 북극성이나 바다의 등대처럼 방향을 잡아주시고 빛을 비춰주신 스승이셨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 총재, 서울시장, 한나라당 총재 등 인물사전에 나타난 업적만으로는 선생님의 인품이나 철학, 애국심과 제자 사랑을 알아보실 분들이 드물 것 같아 안타깝다”며 “나라가 어려울 때는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셨고 공직에 몸담으실 때는 진영논리에 치우치지 않는 학자적 양심을 지키셨으며, 비열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에게도 선비처럼 의연하게 대처하셨다”고 회고했다.
정 천 총리는 혼돈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착지(着地)라는 최인호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은퇴 후에도 항상 읽고 사색하시며 제자들에게 눈빛과 마음으로 사랑을 보여주신 선생님이야말로 성공적인 착지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무용가인 박경량 국립국악원 전통예술문화학교 교수가 공연했고 제자들이 조순 선생 유묵집 등 3권의 책을 봉헌했다. 고인의 미 버클리대 동문인 김기환 전 KDI 원장,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전 동반성장위원장), 이천표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고인과 정 전 총리에 이어 『경제학원론』 후속 공저자로 참여한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영식 서울대 교수의 모습도 보였다.
조순 전 부총리의 장남인 조기송 전 강원랜드 사장 등 유족과 제자들은 고인이 좋아했던 노래 ‘희망가’를 2절까지 함께 부르고 추도모임을 마쳤다. ”이 풍진(風塵)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같도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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