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 만났으니…" 조순 전 부총리 1주기, 희망가 불렸다

서경호 2023. 6. 28.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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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순 전 경제부총리 1주기 추도식이 28일 서울 영원무역 명동사옥에서 열렸다. [사진 이훈 프리랜서]


“하늘의 북극성처럼 방향 잡아주시던 스승


공직 맡을 때도 진영논리 벗어나 양심 지켜”

고(故) 조순(1928~2022) 전 부총리의 소천 1주기 추도식이 28일 서울 영원무역 명동사옥 9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김동수 바른경제동인회 회장, 김승진 한국외대 명예교수, 민상기 서울대 명예교수, 서준호 서강대 명예교수, 이영선 전 한림대 총장, 박기봉 비봉출판사 사장, 좌승희 박정희학술원 원장 등 주로 고인의 서울대 경제학과 제자들이 중심이 돼 마련됐다.

정운찬 전 총리는 추모사에서 “55년 동안 조순 선생님과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어온 제게는 아직도 선생님의 부재를 실감하기 어렵다”며 “때론 큰 바위 얼굴처럼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어른이셨지만 제자들이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하늘의 북극성이나 바다의 등대처럼 방향을 잡아주시고 빛을 비춰주신 스승이셨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 총재, 서울시장, 한나라당 총재 등 인물사전에 나타난 업적만으로는 선생님의 인품이나 철학, 애국심과 제자 사랑을 알아보실 분들이 드물 것 같아 안타깝다”며 “나라가 어려울 때는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셨고 공직에 몸담으실 때는 진영논리에 치우치지 않는 학자적 양심을 지키셨으며, 비열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에게도 선비처럼 의연하게 대처하셨다”고 회고했다.

정 천 총리는 혼돈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착지(着地)라는 최인호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은퇴 후에도 항상 읽고 사색하시며 제자들에게 눈빛과 마음으로 사랑을 보여주신 선생님이야말로 성공적인 착지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2022년 스승의 날 전후에 『경제학원론』의 공동저자들이 조순 전 부총리의 서울 봉천동 자택을 방문해 사진을 찍었다. 조 전 부총리와 제자들의 마지막 사진이다. 왼쪽부터 김영식 서울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조 전 부총리,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사진 정운찬 이사장 ]


이날 행사에선 무용가인 박경량 국립국악원 전통예술문화학교 교수가 공연했고 제자들이 조순 선생 유묵집 등 3권의 책을 봉헌했다. 고인의 미 버클리대 동문인 김기환 전 KDI 원장,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전 동반성장위원장), 이천표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고인과 정 전 총리에 이어 『경제학원론』 후속 공저자로 참여한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영식 서울대 교수의 모습도 보였다.

조순 전 부총리의 장남인 조기송 전 강원랜드 사장 등 유족과 제자들은 고인이 좋아했던 노래 ‘희망가’를 2절까지 함께 부르고 추도모임을 마쳤다. ”이 풍진(風塵)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같도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28일 서울 영원무역 명동사옥에서 열린 조순 전 부총리 소천 1주기 추도식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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