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비방 164억 소송건 일타강사…法 "27억 배상" 손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뉴스1

인터넷강의(인강) 시장에서 화학 분야 일타강사로 꼽히는 박상현씨가 과거 조직적 댓글로 자신을 비방했던 대형 온라인 교육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일부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지난 9일, 박씨가 ‘온라인 댓글 조작으로 금전적,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한 대형 온라인 교육업체 A사와 당시 소속 강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금전적 손해 27억원과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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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팔이 강사’ 댓글작업… 주간보고도 받아

박씨는 일명 ‘정촉매’(화학반응 속도를 높여주는 촉매처럼, 문제풀이 속도를 높여준다는 뜻을 담은 별명)로 불리는 온라인 강의 화학분야 일타강사다. 박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온라인 교육업체 B사에 재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B사의 경쟁사였던 A사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약팔이 강사’, ‘수험생 피 빨아먹고 살쪘네 돼지X’ 등 박씨에 대한 비방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했다. 학력 등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 ,신체·외관에 대한 폄하도 다수였다.

2016년 11월 치러진 2017학년도 수능 직후 악성 댓글이 특히 집중됐는데, ‘기체 화학반응 식에서 식을 구성하는 숫자들의 비율 구성은 7가지밖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박씨의 풀이와 다른 내용의 문제가 출제된 화학I 과목 문제를 두고 집중적인 비방이 쏟아진 소위 ‘7대 대마왕 사건’이다. A사는 블로그에 ‘화학, 박상현, 20번, 7대대마왕, 반응계수, 2017수능’ 등 태그를 추가하고, 인터넷 정보 페이지인 나무위키와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해당 내용을 적으며 박씨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수험생들 사이에 노출시켰다. 생명과학 분야 일타강사로 유명한 백모 강사는 주간보고 형태로 박씨를 비방하는 게시글 작업내용을 보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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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억 배상하라” 청구… 1심 “27억 5000만원 배상”

2016년 74억 5100만원이던 박 씨 개인회사(소속사)의 매출은 2017년 50억 6500만원, 2018년 21억 6200만원, 2019년 18억 7900만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박씨는 허위 악성 댓글의 영향으로 발생한 매출 감소에 대한 배상 164억원과 명예훼손 및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1억원을 청구했다. 법원은 “표현의 자유로서 허용되는 상당 범위를 넘는 위법행위”라며 A사가 박씨에 대해 업무방해, 명예훼손, 인격권 침해,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고통 등에 책임이 있다고 모두 인정했다. 다만 매출이 아닌 순 소득 감소 기준으로 일실수입 감소액을 계산해, 손해액은 27억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는 5000만원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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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자루’ 강사가 폭로한 사건… 앞선 형사 사건 일부 유죄

온라인 강의 업체의 댓글알바 사건에 대해 성토하는 삽자루 우형철씨. [삽자루 유튜브 캡처]

A사의 댓글조작 사건은 유명 수학강사 ‘삽자루’ 우형철씨가 폭로하며 불거진 사건이다. A사 대표와 이 사건 공동피고인인 강사들은 2019년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돼, 다른 화학강사 기모씨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형사사건에서는 박씨가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해, 박씨에 관한 혐의에 대해선 공소가 기각된 바 있다. 박씨와 함께 피해자였던 다른 화학강사 기모씨도 앞서 A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11억 5000만원을 받았다.

박씨는 2018년 A사로 강의 플랫폼을 옮겨, 현재도 A사를 통해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2021년 시작됐는데, 박씨가 A사에서 강의하는 도중 제기한 것이다.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양측 모두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